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맥주 판매대./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맥주 판매대./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지난해 일제히 제품 가격을 올린 주류업계가 올해에도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자 제품 판매 가격 인상 여부로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 2년 연속 제품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은 물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반 비용 상승과 4월부터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붙는 주세 인상으로 주류업계의 판가 인상 압박 요인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업체들은 지난해 말 주류업체에 빈병 가격 인상 계획을 통보했다. 최근 병당 40원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이 결정되면 공용병인 녹색병은 현재 180원에서 220원이 된다. 푸른병을 사용하는 하이트진로의 ‘진로’와 투명병을 사용하는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 등 이형병 역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 시기는 아직 미정이나 올해 1분기 내에는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주세 가격 역시 인상되며 맥주 소비자 가격 인상 요인도 커졌다. 지난 18일 기획재정부는 ‘2022년 세제 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오는 4월부터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붙는 주세를 3.57% 인상키로 결정했다. 맥주는 ℓ당 주세가 30.5원 올라 885.7원, 탁주는 ℓ당 1.5원 올라 44.4원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주세 2.49% 인상 후 맥주 출고가는 7% 넘게 올랐다. 이번에는 주세 인상 폭이 더 커 4월부터 맥주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가격 상승 요인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라 지금 당장은 제품 판매 가격을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제품 가격 인상 대신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유통채널과 유흥채널의 가격 차가 큰 점이다. 출고가 인상은 곧 유흥 채널의 가격 인상 요인이다. 납품 가격이 오를 경우 식당 및 유흥주점에서 판매되는 가격 역시 오르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유통채널과 유흥채널의 가격이 다르다는 걸 소비자들이 다 인식하고 있는 상황인데 가격이 또 오르면 유흥채널에서 매출은 점점 줄어들 수 있다”라며 “계속되는 가격 상승 요인은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매년 가격 상승요인이 발생한다는 점도 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된다. 맥주는 과세체계를 2020년 종가세에서 물품의 중량 등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종량세로 개편했다. 매년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데 이에 따라 오른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해년마다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다른 세율을 적용받는다. 주요 맥주와 막걸리 생산 기업들은 종량세가 적용되고 오른 세금에 맞춰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물가 상승폭은 나중에 둔화될 수 있겠지만 상승이 꺾이진 않을 것이다”라며 “세금이 오른만큼 수익은 줄어들게 되면 출고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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