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매일 15~16시간 운전·차에서 쪽잠, 여가 없이 일주일 6일 고생
우크라이나 전쟁발 기름 인상 여파, 고스란히 생계 타격
기존 안전운임제 31일 일몰...3년 연장 여부 불투명
화물 노동자 위한 화물차라운지? 열악한 시설
'컵라면 하나'로 끝내는 화물노동자의 식사
"안전운임제 덕에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 화물기사들 한목소리 호소
'전품목 적용'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며 2주간 파업했던 화물연대 조합원 컨테이너 화물기사 백주영(27·오른쪽) 씨와 조합원은 아니지만 파업에 동참했던 비 조합원 25톤 윙바디 화물기사 김주성 씨가 출발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전품목 적용'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며 2주간 파업했던 화물연대 조합원 컨테이너 화물기사 백주영(27·오른쪽) 씨와 조합원은 아니지만 파업에 동참했던 비 조합원 25톤 윙바디 화물기사 김주성 씨가 출발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김근현 기자] "'귀족 노조'요? 직접 해 보지 않으면 몰라요. 매일 15~16시간 운전, 차에서 쪽잠, 집에도 못 들어가고 여가도 없이 일주일에 6일을 이렇게 생활하는데 월 300만 원도 못 법니다. 우리가 정말 '귀족'입니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화물연대 귀족 노조 지배' 발언이 총파업 중인 화물기사들에게 전해지자 그들은 울분이 터졌다. 백주영(27·화물연대 부산지부) 씨는 '귀족노조'라는 말을 듣고서 주 90시간 노동하는 화물기사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화물연대는 '전품목 적용'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화물기사들이 멈추자 대한민국 산업은 삐걱대기 시작했다. 건설현장은 시멘트를 수급할 수 없어 공사가 중단됐고, 서울시내 주유소에는 품절 딱지가 나부꼈다. 초장시간 근무하는 화물기사들이 '안전'을 요구하고 나서자 벌어진 일이다. 

문득 화물기사의 실제 삶이 궁금해졌다. 기자는 8일부터 9일까지 화물노동자의 24시간을 동행취재해 살펴보기로 했다. 해가 어둑해질 무렵 부산역전에서 백주영 씨의 화물차에 올라탔다. 

컨테이너 화물기사 백주영(27)씨가 빈 컨테이너를 상차하러 이동하고 있다. 어둑해진 하루, 남들에겐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지만 주영씨에겐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컨테이너 화물기사 백주영(27) 씨가 빈 컨테이너를 상차하러 이동하고 있다. 어둑해진 하루, 남들에겐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지만 백주영 씨에겐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화물기사들은 "그나마 '안전운임제' 덕에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 시멘트 품목을 운반하는 화물기사들에게만 적용돼 12월 말 일몰을 맞는다. 화물기사들은 3년 전의 열악했던 노동환경으로 돌아갈 걱정에 길거리로 나섰다.

같은 마음으로 2주간 총파업에 참여했던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 백주영 씨는 생활고 때문에 착잡한 마음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월 400만 원이 넘는 화물차 할부 값을 감당할 수 없었다. 백주영 씨는 파업대오에 이탈하는 자신 때문에 피해받을 동료 기사들에게 미안해했다. 하지만 동료기사는 "다들 같은 마음이다"며 그를 격려했다. 

상차지 인근 거래처인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는 백주영씨, 오늘 기름값은 44만원이 나왔다. 매일 주유하는 백주영씨의 한달 주유비는 약 1050만원 가량이고 한달 요소수 비용은 약 40만원 총 약 1100만원이 주유비로 사용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상차지 인근 거래처인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는 백주영 씨. 하루 기름값이 44만 원이 나왔다. 매일 주유하는 백주영 씨의 한달 주유비는 약 1050만 원 가량이고, 한달 요소수 비용은 약 40만 원이다. 총 약 1100만 원이 주유비로 사용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백주영 씨는 부산에서 수도권, 수도권에서 부산을 오가는 기사다. 저속주행으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면 하루 꼬박 걸린다. 이렇게 일해서 70~80만 원가량을 받는다. 여기에서 수수료 7%를 소속 사무실에 떼주고, 기름값 44만 원을 내면 19만원 정도가 남는다. 여기에 보험료, 차량 수리비, 세금 등을 제외하면 하루 15~16시간의 운전을 해 벌어들인 비용은 최저시급에도 못 미친다.

한 달 매출은 1800만 원 정도다. 기름값과 보험료를 빼면 월 순수익은 300만 원 내외다. 기름값이라도 떨어지면 그나마 순수익이 증가하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발 기름 인상 여파는 고스란히 생계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부산신항 인근 도로는 화물차들로 꽉 찼다. 정체되는 교통 속 주영씨는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부산신항 인근 도로는 화물차들로 꽉 찼다. 정체되는 교통 속 백주영 씨는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게다가 화물기사들은 '45일 결제'를 주로 이용한다. 일을 하고 난 뒤 45일이 지나야 돈을 받을 수 있다. 경력 5년 차인 27살 백주영 씨는 모아둔 재산이 없어 절약으로 이런 상황을 타개해 나간다.

상차지에서 자신이 가져가야 할 컨테이너를 찾고 있는 주영씨.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상차지에서 자신이 가져가야 할 컨테이너를 찾고 있는 백주영 씨.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개인사업자인 화물기사들은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도 내야 한다. 매달 매출의 10% 정도를 세금으로 따로 빼놓다. 그러다 보면 한 달에 100만 원을 채 못 가져갈 때도 있다.

상차를 마친 백주영(오른쪽) 씨. 자신을 따라 화물기사로 전직한 동네 후배 김주성 씨와 함께 같은 코스로 이동한다. 컨테이너 화물차를 모는 그는 3년간 안전운임제를 적용받았지만, 동생 김주성 씨는 적용받지 못했다. 백주영 씨는 컨테이너 하나만을 상차했지만, 김주성 씨는 낮은 보수 탓에 한탕에 두세 가지의 일거리를 상차해야지만 출발할 수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상차를 마친 백주영(오른쪽) 씨. 자신을 따라 화물기사로 전직한 동네 후배 김주성 씨와 함께 같은 코스로 이동한다. 컨테이너 화물차를 모는 그는 3년간 안전운임제를 적용받았지만, 동생 김주성 씨는 적용받지 못했다. 백주영 씨는 컨테이너 하나만을 상차했지만, 김주성 씨는 낮은 보수 탓에 한탕에 두세 가지의 일거리를 상차해야지만 출발할 수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그나마 컨테이너 화물기사인 백주영 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자신을 따라 나서 화물기사에 입문한 2년 차 김주성(26) 씨는 안전운임제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25톤 윙바디 화물기사인 그는 컨테이너 운송 기사보다 비교적 적은 매출로 인해 한탕에 많은 짐을 실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먹고살 만한 돈을 벌 수 있다. 화물연대가 '전품목 적용' 안전운임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같은 화물기사지만 처우는 다르다. 

출발 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주성씨. 화물연대 조합원은 아니지만 2주간 동참 파업을 한 주성씨는 오늘부터 쉬지 않고 일을 한다. 화물차 할부 값을 내려면 쉴 수가 없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출발 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김주성 씨. 화물연대 조합원은 아니지만 2주간 동참 파업을 한 그는 오늘부터 쉬지 않고 일을 한다. 화물차 할부 값을 내려면 쉴 수가 없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보통 화물기사들은 일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오후까지 주 6일 90시간가량을 노동한다. 트럭 한편에서 쪽잠을 자고 여가생활은 없다. 중간에 집에 들어가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눈떠 있는 순간은 모두 다 일하는 시간이다. 그래야 월 400만 원에 달하는 할부 값을 메울 수 있다.

주영씨는 업무를 시작한 이틀 동안 씻지 못했다. 화물의 상하차 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오늘은 다행히도 여유시간이 나 주성씨와 같이 성주휴게소 화물차라운지에서 씻기로 했다. 같은 날 업무를 시작했던 주성씨 역시 이틀간 씻지 못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둘은 업무를 시작한 후 이틀 동안 씻지 못했다. 화물의 상하차 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다행히 8일에는 여유시간이 나 성주휴게소 화물차라운지에서 씻기로 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총파업을 잠시 미루고 업무에 복귀한 백주영 씨와 김주성 씨는 업무 시작 후 48시간 동안 씻지 못했다. 상하차 시간을 맞춰 움직여야 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오늘은 씻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입가에 웃음기가 띈다. 둘은 동네 선후배 사이로 잠깐이라도 함께 씻을 수 있으니 더욱 행복했다. 매일 혼자 운전하는 업무 특성상 사람과 대화하는 일이 적다. 짤막하게나마 씻으면서 말할 수 있다는 게 어쩌다 다가오는 삶의 낙이다.

성주휴게소 화물차라운지 샤워실에서 씻은 주영씨와 주성씨, 오늘은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다. 오늘은 그나마 미지근한 물이라 다행이라고 말했다. 겨울 추위가 기승이지만 화물차라운지가 완벽히 관리되지 않는 탓에 찬물이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성주휴게소 샤워실은 천장에 곰팡이가 피어있고, 벽지가 갈기갈기 찢어져있다. 한국도로공사의 '큰 손'인 화물기사들이지만, 그들에게 제공되는 쉼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성주휴게소 화물차라운지 샤워실에서 씻은 백주영 씨와 김주성 씨.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다. "그나마 미지근한 물이라 다행이다"고 말한다. 겨울 추위가 기승이지만 화물차라운지가 완벽히 관리되지 않는 탓에 찬물이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 성주휴게소 샤워실은 천장에 곰팡이가 피어 있고, 벽지가 갈기갈기 찢어져있다. 한국도로공사의 '큰 손'인 화물기사들이지만, 그들에게 제공되는 쉼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8일 늦은 시간 성주휴게소 화물 라운지를 찾았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휴게소 화물차라운지는 화물기사들에게는 필수의 공간이다.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씻을 수도 있는 공간이다. 도로공사의 '큰손'인 화물기사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천장은 곰팡이가 덕지덕지 피어 있고, 벽지는 찢어진 채 회색 시멘트가 노출됐다. 이뿐이 아니다. 한겨울에 접어들었지만 화물차라운지 샤워실은 종종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 관리가 부실한 탓에 화물 기사들은 덜덜 떨며 찬물로 몸을 씻고 나온다. 화물기사들은 대부분의 화물차라운지가 비슷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샤워를 마친 주영씨는 주성씨와 헤어지고 야간 주행에 나섰다. 오늘은 충북 진천의 한 공장까지 이동해야 한다. 부산에서 17시에 출근을 해 컨테이너를 상차한 주영씨는 새벽 1시30분에야 도착할 예정이다. 잠깐의 샤워시간을 빼고 주영씨는 꼬박 8시간 30분의 시간 동안 운전을 해야 한다. 남들이면 벌써 퇴근해야 할 시간이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샤워를 마친 백주영 씨는 김주성 씨와 헤어지고 야간 주행에 나섰다. 충북 진천의 한 공장까지 이동해야 한다. 부산에서 17시에 출근을 해 컨테이너를 상차한 그는 오전 1시30분에야 도착할 예정이다. 잠깐의 샤워시간을 빼고 꼬박 8시간30분 동안 운전을 해야 한다. 남들이면 벌써 퇴근해야 할 시간이지만, 그에겐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백주영 씨는 시속 75km로 정속 주행을 한다. 운행하는 화물차가 가장 기름을 아끼면서 달릴 수 있는 속도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자신이 운행하면서 가장 경제적인 속도를 찾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는 노력이다. '안전운임제' 전은 더 빠르게 더 긴 거리를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과속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래도 안전하게 운행할 여유가 생겼다.

본격적인 야간 운행에 나선 고속도로에는 화물차들이 줄을 이었다.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백주영 씨의 시야에는 앞 화물차의 브레이크 등만 보인다. 단조로운 시야에 혹여라도 졸릴까 밥을 먹지 않았다. 졸음운전은 화물 기사 사망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초장시간 하루 700km 이상을 이동하는 그에게 졸음은 복병이다.

주영씨는 혹여 졸까봐 식사를 하지 못했다. 휴게소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싶었지만, 안전을 위한 조치다.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한 주영씨는 화물기사를 하는 5년간 건강이 망가졌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백주영 씨는 혹여 졸까봐 식사를 하지 못했다. 휴게소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싶었지만, 안전을 위한 조치다.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한 그는 화물기사를 하는 5년간 건강이 망가졌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자정을 넘긴 시각. 한 시간 반여를 더 달리면 충북 진천에 도착한다. 충북 진천 산골에 위치한 한 공장 앞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 한 끼도 먹지 못한 그는 배 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참으며 진천으로 향한다.

부산에서 출발해 충북 진천의 한 산골에 위치한 공장에 도착했다. 편의점도 변변찮고 식당은 전무한 공장 근처에서 그의 식사는 컵라면밖에 선택지가 없다. 오늘 그가 먹은 것이라곤 졸음을 참기 위한 커피와 컵라면뿐이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부산에서 출발해 충북 진천의 한 산골에 위치한 공장에 도착했다. 편의점도 변변찮고 식당은 전무한 공장 근처에서 그의 식사는 컵라면밖에 선택지가 없다. 먹은 것이라곤 졸음을 참기 위한 커피와 컵라면뿐이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다섯 시간이 넘는 장시간 운행을 마치고 편의점 하나 없는 산골에 도착한 백주영 씨는 컵라면을 들었다. 9일 먹는 첫끼다. 졸음운전을 참기 위해 하루 종일 굶었던 그의 배를 채워줄 유일한 음식이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그가 먹은 음식은 졸음을 참기 위한 커피와 컵라면뿐이다. 화물기사들의 건강상태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루 한끼 그것도 자정이 넘은 새벽 시간에 먹는 컵라면은 그의 건강상태가 얼마나 악화되는 지를 말해주는 지표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주6일을 차에서 생활하는 주영씨는 건강한 밥을 챙길 여력이 없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하루 한끼 그것도 자정이 넘은 새벽 시간에 먹는 컵라면은 그의 건강상태가 얼마나 악화되는지를 말해주는 지표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주 6일을 차에서 생활해 건강한 밥을 챙길 여력이 없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5년 차 화물기사인 그는 화물운전에 뛰어들고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 지방간부터 허리디스크, 안구건조증 등 초장시간 운전을 하는 탓에 건강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그 타격은 고스란히 몸에 전해졌다.

컵라면을 먹고 사이다로 입가심을 하는 주영씨. 한평 남짓한 그의 화물차 내부는 업무 공간이자 집이다. 잠을 자기 위한 준비를 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컵라면을 먹고 사이다로 입가심을 한다. 한 평 남짓한 그의 화물차 내부는 업무 공간이자 집이다. 잠을 자기 위한 준비를 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평 남짓한 화물차 내부는 업무 공간이자 집이다. 좁디 좁은 그의 공간은 안방으로 변신한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후 냉장고에서 사이다 한 모금을 마신 뒤 휴식을 취한다.

오늘은 자기 전 여유시간이 생겼다. 내일 상차 시간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30분 상차를 고지받은 주영씨는 잠깐의 여유를 가진다. 차 안에 설치된 티비로 세상의 소식을 접한다. 주영씨는 하루 종일 운전만 하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소식이 늦다고 말했다. 보통 상차 시간은 6시~9시, 자정에서 1시 사이에 공장에 도착하는 주영씨는 하루에 4시간~6시간의 취침시간을 가진다. 이것도 안전운임제 덕이다. 안전운임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2~4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화물기사들이 졸음으로 인한 사고가 여기서 발생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자기 전 여유시간이 생겼다. 상차 시간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30분 상차를 고지받은 그는 잠깐의 여유를 가진다. 차 안에 설치된 티비로 세상의 소식을 듣고 본다. 하루 종일 운전만 하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늦게 알게 된다. 보통 상차 시간은 6~9시다. 0~1시 사이에 공장에 도착하는 백주영 씨는 하루에 4~6시간의 취침시간을 가진다. 이것도 안전운임제 덕이다. 안전운임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2~4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화물기사들의 졸음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매번 변동되는 그의 스케줄은 변수다. 보통 상차 시간은 6~9시이다. 9일엔 오전 10시 30분에 상차하기로 했다. 초장거리 운송을 마치고 하루 4~6시간의 취침을 하는 백주영 씨는 "안전운임제 덕에 잘 수 있다"고 말한다. 안전운임제가 도입되기 전 주지금의 매출을 맞추기 위해 하루 2~4시간만 자고 더욱 긴 초장거리 운송을 했다. 안전운임제 덕에 사람답게 살 수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며칠 후엔 일몰된다. 안전운임제라는 보호막이 없다면 더욱 멀리 운행할 수밖에 없고, 잠자는 시간은 줄어들어 과속을 하게 되고 졸음으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화물노동자는 죽어간다.

30분이나 봤을까. 주영씨는 서둘러 취침 준비를 한다. 침실은 운전석 뒤편 작은 공간이다. 작은 공간에 몸을 욱여넣은 주영씨는 잠을 잘 수 있을 때 많이 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변수가 발생하는 화물기사의 하루 중 절반이 지났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30분이나 봤을까. 백주영 씨는 서둘러 취침 준비를 한다. 침실은 운전석 뒤편 작은 공간이다. 작은 공간에 몸을 욱여넣은 그는 잠을 잘 수 있을 때 많이 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변수가 발생하는 화물기사의 하루 중 절반이 지났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지레짐작했던 화물노동자의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돈을 떠나서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열차의 정상적인 운행을 위해 꼬리칸 출신 아주 작은 어린이들을 차출해 고장난 부품으로 대체했다. '저녁이 있는 삶' '주52시간'을 떠들었던 중앙 정치에 소외받은 대한민국 산업의 쳇바퀴는 노동자에게 강요해 떠받치고 있던 것이다.

쾅!쾅! 아침 8시가 되자 공장 경비원이 단잠을 깨웠다. 상차시간이 2시간 30분이나 남았지만, 경비원은 화물기사의 사정을 모른다. 경비원은 화물차를 상차지로 인도했고 주영씨는 그를 따라서 차를 이동했다. 주영씨는 졸린 눈을 비빈 채 컨테이너를 열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쾅!쾅! 오전 8시가 되자 공장 경비원이 단잠을 깨웠다. 상차시간이 2시간30분이나 남았지만, 경비원은 화물기사의 사정을 모른다. 경비원이 화물차를 상차지로 인도했고, 백주영 씨는 그를 따라서 차를 이동했다. 졸린 눈을 비빈 채 컨테이너를 열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쾅! 쾅! 오전 8시가 되자 공장 경비원이 단잠을 깨웠다. 상차 시간이 2시간 30분이나 남았지만, 경비원은 화물기사의 사정을 모른다. 경비원이 화물차를 상차지로 인도했고 그를 따라서 차를 이동했다. 백주영 씨는 졸린 눈을 비빈 채 컨테이너를 열었다.

컨테이너를 열고 상차지에 차를 대는 주영씨. 혹여 사고가 날까 정확하게 차를 대려고 노력하고 있다. 화물을 싣고 있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컨테이너를 열고 상차지에 차를 대는 백주영 씨. 혹여 사고가 날까 정확하게 차를 대려고 노력하고 있다. 화물을 싣고 있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이제 다시 기다림의 시작이다. 아직 상차 시간까지 2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화물차량 할부 값에 허덕이는 주영씨는 어쩔 수 없이 파업대오를 이탈했다. 동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계속 걸리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 달에 400만 원이 넘는 할부 값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계속되는 기다림 속에 컨테이너 지부에서 문자가 날라왔다. 총파업을 지속할지에 대한 투표에 나서겠다는 문자였다. 주영씨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모든 화물기사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액의 할부 값이 괴롭히는 생활고는 화물기사들의 신념을 괴롭혔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이제 다시 기다림의 시작이다. 아직 상차 시간까지 2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화물차량 할부 값에 허덕이는 주영 씨는 어쩔 수 없이 파업대오를 이탈했다. 동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계속 걸리지만 어쩔 수 없다. 한 달에 400만 원이 넘는 할부 값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계속되는 기다림 속에 컨테이너 지부에서 문자가 날라왔다. 총파업을 지속할지에 대한 투표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착잡한 심정이다. 모든 화물기사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액의 할부 값이 괴롭히는 생활고는 화물기사들의 신념을 괴롭혔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이제 다시 기다림의 시작이다. 아직 상차 시간까지 2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기다림 속에 컨테이너 지부에서 문자가 날아왔다. 9일 오전 날아온 문자는 총파업을 지속할지에 대한 투표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안전운임제는 쟁취해야 하지만 파업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모든 화물기사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액의 할부 값이 괴롭히는 생활고는 화물기사들의 신념을 괴롭혔다.

기다림의 끝에 상차가 끝났다. 주영씨는 차를 약간 빼서 컨테이너를 봉인하기 시작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기다림의 끝에 상차가 끝났다. 주영씨는 차를 약간 빼서 컨테이너를 봉인하기 시작한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마지막으로 상차지에서 받은 실을 뜯어 자물쇠에 결합했다. 컨테이너를 봉인하기 위함이다. 화물을 받아보는 사람들은 씰이 있나 없나의 유무로 봉인여부를 확인한다. /김근현 기자 khkm@sporbiz.co.kr
마지막으로 상차지에서 받은 실을 뜯어 자물쇠에 결합했다. 컨테이너를 봉인하기 위해서다. 화물을 받아보는 사람들은 씰이 있나 없나의 유무로 봉인여부를 확인한다. /김근현 기자 khkm@sporbiz.co.kr

상차가 끝난 컨테이너를 봉인하고 실을 뜯어 자물쇠에 결합했다. 화물을 가득 실은 이 컨테이너는 해외로 향하고 누군가가 받기 전까지 열리지 않는다.

주영씨는 상차 후에 차량 점검에 나섰다. 운행전 차량 점검은 사고를 막기 위해 필수로 하는 프로토콜이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상차 후에 차량 점검에 나섰다. 운행전 차량 점검은 사고를 막기 위해 필수로 하는 프로토콜이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상차 후에 차량 점검에 나섰다. 운행전 차량 점검은 사고를 막기 위해 필수로 하는 프로토콜이다.

다시 5시간이 넘는 긴 시간의 운행을 시작한 주영씨.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다시 5시간이 넘는 긴 시간의 운행을 시작한 백주영 씨.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다시 5시간이 넘는 긴 시간의 운행을 시작한다. 그의 남은 반나절이 시작됐다.

하루가 돌아 다시 어둑해지려는 시간 컨테이너 야적장에 도착한 주영씨, 본인이 배정받은 위치에 화물을 내리러 간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하루가 돌아 다시 어둑해지려는 시간 컨테이너 야적장에 도착한 백주영 씨. 본인이 배정받은 위치에 화물을 내리러 간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하루가 돌아 다시 어둑해지려는 시간 컨테이너 야적장에 도착한 백주영 씨. 본인이 배정받은 위치에 화물을 내리러 간다. 그가 충북 진천에서 가져온 컨테이너가 크레인에 실려 야적장으로 이동한다. 이 컨테이너는 곧 컨테이너 선박에 옮겨져 기나긴 항해를 떠난다.

주영씨가 충북 진천에서 가져온 컨테이너가 크레인에 실려 야적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충북 진천에서 가져온 컨테이너가 크레인에 실려 야적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컨테이너를 내리고 주영씨의 하루가 끝났다. 오후 5시. 백주영 씨는 다시 사무실에서 지시받은 항구로 이동하고, 새로운 하루가 또 시작된다. 잠깐의 여가 시간도 없다. 그는 이렇게 주 6일 총 90시간을 일한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전부 운전만 하는 시간이다. 초장시간 일하는 화물노동자들의 하루는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대한민국 산업은 이렇게 화물노동자의 희생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텨왔다.

이날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오전 10시 30분께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투표 여부와 상관없이 파업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화물연대 지도부를 향한 질책도 이어졌다. 부산지부는 "파업에 대한 성과가 없는 것을 노조원 책임으로 돌린다"며 현 사태를 지적했다.

그리고 이날 화물연대는 오전 9시부터 전국 16개 지역본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종료 찬반투표'를 진행해 61.82%로 파업 종료 찬성을 가결했다. 15일 동안 전국 각지에서 투쟁을 벌였던 전국 2만6000여명의 화물연대 조합원은 복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이 정부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종료된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분주하게 컨테이너선에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크레인들. 주영씨가 가져온 컨테이너도 컨테이너선을 통해 해외로 향한다. 컨테이너를 내리고 주영씨의 하루가 끝났다. 지금 시각 5시. 주영씨는 다시 사무실에서 지시받은 항구로 이동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잠깐의 여가시간도 없다. 그는 이렇게 주6일 총 90시간을 일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운전하는 시간이다. 초장시간 일하는 화물노동자들의 하루는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분주하게 컨테이너선에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크레인들. 백주영 씨가 가져온 컨테이너도 컨테이너선을 이용해 해외로 향한다. 컨테이너를 내리고 백주영 씨의 하루가 끝났다. 오후 5시. 그는 다시 사무실에서 지시받은 항구로 이동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잠깐의 여가시간도 없다. 이렇게 주 6일 총 90시간을 일한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전부 운전하는 시간이다. 초장시간 일하는 화물노동자들의 하루는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화물연대는 총파업 철회 후 당정의 약속을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은 무효가 됐다"고 선을 그었다. 화물연대를 더욱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생계를 걸고 투쟁에 임했던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다시 대한민국 산업의 쳇바퀴가 되기 위해 복귀를 선택했다. 본인들의 파업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면 안 된다는  결단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본인들의 생계도 포함된다. 적은 수익이지만, 달려 있는 식구들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해서 유류보조금까지 빼앗겠다고 말했다. 화물노동자에게 1년에 지원되는 유류보조금(4400L)은 2주면 동난다. 화물 노동자의 숨을 잠시나마 돌리게 할 수 있었으나, 그마저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생계를 가지고 협박하는 것만큼 치졸한 것은 없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노동자에게 법과 원칙이라는 칼춤을 추기엔 생각보다 희생하는 사람이 많다. 희생과 자부심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이제는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압박으로 대한민국 산업이 돌아갈지 알 수 없다. 부품이 고장난 설국열차는 언제 멈출지 모른다. 화물연대는 정부와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 철회로 산업현장에 복귀한 만큼, 정부도 그에 상응하는 답을 내놔야 한다.

김근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