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권순우, ATP 투어 대회 2회 우승… 세계랭킹 52위 상승
'레전드' 이형택 감독 "체력, 멘털 강해졌다"
"지금 권순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
권순우는 레전드 이형택 감독을 넘어 한국인 최초 ATP 투어 대회 2회 우승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연합뉴스
권순우는 레전드 이형택 감독을 넘어 한국인 최초 ATP 투어 대회 2회 우승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체력과 멘탈 좋아진 권순우(26),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이형택(47)은 한국 테니스의 간판 스타였다. 특히 세계무대에서 ‘선구자’로 나서며 활약했다. 2000년 US오픈 남자 단식 16강에 오르며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 같은 대회에서 다시 한번 16강에 진출을 일궈냈다. 전성기였던 2007년에는 세계랭킹 36위까지 올랐다. 2009년 현역 은퇴 후엔 이형택 테니스아카데미 재단을 설립하며 풀뿌리 양성을 위해 힘썼다. 지난해 7월에는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오리온 테니스단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한국 남자 테니스 기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형택 감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기록들을 하나씩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나가는 선수가 있다. 바로 권순우다. 권순우는 앞서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총상금 64만2735달러) 결승전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25위)을 2-1(6-4 3-6 7-6)로 꺾고 우승했다. 레전드 이형택 감독을 넘어 한국인 최초 ATP 투어 대회 2회 우승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아울러 세계랭킹을 52위까지 끌어올렸다. 개인 최고 순위 타이기록을 마크했다.

키 180cm, 몸무게 72kg의 신체 조건을 갖춘 권순우는 빠른 발과 다양한 스트로크 플레이 구사가 강점이다. 최근에는 서브 속도와 백핸드 안정감이 좋아지는 등 전체적인 기량 향상을 일궈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는 세계적인 선수인 노박 조코비치(36·세르비아)를 상대로 2시간 27분의 혈투를 펼치기도 했다. 비록 경기에서 1-3(3-6 6-3 3-6 4-6)으로 아쉽게 패했으나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레전드' 이형택 감독은 권순우에 대해 "체력적인 부분과 멘털이 굉장히 강해졌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23일 오후 서울시립대학교 웰니스센터에서 열린 2017 울트라 미디어데이에서 전 테니스 선수 이형택이 상대의 서브를 리시브하고 있다. /연합뉴스
'레전드' 이형택 감독은 권순우에 대해 "체력적인 부분과 멘털이 굉장히 강해졌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23일 오후 서울시립대학교 웰니스센터에서 열린 2017 울트라 미디어데이에서 전 테니스 선수 이형택이 상대의 서브를 리시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형택 감독은 권순우의 최근 성장세와 관련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형택 감독은 본지와 통화에서 “동계 훈련을 정말 열심히 한 것 같다. 특히 체력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경기가 오래 흐를수록 약간 불안한 모습이 없지 않아 있었다. 길게 가면 ‘힘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기들도 종종 보였다”며 “그런데 이번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에서는 마지막 3세트에 역전승을 거뒀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걸 보니 확실히 체력적인 부분과 멘탈 부분이 굉장히 강해진 것 같더라”고 흐뭇해했다.

테니스 경기에서 이기려면 스트로크, 서브 등 기술에서 높은 완성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기술 훈련에 매달린다. 그러나 기술만 가지고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순 없다. 기본 체력이 뒷받침 돼야 비로소 기술도 빛을 본다. 결국 후반부에는 누가 더 체력이 남아 있느냐가 승부의 열쇠가 된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체력 훈련을 한다. 조코비치는 2010년부터 글루텐을 끊는 등 식단 조절을 하면서 체력을 키웠다. 또한 스트레칭과 스포츠 마사지는 물론 주 2회 한의학 침 시술을 받으며 근육을 관리한다. ‘강철 체력’으로 유명한 라파엘 나달(37·스페인)도 철저한 자기 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몸 관리를 위해 정시에 식사하고, 정해진 훈련량을 소화한다. 하루 4시간씩, 평균 4700kcal가 소모되는 고강도 훈련을 주 6일 진행하며 체력 관리에 공을 들인다.

권순우는 한국 남자 테니스 기록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권순우는 한국 남자 테니스 기록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형택 감독도 권순우의 체력에 주목했다. 그는 “테니스에선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더 빨리 칠 수 있다. 체력이 모자라면 초반에는 잘하다가 결국 후반에 실수들이 터져 나온다.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좋은 자세에서 치지 못하고 템포가 늦어지다 보니 범실이 나오는 것이다”라며 “체력적인 부분이 좋아지면 스윙에 파워가 실린다. 최근 권순우의 모습을 보면 스윙이 간결해졌다. 서브 속도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좋아진 체력을 바탕으로 자신감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이제 못 치는 샷은 아예 없다고 봐도 되지 않나 싶다”고 칭찬했다.

권순우는 우승의 기쁨을 안은 채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에 나섰다. 그러나 아쉽게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16일 펼쳐진 호주오픈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미국·116위)에게 2-3(3-6 7-6<7-1> 3-6 6-4 4-6)으로 석패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이형택 감독은 “서브가 강한 선수와 맞붙어서 아쉽게 졌다. 강한 서브가 장점인 선수를 꺾기 위해서는 리턴을 내주는 부분에서 더 강화돼야 할 것이다. 권순우는 아주 성실한 선수다. 본인의 단점을 본인이 더 잘 알고 노력할 것이다”라며 “더 빨리 움직이면서 강하게 치기 위해서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필요하다. 또한 지금 권순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을 것이고,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경험을 바탕으로 잘 나아간다면 향후에 더 많은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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