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토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조사
경찰, 양대노총에 공동공갈‧강요 혐의 적용
노동계 “탄압보다 고용안전 대책 세워야”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 앞에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 앞에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정부와 경찰이 건설현장 실태조사와 압수수색 등 건설노조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는 ‘노조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 원희룡 “법과 원칙으로 노조 횡포 끊어낼 것”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약 2주간에 걸쳐 ‘건설현장 불법 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 후 19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총 290개 건설업체가 불법행위를 신고했으며 이 중 133개 업체는 월례비 등 부당금품을 지급한 계좌 내역 등 입장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다. 84개 업체는 이미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러한 불법행위는 전국에 걸쳐 총 1494곳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681곳, 부산‧울산‧경남권이 521곳으로 약 80%에 해당했다.

불법행위 자체는 총 2070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월례비 요구가 1215건으로 절반이 넘어섰으며 노조전임비 강요(567건)가 그 뒤를 이으면서 부당금품 수취가 전체 불법 행위의 약 86%를 차지했다.

월례비는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 외 관행적으로 주는 돈으로 월 500만~1000만원 정도다. 월례비를 주지 않으면 자재를 천천히 인양하거나 인양을 거부하는 등 공사기간을 맞추기 힘들다.

이번 조사에 참여해 피해액을 제출한 118개 업체는 최근 3년 동안 1686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1개 업체에서 적게는 600만원, 많게는 50억 원까지 발생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피해액 대부분이 타워크레인 월례비와 강요에 의한 노조전임비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공사 지연 일수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불법행위 발생 시 공사 지연이 일어난 곳은 329개 현장이었으며 최소 2일에서 많게는 120일까지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한 공동주택 건설현장에서는 4개 건설 노조로부터 외국인 근로자 출입 통제 등 작업방해가 1개월 동안 이뤄졌으며 수당지급 요구 등 관철을 위한 쟁의행위가 3개월 발생해 총 4개월 동안 공사가 지연됐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확인한 후 피해 사실이 구체화 된 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 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간 건설사들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속절없이 끌려가고 보복이 두려워 경찰 신고조차 못했다”며 “이제는 법과 원칙으로 노조의 횡포와 건설사의 자포자기,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 경찰, 양대노총 압수수색…“엄정 대응할 것”

정부의 노조 압박은 거세지는 양상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3대 개혁 중 하나인 ‘노동개혁’을 본격화 하고 ‘노조 불법 행위 근절’을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기조에 발 맞춰 경찰도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같은 날 서울경찰청은 민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 한 데 이어 한국노총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양대 건설노조를 향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토부 실태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건설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각종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노조압박에 노동계는 ‘정부가 탄압이 아닌 건설 노동자 고용안정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국토부가 문제 삼은 ‘채용강요’ 행위와 관련해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 활동은 노동조합의 기본적 책무”라며 “정부는 ‘건설노동자의 안정된 고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논의하지 않으면서 공안탄압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건설자본이 저질러온 수많은 불법행위는 수사하지 않는지 도리어 묻고 싶다”며 “노동조합을 통해 고용을 보장받는 것이 불법이라면 정부가 고용대책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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