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슬로 사라진 화장품 계열사 ‘메디페르’
안국바이오진단, 코로나 호황기에도 적자
어진 전 안국약품 부회장. /안국약품 제공
어진 전 안국약품 부회장. /안국약품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어진 전 안국약품 부회장이 사내이사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경영 능력에 업계 안팎에서 ‘물음표’가 붙고 있다. 대표이사 사임 전 안국약품은 영업손실이 확대됐고, 계열사 3개 역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국약품은 오는 27일 오전 9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어 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어 전 부회장은 지난해 초까지 안국약품 대표이사로 지내다가 같은 해 3월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어 전 부회장은 고(故) 어준선 명예회장의 안국약품 주식 267만7812주(20.53%)를 지난해 12월19~20일 전량 상속받아 지분율이 기존 22.68%에서 43.22%로 높아졌다. 여기에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안국약품 지분율은 49.75%에 이른다. 따라서 오는 27일 열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어 전 부회장의 이사회 복귀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 불법 임상시험 및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불법 임상시험은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으며, 불법 리베이트는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다른 논란은 어 전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다. 그가 대표로 있던 당시 안국약품은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국약품 매출은 2019년 1559억원에서 2020년 1434억원으로 8% 쪼그라들었다가, 2021년 1635억원으로 1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9년 24억원에서 다음 해 6100만원억의 영업손실이 발생, 적자전환했다. 이어 2021년 영업손실 11억원을 기록, 적자 폭이 확대됐다.

어 전 부회장 사임 후 안국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고,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74억원을 달성하며 회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불법 리베이트 적발로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82개 품목에 대한 3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다.

다만 감기약 6개 품목에 대해서는 처분 유예를 받았고, 밀어내기 영업 등의 꼼수 행위가 관행처럼 남아있는 만큼 제약사에는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업계 지배적인 시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 전 부회장 대표 재임 당시 발생한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된 점을 고려하면 그가 사내이사로 복귀할 명분은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어 전 부회장이 이끌던 자회사들 역시 이렇다 할 존재감 한 번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장품 자회사 ‘메디페르’는 지난 2018년 설립 후 이듬해 약 13억원의 매출을 정점으로 계속 쪼그라들어 2020년 8억원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역시 9억원에 그쳤다. 또한 지난 3년간(2019~2022년 3분기) 누적 순손실은 총 12억원이다. 게다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본금이 3000만원밖에 남지 않아 자본잠식 위기였다. 

안국약품은 메디페르 설립 초부터 지난해 초까지 약 17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하며 지원했다. 초기 출자금 17억원은 전액 손상차손 처리했다. 어 전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맡을 정도로 무게를 실었지만, 11월 안국약품은 흡수합병을 결정하며 사업을 정리했다.

어 전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던 안국바이오진단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2억 5023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021년 2억 9168만원 순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그러나 2020년 2억 6459만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로 진단 사업이 최대 호황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장에서 도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채비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0년 1244%에서 2021년 1만 8482%로 폭등했고, 지난해 3분기 952%로 1만 7530%포인트 하락했다.

제네릭(복제약) 자회사 안국뉴팜도 상황이 좋지 않다. 2019년 9억원, 2020년 5억원, 2021년 10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 1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2020년부터는 지속된 적자로 완전자본잠식(2022년 3분기 기준 자본 -10억 9754만원, 부채 94억 3760만원, 자산 83억 4007만원)에 빠져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어 전 부회장이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안국약품 사내이사로 복귀하겠지만, 당분간 대표이사에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간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고, 사법 리스크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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