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시아 선수로선 유일
대박 계약이라는 평가
김주형이 나이키 의류를 입고 스윙을 하고 있는 모습. /김주형 인스타그램 캡처
김주형이 나이키 의류를 입고 스윙을 하고 있는 모습. /김주형 인스타그램 캡처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앞서 3일 김주형(21)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놀라운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에는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이키 경기복 상·하복을 입은 선수가 코스를 거닐고 있었다. 선수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다.

김주형은 2020년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CJ로고를 달고 활약했다. CJ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그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덥석 손을 잡았다. 골프 후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3일 본지에 “나이키의 놀라운 제안 금액에 기존 후원사인 CJ 측도 딱히 경쟁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나이키의 후원 계약 금액은 입이 쩍 벌어질 수준이다. 5년간 무려 2000만 달러(약 249억 원)를 받는 조건이다. 계약 조건을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더 놀랍다. 나이키가 김주형을 얼마나 존중해줬는지 알 수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주형은 아시아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나이키 팀에 합류했다. 나이키는 종목을 불문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과 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농구의 마이클 조던(60)과 LA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39·이상 미국), 골프의 우즈,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 등이 나이키 로고를 품에 안은 선수들이다. 그 사이에 아시아 골퍼 김주형이 가세했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나이키는 최정상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다. 선수와 계약 시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계약하는 이른바 ‘헤드 투 토(Head to toe)’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김주형에게만큼은 예외 사항을 적용했다. 김주형의 오른팔 소매에는 여전히 다른 브랜드가 새겨져 있다. 바로 지난해 후원 계약한 명품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 로고다. 나이키는 자사 원칙을 깨면서까지 김주형을 잡았다. 그만큼 김주형의 스타성과 잠재력을 높게 본 것이다.

김주형의 스윙을 가르쳐온 이시우(42) 빅피쉬골프아카데미 원장은 전화 통화에서 “남들보다 연습을 많이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게 어떤 건지 빨리 캐치해 연습으로 보완하려 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 하는 의지는 프로 선수들에겐 중요한 부분인데 그걸 알고 실행에 옮기려 한다는 게 큰 강점이다”고 김주형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강점을 더 부각시키는 쪽보단,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완벽’에 가깝게 하는 게 김주형의 성장 비법이다.

이전까지 CJ의 후원을 받았던 김주형. /PGA 투어 페이스북
이전까지 CJ의 후원을 받았던 김주형. /PGA 투어 페이스북

사실 한국 프로골퍼가 나이키의 선택을 받는 건 지극히 드문 일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세대 스타 박지은(44)은 2003년 나이키의 후원을 등에 업고 이듬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구 크래프트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쥐었다. ‘남자골프 전설’ 최경주(53)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나이키 로고를 새겼다. 이후 노승열(32)이 2013년 나이키와 계약을 체결했고 2016년엔 박소혜(26)가 나이키 로고를 새기고 골프장에 등장했다. 2020년엔 손예빈(20)이 나이키의 후원을 받았고, 올해 김주형이 나이키의 눈에 들었다.

그동안 골프계 대박 계약으론 2002년 CJ와 손을 잡은 박세리(46)의 사례가 주로 언급된다. 당시 5년 150억 원(연봉+인센티브) 수준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그러나 이번 김주형이 계약한 금액은 박세리의 당시 계약 금액을 훨씬 웃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박세리의 2002년 계약보다 초대박 계약이라는 평가다.

한 골프용품업체 관계자는 “후원 선수를 결정할 때는 스타성도 스타성이지만, 실력과 잠재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김주형은 그런 부분에서 나무랄 데 없다. 아울러 승부처에서 강한, 특유의 베짱까지 있는 선수로 나이키의 선택을 받게 되지 않았나 추측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박종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