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용, UAE 비공개 정재계 고위급 회동 참석
무함마드·빈살만 친분, 중동 ICT 첨단사업 공략
"삼성, 네옴·마스다르 협력 확대…新 중동 붐 기대"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도 중동 출장길에 오르며 중동 국가들과 사업 비즈니스 강화에 나선다. 회장 승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아랍에미리트(UAE)를 택한 이 회장은 중동 지역에 기존 건설 사업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와 5세대(5G) 통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 사업과 같은 첨단산업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동 메가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시티'와 UAE '마스다르 시티' 프로젝트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9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 공군 부총사령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트위터
2019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 공군 부총사령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트위터

이 회장은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최종 승인하고 지난 4일 오전 UAE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아부다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을 만나는 등 중동지역 주요 인사들과 만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에도 3박 4일간 UAE 출장 중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났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왕세제 시절부터 매해 12월경 세계 각국의 정·재계 인사들을 아부다비로 초청해 사교모임 겸 비공개 포럼을 개최하고 있는데 이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포럼에 초청돼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공개된 참석자 명단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UAE 출장 귀국길에서 취재진에게 "전 세계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와서 전 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나 산업들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볼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무함마드 대통령과 2014년부터 관계를 맺어왔으며 2019년 서로 상대국을 방문하면서 꾸준히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무함마드 왕세제는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이 회장 안내를 받으며 5G 시연과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또 이 회장은 지난 5월 무함마드 대통령의 친형인 셰이크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UAE 대사관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6월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를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초청해 AI와 5G, IoT 등 미래 성장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해 9월 이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방문해 삼성물산이 건설 중이던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 이 회장은 지난달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함께 서울을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네옴 프로젝트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이 같이 중동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최근 중동 국가들이 첨단 제조업과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육성을 위한 기반 투자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19년 6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중동지역 국가의 미래산업 분야에서 협력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규모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 네옴 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네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86조원)에 이른다.

UAE 아부다비도 180억달러(약 23조4400억원)를 투입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마스다르 시티를 건설 중이다. 마스다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네옴 시티와 함께 중동 지역을 대표하는 초대형 도시 개발 계획으로 2010년부터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산업을 양성하기 위한 'UAE 비전 2021'의 일환이다.

삼성은 5G 통신과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UAE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2009년 삼성물산이 UAE 두바이에서 초고층 빌딩인 부르즈칼리파 시공에 참여했고 삼성엔지니어링도 2018년 정유 플랜트 공사 수주에 성공하는 등 UAE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네옴과 마스다르는 첨단 네트워크로 모든 구획을 스마트화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과 같은 IT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삼성은 이미 두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있지만 두 도시와의 프로젝트 협력이 더욱 확대된다면 새로운 중동 시장 붐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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