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추신수. /연합뉴스
SSG 추신수.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새해 벽두부터 야구계가 시끌시끌하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 베테랑 타자 추신수(41)의 발언 때문이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최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 구성 등과 관련한 생각을 밝혔다.

추신수는 학교 폭력(학폭) 문제로 대표팀 최종 승선이 불발된 안우진(24ㆍ키움 히어로즈)과 관련해 “분명 (안우진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서도 “저는 한국이 용서가 너무 쉽지 않은 거 같다. (안우진이) 어릴 때 한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도 받고 출장정지도 받고 다 했다. 근데 대회를 못 나간다. 할 말이 정말 많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지난 2011년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고도 별도의 징계를 받지 않고 선수 생활을 영위한 자신과 달리 학폭 꼬리표 때문에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후배가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야구계 선배로서 어린 후배에게 측은지심을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헛다리를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고척스카이돔=김근현 기자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고척스카이돔=김근현 기자

안우진은 고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 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아마추어 대회에도 영구 출전 불가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WBC 대표팀 승선을 겨냥해 "학교 폭력이라는 네 글자의 주홍글씨로 진실을 덮는 건 아니다"라는 의견문을 발표했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피해자 4명 중 3명의 '과도한 폭력은 없었다'는 내용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오히려 학교 폭력을 가볍게 여기고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윤리적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학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제 학폭은 중범죄로 인식된다. 최근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도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추신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안우진의 학폭 논란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자를 용서하지 못한 피해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온정주의는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관행이다. 프로 선수는 꿈나무들에게 본보기가 돼야 한다. 야구만 잘하면 되는 시대, 야구로 속죄하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도 용서가 쉬워져선 안 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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