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대상 기준 금액 상향…5억원 미만 소규모 거래는 제외
공정위 “기업 공시 부담 줄위기 위한 취지”
76개 대기업 2021년 내부거래 증가…직전 연도보다 18.8%↑
시민단체 “재벌 경제력 집중 우려…내부거래 증가로 지역경제에도 영향”
공정거래위원회. /한스경제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윤석열 정부가 대기업의 내부거래 규제를 완화하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지정된 76개 대기업의 내부거래가 증가한 가운데 느슨한 규제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11년 만에 내부거래 공시 기준 금액 완화…5억원 미만 공시 대상 제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6일 ‘대기업집단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대상 기준 금액을 종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고 5억원 미만 소규모 거래는 이사회 의결·공시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정위는 제도 개선 배경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공시 부담을 꼽았다. 지난 2000년 도입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제도 기준 금액은 100억원이었다. 하지만 대기업 내부거래 규모가 상당하고 수의계약 같은 불투명한 계약이 이뤄지면서 지난 2012년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에 기준 금액을 현행 50억원으로 대폭 낮추며 공시대상을 확대했다.

반면 이번 정부 들어 공정위는 현행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봤다. 제도 도입과 기준 금액 하향이 거시경제와 기업집단 규모 확대 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선 방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관련 법령과 하위 규정 개정 등 필요한 입법절차를 신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17일부터 오는 2월 27일까지 41일간 입법예고를 하고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연내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76개 대기업(2022년 5월 지정)의 내부거래 규모. /공정거래위원회

◇ 여전한 대기업 내부거래…재벌 경제력 집중 우려

문제는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규제가 풀릴 경우 ‘쪼개기 내부거래’나 ‘깜깜이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6개 대기업(지난해 5월 지정)의 내부거래 금액은 2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183조 5000억원보다 18.8%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총수 또는 총수 2세가 지분을 많이 보유할수록 내부거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수 지분율이 20% 미만인 계열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11.8%로 전체 회사(11.6%)보다 소폭 높았다. 지분율이 20% 이상인 경우 8.6%로 감소했지만 △30% 이상 11.7% △50% 이상 16.5%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분율 100% 이상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23.7%에 달했다.

총수 2세의 경우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 증가 양상이 보다 뚜렷했다. 지분율이 20% 미만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11.4%에 불과했지만 △20% 이상 19.3% △30% 이상 20.5% △50% 이상 21.2%로 높아졌다. 지분율이 100%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29.3%로 나타나 3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내부거래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자 시민단체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다. 향후 대기업의 내부거래가 증가해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 문제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공시대상 기준 금액 상향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재벌들에게 일감 몰아주기로 경제력을 집중시켜주는 상황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기준 금액 상향만 볼 게 아니고 그 영향이 지역 경제에도 미칠 수 있다”며 “만약 삼성이 내부거래만으로 세워진 삼성웰스토리(급식업체)가 아니라 지역 업체를 활용했다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데, 이번 개선 방안으로 대기업 내부거래가 늘면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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