내용요약 EU,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 시행...韓·G7·호주 동참
러, 즉각 반발 "동참국에 안 팔아"...그림자 선단 꾸려 대응 모색
우크라 "상한선 높아" 아쉬움 토로
OPEC+, 美·유럽 압박에도 "하루 200배럴 감산" 유지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 EU 깃발. /사진=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 EU 깃발.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유럽연합(EU) 회원국이 결국 배럴당 60달러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에 합의해 5일(현지시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원유 가격 상한제에 얽히고설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석유수출기구 플러스(OPEC+)는 서로 다른 속내를 드러냈다.  러시아는 "팔지 않겠다"고 반발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OPEC+는 기존 석유 생산량 목표를 고수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EU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 합의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원유 가격 상한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EU는 이 의견을 받아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막겠다는 취지로 꾸준히 회원국을 설득해왔다. 

이번 회의에서 대부분의 나라가 뜻을 함께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폴란드는 가격 상한을 더 낮추기 위해 끝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했다. 기나긴 설득 끝에 폴란드는 27개 회원국들 중 마지막으로 동의하면서 상한선이 합의에 이르렀다. 

EU 측은 이번 합의가 러시아 수익의 감소와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안정, 신흥국 경제에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5일 러시아에 대한 EU의 원유 금수 조치가 발효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G7 회원국과 호주 역시 EU의 합의 발표 이후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로 합의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한국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상한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협정에 대한 신속한 분석을 수행하고 그 후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OPEC+ 대표이자 오스트리아 빈 주재 러시아 대사인 미하일 울리야노프 역시 "러시아는 상한제를 이행하는 국가에 원유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또한 러시아는 대응을 위해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꾸리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즈의 보도도 나왔다. 그림자 선단은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으로 구성된 유조선단을 말한다. 선박 중개인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유럽에 대응하기 위해 100척 이상 노후된 유조선 선단을 모았다. 

러시아는 그동안 해외 운송사에 원유 수송을 맡겼지만, 상한선 효력 발생 시 상한선을 넘지 않은 가격에 원유를 팔아야하는 손해가 발생한다. 특히 상한선을 지키지 않는 해운사는 미국과 유럽의 보험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러시아는 손해를 줄이기 위해 보험을 이용하지 않은 그림자 선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SN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SNS

반면 우크라이나는 상한선이 너무 높다고 아쉬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 국가의 예산에 심각한 수준의 결정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더 강력한 수단을 써야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번 기회를 놓치게 돼 유감"이라고 아쉬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 등의 의견처럼 30달러가 아닌 60달러로 상한선을 정해, 러시아는 연간 1억달러가량의 예산을 더 가져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의도적으로 에너지 시장을 불안하게 해 세계 모든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이 돈은 이 국가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OPEC+는 일일 200만 배럴 감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월 OPEC+는 11월부터 2023년 말까지 세계 수요의 약 2%에 해당되는 일일 20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당시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등의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를 견제하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과 유럽은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산유국이 우크라이나 침공한 러시아 편에 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OPEC+는 4일 정례회의에서 결국 200만배럴 감산을 유지했다. 이번에도 시장 안정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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