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확률형 아이템이 과소비 부추겨"
게임업계 "자율에 맡겨야"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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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서경 기자자] 확률형 아이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넘지 못한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두고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가 금전 등을 이용해 높거나 낮은 가치의 아이템을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얻을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소액으로도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으나, 원하는 아이템을 뽑기 위해 지출해야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이에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이를 계속 구매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행성 조장 논란이 있어 왔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2015년 7월부터 자율규제를 시행해왔으나, 지난 2021년도에 일부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사건’으로 이용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트럭 시위와 불매 운동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이번에 발의된 게임산업법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기 의무화 △확률형 아이템 구성 정보 공개 △컴플리트 가챠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획득한 아이템의 유무는 게임 내에서 게임 진행 속도, 유저 간 경쟁, 캐릭터 강함의 척도에 중대한 영향을 주도록 설계돼 있다”며 “다수의 게임이 매출을 높이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활용해 과소비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시장 개입을 피해야하고 법을 통한 규제는 최후의 수단이나, 게임산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다”며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문제와 게임산업 피해 등을 우려돼 신중해야 한다는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대표로 계류된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관련해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작년 12월 20일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대부분의 위원이 찬성했고, 지적된 부분에 대해 법안을 보완하면 다음 법안소위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22년 11월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2년 11월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규제, 부담스러워”

업계는 이번 발의된 게임산업법 개정안 중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기 의무화와 처벌 부분에 대해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재작년 확률형 아이템 이슈 이후, 대다수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정보 공개를 유‧무료 결합형상품 등을 포함해 대부분 공개하고 있다”며 “또한 업계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의 비중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일종의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확률 공개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만약 시스템 상 오류가 생겼거나 위반으로 판단돼 법적 규제로 들어갔을 때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한 이용자는 “확률이 낮아서 (확률형 아이템 뽑기) 시행 횟수가 많아질수록 유저가 손해보는 것은 인정하지만, 뽑기에 실패했을 때 얻는 아이템들이 너무 쓸모없는 경우가 많다”며 “최소한 뽑기가 있으려면 뽑기 실패 횟수를 누적시켜 일정 횟수를 달성하면 확정적으로 원하는 아이템을 뽑거나 강화할 수 있는 ‘천장 시스템’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별 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가 발표한 작년 11월 한달간 자율규제 준수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업체는 97.2%, 해외업체는 52.8% 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의 자율규제 준수에 비해 해외업체는 자율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셧다운제 제도도 쉽게 들어왔지만, 현재 실정과 맞지 않다고 바뀌는 데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렸다”며 “법제화를 피할 수 없다면,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문제 등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갔을 때 생길 수 있는 산업적 측면에서의 문제 해결이 선행된 이후에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이 실제와 달라도 제대로 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자율규제는 게임사가 신고하는 확률이 정확한 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며 “자율규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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