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RE100 가입 기업 27개사…美 95·日 71개사에 한참 못미쳐 
정부 '10차 전기본', 수정 NDC보다 재생E 비중 8.6% 감소
"글로벌 시장 압박 커지는데 정부 에너지정책은 역주행"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일대 풍력발전단지 전경. / 연합뉴스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일대 풍력발전단지 전경.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올해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주도로 전 세계적인 탄소규제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저조한 RE100 가입률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200대 기업 중 RE100 가입을 선언한 기업이 10%에 불과하고, 여기에 더해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오히려 기업들의 RE100 가입에 건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SG행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시총 200대 기업(2021년 기준) 중 지난해까지 RE100 가입을 선언한 기업은 총 20개 사(社)에 불과했다. 

RE100을 선언한 20개 사는 △네이버 △SK텔레콤 △KT △KB금융 △JYP Ent △미래에셋증권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이노텍 △한국전력 △SK △고려아연 △삼성SDI △아모레퍼시픽 △한화솔루션 △SKC 등이다. 국내 전체 기업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지난해까지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27개 사에 불과하다. 

반면, 해외 기업의 RE100 가입 현황(지난해 6월 기준)을 살펴보면 주요 3국 가운데 미국은 95개 사, 일본은 71개 사, 영국은 48개 사가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전 세계 RE100 가입 기업 수는 371개 사로 이미 RE100을 달성한 기업도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61개 사에 달한다.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래 일정 시점에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달성하는 목표를 공표하고 △계획대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한 뒤 △조달 현황과 목표 대비 진행 여부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에 보고하고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해외 RE100 가입 기업 및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업종별 RE100 가입 기업 현황. (그래픽=송혜숙 기자)
해외 RE100 가입 기업 및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업종별 RE100 가입 기업 현황. (그래픽=송혜숙 기자)

◆ RE100 가입 기업 증가해도 재생에너지 전력공급 우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RE100 가입 기업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수요도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우려할 만큼 적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의 시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들은 국내기업의 원활한 RE100 달성을 돕기 위해서는 태양광·해상풍력을 집중 육성해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려야 최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등 앞으로는 탈탄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국내기업들의 해외 수출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원전 비율을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한 정부의 10차 전력기본수급기본계획이 기업들의 RE100 가입 검토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2일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량 비중은 2018년 23.4%에서 2030년 32.4%까지 늘어난다.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는 6.2%에서 21.6%로 증가하며, 그 중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18.6%다. 지난 2021년 문재인정부가 수립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수정 NDC)'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27.2%)보다 8.6% 낮춘 것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교수(에너지전환포럼 대표)는 16일 <한스경제>와 통화에서 "현재 국내 기업들이 RE100 가입을 선언하거나, 가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국내) 조건 자체는 매우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압박이 크기 때문"이라며 "10차 전기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춘 만큼, 발전용량도 줄어들게 될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재정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가 우선"이라며 "PPA(직접 전력 구매계약) 등 제도적 지원은 그 다음이다. 우선은 시장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안내를 받으며 건설이 중단돼 있는 신한울 3‧4호기 원자로 주단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안내를 받으며 건설이 중단돼 있는 신한울 3‧4호기 원자로 주단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 RE100 대표의 경고…"尹, 재생E 확대하지 않으면 韓 경제적 잠재력 저해"

해외 기관에서 우리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에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그룹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마이크 피어스 RE100 임시 대표 겸 시스템전환 이사의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고성 서한을 보낸 것이다.

피어스 RE100 대표는 서한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21.6%로 감축한 것은 상당한 역주행"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긴급하고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경제적 잠재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의 주요 기업 28곳이 RE100 회원으로, 이들이 한 해 사용하는 전기는 77 TWh(테라와트시)로 국내 전력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한국은 우리 회원국들 사이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회원사들은 현재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2% 남짓만 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관련해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 추진 강도는 해외에 비해 낮다"고 평가하며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 위주로 집중(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한 연구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태양광에서 해상풍력으로 전환 중"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RE100과 CBAM(탄소국경제도) 등에 따라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우선시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속도감 있게 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한 연구원은 윤석열정부의 신에너지정책 발표 한달 전인 지난해 6월 산업부가 주최한 포럼에서 "원전만 믿고 (재생에너지 등) 다른 쪽을 소홀하게 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지난해 11월 14일 발표한 '2023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 환경운동연합 제공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지난해 11월 14일 발표한 '2023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 환경운동연합 제공

◆ 국내 기업들 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서 뒤쳐지면 수출 타격 전망 

업계는 글로벌 탄소규제 강화 기조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수출 산업에 미칠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 KDI 국제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공동 연구팀이 2021년 발간한 'RE100이 한국 주요 수출 산업에 미칠 영향'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때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의 수출액이 각각 15%, 31%, 4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국가적 기후 목표와 이행 수준평가에 있어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 평가 기관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18번째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인 60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재생에너지·에너지 소비 무분에서 '매우 저조함' 평가를, 기후 정책 부문에서 '저조함' 평가를 받았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카자흐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 3개국에 불과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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