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표준운임제, 화주 자율적으로 운임 결정 가능
화물연대 “정부가 차주에게만 칼날 들이대”
공정위, 현장조사 방해 혐의로 화물연대 고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화물연대 고발과 함께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강제력을 무력화한 ‘표준운임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안전운임제 폐지 수순에 돌입하겠다는 것으로 화물연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방안’ 공청회를 열고 표준운임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표준운임제는 운송사와 차주 간 운임은 강제하지만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은 강제하지 않는 제도로 정부가 매년 가이드라인을 공표한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이 내려질 수는 있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안전운임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간 ‘화물업계 최저임금’ 역할을 하던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운전기사의 최소 운임을 정부가 정하는 제도로 정부는 화물화주와 운송사 간에는 ‘안전운송운임’을, 운송사와 차주 간에는 ‘안전위탁운임’을 정해 강제해왔다. 만약 국토부가 정한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면 과태료를 부과했다.

안전운임제가 표준운임제로 전환된다면 화주는 자율적으로 운임을 정해 운송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18일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국토부가 주최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요구사항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국토부가 주최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요구사항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운임을 결정하는 운임위원회 구성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운임위원회는 공익위원 4명과 화주대표 3명, 운송사 대표 3명, 차주 3명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공익위원을 6명으로 늘리고 화주 3명, 운송사, 차주를 각각 2명으로 줄였다. 화주의 입김이 더 세진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정부가 차주에게만 칼날을 돌리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19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재도개선안에 대해 “화주 대기업 의견만을 반영한 편향적이고 문제적인 개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표준운임제의 핵심은 화주에 대한 처벌규정 삭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며 “화주에 대한 강제력 없는 표준운임제 도입은 사실상 안전운임제의 폐지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존 안전운임제에서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음에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근거로 들며 강제성이 없는 표준운임제가 도입되면 운임제 자체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의 제도 개편 또한 국회의 논의가 필요한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담은 개정안을 본회의에 단독 상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표준운임제에 대한 논의는 또 다른 여야 갈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도 공정위의 현장조사 방해 등을 이유로 화물연대의 고발을 결정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12월 2일과 5일, 6일 등 3일 총 3차례에 걸쳐 화물연대 사무실 현장 조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공정위 측은 “이러한 (방해)행위가 조직 차원에서 결정, 실행됐고 공정위의 원활한 조사 진행이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 조사가 중립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조사 당시 브리핑을 통해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소속된 화물 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 등에서는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이를 두고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공정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훼손하는 전혀 공정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은 대법원 판단기준에 따라 노동3권의 주체가 되는 노동자”라고 반발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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