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통신 3사 주최 글로벌 빅테크 망 무임승차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SK브로드밴드 김성진 실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통신 3사 주최 글로벌 빅테크 망 무임승차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SK브로드밴드 김성진 실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서경 기자]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의 급성장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며 불거진 ‘망 사용료’ 분쟁이 글로벌 무대에서 논의되는 가운데,국내서도 망 사용료 입법 여부가 다시 주목되고 있다.

망 사용료는 OTT 플랫폼들이 대거 등장하며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자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KT와 같은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CP(콘텐츠사업자) 측에 망을 사용하며 발생시킨 데이터 트래픽에 대해 요구하는 금액이다.

현재 망 사용료는 기업과 기업 간의 계약을 통해 CP사들이 ISP에게 지불하고 있으며, 네이버‧카카오‧왓챠 등의 국내 CP사들과 아마존(트위치)‧메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해외 CP사들이 이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데이터 트래픽 점유율은 구글 27.1%, 넷플릭스 7.2%, 메타 3.5%, 네이버 2.1%, 카카오 1.2% 순이다. 이들 업체 중 데이터 트래픽 점유율이 높은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0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소송이 제기되며 망 사용료 논란에 불이 붙었으며, 국회에서도 지난 2022년 10월 망 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유형·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튜브는 오픈넷을 통해 망 사용료 입법 반대 서명운동 참여를 촉구하며 “망 이용료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ISP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며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경우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을 이용하는 CP사 입장에서는 그 대가를 내고 사용하는 것이 업계의 룰”이라며 “통신회사와 CP사가 협상을 통해 대가를 결정해 정산을 해야 하는 것인데, 넷플릭스와 구글은 협상 테이블에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협상을 안 하면 통상적으로 임의적 차단 등 제재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국내 ISP는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이를 약점 삼아 계속 협상을 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을 전기통신사업법에 추가해서 만들어 넣자는 것이 논의가 됐던 것”이라며 “입법이 된다면 넷플릭스와 구글이 협상 자리에라도 나올 가능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망 사용료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해지면서 망 사용료 지급 의무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안건에 상정되지 못한 채 계류돼있는 상황이다.

◆ 해외 ‘망 사용료’ 법제화 움직임... “글로벌 형평성 등 고려돼야”

국내에서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을 두고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망 사용료 규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글로벌 CP와 유럽연합 ISP들에게 투자 현황과 클라우드 인프라 전환 계획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법제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750개 통신 업체들이 모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내달 2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망 사용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 국내에서도 망 사용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일(현지시간)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망 사용료 등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CP사들은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해 반대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한 CP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낮은 품질로 인터넷 서비스를 경험하게 할 수 없으니 서비스 품질 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것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통신사의 망을 이용하니까 이용하는 만큼의 사용료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대용량의 서비스를 공급하는데 있어서 특정 용량에 따른 비용이 정해진다면, 향후 3D‧가상현실‧증강현실처럼 상당한 데이터를 소비하게 되는 미디어 서비스를 개발했을 때 비용의 발생으로 활성화가 힘들 것”이라며 우려했다.

다만, “만약 망 사용료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최소한 국가별로 어떻게 요금을 책정할 것인지, 소비자 후생이나 글로벌 환경에서의 형평성 유지 등이 잘 지켜지는 방향으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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