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김다인(왼쪽)과 흥국생명 김다솔. /KOVO 제공
현대건설 김다인(왼쪽)과 흥국생명 김다솔. /KOVO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여자배구 현대건설 김다인(25)과 흥국생명 김다솔(26)은 ‘성공은 지명 순이 아니다’라는 격언을 몸소 증명하는 선수들이다.

김다인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전체 8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다. 앞서 뽑힌 선수가 7명, 뒤에 지명된 선수가 8명이니 지명 순번은 중간 정도다.
지명 순번이 말해 주듯 고교 시절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웃사이드 히터와 리베로로 뛰다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야 세터를 시작했다. 구력이 짧았던 탓에 같은 해 드래프트에 나온 이원정(23·흥국생명), 이솔아(25·IBK기업은행)보다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2017-2018시즌부터 3시즌 동안 6경기 12세트 출전에 그쳤다. 2018-2019시즌에는 단 1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코트 안보다 바깥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하지만 버티고 또 버텼다. 명세터 출신인 이도희(55) 감독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조금씩 성장했다.

2019년 KOVO컵 대회에서 라이징스타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다음 해엔 이다영(26·루마니아 라피드 부쿠레슈티)이 흥국생명으로 이적하면서 주전 세터 자리를 꿰찼다. 2020-2021시즌 처음 주전 기회를 얻었으나 경험 부족 문제를 노출했고, 팀도 최하위(6위)에 그쳤다. 

프로 5년 차이자 주전 세터로 2시즌째를 맞은 2021-2022시즌 마침내 알을 깨고 나왔다. 세트 2위(세트당 10.5개)에 오르며 현대건설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베스트 7에도 선정됐다.

김다인은 올 시즌에도 안정적인 토스와 탁월한 볼 배분으로 현대건설의 선두 독주를 이끌고 있다. 18일 오전까지 세트 1위(세트당 11.3개)에 랭크됐다. 

김다솔은 2014년 드래프트에서 수련 선수로 흥국생명에 뽑혔다. 신인 드래프트 라운드 외에 지명되면 ‘수련 선수’라 칭한다. 계약금을 투자할 만큼 좋은 기량을 갖추진 않았지만, 발전 가능성이 보이면 수련 선수로 뽑는다. 수련 선수 성공 사례는 매우 드물다. 대다수 수련 선수는 입단 후 웜업존에만 머무르다 1∼2년 사이에 사라진다. 

김다솔도 다른 수련 선수들처럼 수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조송화(30), 이다영 등 주전 세터들의 그늘에 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배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참고 버텼다.

흥국생명 김다솔(왼쪽)과 김연경. /KOVO 제공
흥국생명 김다솔(왼쪽)과 김연경. /KOVO 제공

인내와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다영이 2020-2021시즌 도중 학교폭력 논란으로 이탈하면서 주전 세터를 맡았다. 2021-2022시즌에는 박혜진(20)과 번갈아 출전하며 출전 시간을 양분했다. 올 시즌엔 박혜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주전 세터 중책을 맡았다.

다소 기복은 있으나 야전사령관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쌍포인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6·등록명 옐레나)와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35)에게 적재적소에 공을 올려 득점을 돕는다. 

김다솔은 올 시즌 세트 2위(세트당 10.9개)를 마크하고 있다.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수련 선수 성공 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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