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정우영. /LG 트윈스 제공
LG 트윈스 정우영. /LG 트윈스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정우영(24·LG 트윈스)은 KBO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다.

2019년 2차 2라운드로 입단해 그해 56경기에서 16홀드를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20년에는 첫 20홀드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7홀드 올렸고, 올해는 35개로 생애 첫 홀드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태극마크와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때 공개적으로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국제 대회 문턱에서 좌절했던 그는 '3수' 끝에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했다.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개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최종 명단(30인)에 이름을 올렸다. 정우영은 16일 한국스포츠경제와 통화에서 “구단 신년 하례식을 마치고 발탁 소식을 들었다. 못 뽑히더라도 실망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발탁돼서 정말 기뻤다. 최고 선수들만 모이는 대표팀에 선발돼서 기분 좋다”며 “설렌다. 빨리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 또 나라를 대표해서 대회에 나가는 거니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찌감치 2023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11월부터 거의 매일 잠실구장으로 출근해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김용일(57) 수석 트레이닝 코치가 계획한 프로그램을 맞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2월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막을 여는 팀 스프링캠프 훈련에 앞서 이달 중순 먼저 훈련지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릴 참이다. 그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2시 정도까지 운동한다. 고관절 운동,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기술훈련을 두루 소화한다. 캐치볼을 하고 있고, 가벼운 불펜 투구도 했다. 몸 상태는 아주 좋다”고 전했다.

WBC 공인구에도 적응하고 있다. WBC 공인구는 메이저리그 공인구인 롤링사 제품이다. 표면이 매끄럽고 실밥이 덜 솟아 있어 투수들이 손가락 끝으로 변화구 회전을 주지가 까다롭다고 평가받는다. 정우영은 “WBC 공인구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이 미끄러웠다. 실밥도 KBO리그 공인구와 다르더라. 처음엔 어색했는데 던지면 던질수록 적응이 되더라”라고 말했다.

정우영이 올겨울 공을 들이는 부분은 퀵 모션(슬라이드 스텝) 보완이다. 사이드암 투수인 그는 퀵 모션이 느려 지난해 많은 도루를 허용했다. 지난 시즌 58이닝 동안 도루를 29개나 내줬다. 정우영 상대 의 도루 성공률이 96.7%(29/30)에 달했다. 정우영은 약점 보완을 위해 조금 더 빠르고 간결하게 공을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퀵 모션에 변화를 주려 한다. 투구하기까지 시간을 단축해 도루 허용을 줄이는 게 목표다”라며 “김용일 코치님이 퀵 모션 교정에 효과적인 운동 플랜을 준비해오셔서 그에 맞춰 훈련 중이다. 2달 넘게 훈련하다 보니 익숙해졌다”고 했다.

이강철(57·KT 위즈) 대표팀 감독은 4일 WBC 최종 엔트리 30명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투수가 땅볼 유도형이다. 첫 경기인 호주전에 맞춘 것이다"라고 밝혔다. 땅볼 유도에 능한 땅볼 투수는 장타를 억제에 유리하고, 주자가 나가 있을 때는 병살타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우영은 KBO리그 대표 ‘땅꾼’이다. 지난해 땅볼/뜬공 비율(GO/FO) 4.55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KBO리그 평균 땅볼 대 뜬공 비율이 1.02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 그는 “지난 4년간 땅볼 유도형 투수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땅볼 유도는 언제든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우영은 시속 150km가 넘나드는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광속 사이드암이다. 프로 데뷔 이후 체계적인 훈련과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구속 향상을 이뤘다. 지난 시즌 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시속 151.5km를 찍었다.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해서 구속은 더 오를 수 있다. 그는 “투수라면 구속 욕심이 있는 게 당연하다. 구속이 매년 오르고 있어서 시속 160km도 욕심나지만,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다. 최고 구속보다는 시즌 끝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LG 트윈스 정우영. /LG 트윈스 제공
LG 트윈스 정우영. /LG 트윈스 제공

정우영은 가슴 속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품고 있다. 빅리거들이 다수 출전하는 WBC는 그에게 ‘쇼케이스’가 될 수 있다. “WBC는 전 세계 야구 관계자들이 모이는 큰 국제대회여서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빅리그 관계자들에게 제 실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서 던지기보단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동명이인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축구 국가대표 정우영(24·SC 프라이부르크)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봤다. “프로 2년 차 때 (정)우영이와 친해졌다. 지난해엔 우영이가 월드컵 준비로 바빠서 만나지 못했다. 올해는 꼭 만나기로 했다. 우영이가 WBC 때 응원하겠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정우영은 초등학교 시절 TV로 봤던 2009 WBC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14년 전

WBC 대표팀을 보며 프로 선수의 꿈을 키운 소년은 이제 국가대표가 돼 꿈의 무대에 등판한다. “우리나라가 높은 곳에 올라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몸 사라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저보다 좋은 투수들이 워낙 많아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내보내 주시기만 한다면 모든 경기에 등판하고 싶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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