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CE 작년 영업익 1조5000억원…전년의 40%
LG HE·H&A 영업익 1조1000억원…전년의 30%
전장 실적 강화로 가전 부진 상쇄…대형·프리미엄
마케팅, 삼성 공격적·정면돌파…LG 감축·수익성 방어
삼성전자 새해부터 생활가전사업부 조직 전면 쇄신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이달 초 어닝 쇼크 수준의 지난해 잠정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도 글로벌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TV·생활가전 사업의 실적 하향이 전망된다. 양사는 TV·가전 시장 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위기 돌파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5일 증권가는 삼성전자 생활가전·TV를 담당하는 CE(소비자 가전) 사업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30% 이상 하락한 2000억원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CE 사업부 영업이익도 전년(3조6500억원)의 40% 수준인 1조5000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관측했다. 

LG전자도 지난해 HE(TV)·H&A(생활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의 30% 수준인 1조1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시장은 추정했다. 특히 TV 부문은 수요 둔화로 4분기에만 1300억원대 적자를 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양사 모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큰 타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강세 등이 맞물려 수익성이 더욱 악화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는 이 같은 글로벌 경영환경이 올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진단한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성과급 규모도 대폭 삭감된다. 

삼성전자 CE 사업부는 5~7%, VD(영상디스플레이)는 18~22% 수준에 해당되는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VD 사업부는 작년 대비 절반 가량 줄었고 CE 사업부도 4분의 1 수준이다.  

LG전자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사전에 성과급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H&A와 HE 부문 모두 성과급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위기 극복을 위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공통된 전략은 TV·가전에서 쪼그라든 수익을 전장사업을 통해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또 수익성이 큰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 전략으로 실적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인 하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1% 성장한 8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예상대로라면 하만은 인수합병(M&A) 된지 6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맡고 있는 VS사업본부도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VS사업본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6000억원, 1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리테일 매니지먼트 담당 데이먼 엑스텀(Damon Ekstam)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앞두고 3일 '비스포크 프라이빗 쇼케이스' 행사에서 비스포크 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법인 리테일 매니지먼트 담당 데이먼 엑스텀(Damon Ekstam)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앞두고 3일 '비스포크 프라이빗 쇼케이스' 행사에서 비스포크 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또 두 회사는 대형화와 프리미엄 제품 확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TV에서는 하이엔드급 대형 크기 제품에 주력하고 생활가전에선 스마트가전에 집중한다. 특히 글로벌 가전 시장이 TV 시장의 3배를 초과하는 3400억달러에 달하는 큰 시장인 만큼 비스포크를 앞세워 신규 수요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전략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6일 CES 2023 기자 간담회에서 "항상 목표는 (가전·TV) 1등"이라며 "비스포크 가전의 핵심 가치인 디자인과 지속 가능, 연결성의 3개 축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부회장은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에 인공지능(AI) 에너지 모드 적용을 가속하고, 인피니트 라인 같은 프리미엄 제품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도 LG 시그니처 2세대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한다. 이외에도 듀얼 인스타뷰 냉장고, 후드 겸용 전자레인지, 더블 슬라이드인 오븐 등 2세대 제품을 통해 가전 명가 지위를 공고히 다지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CES 2023 개막 하루 전인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에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LG전자 관계자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CES 2023 개막 하루 전인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에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LG전자 관계자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마케팅 전략에서는 다소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불황에도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로 사용한 금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5.7%, 27.1% 늘었다. 이는 가전·TV 등 사업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LG전자는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가 전년 동기 대비 5.9%, 19% 감소했다. LG전자는 대대적인 비용 감축에 나서는 등 수익성 지키기에 힘쓰는 분위기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새해부터 생활가전사업부 조직 전면 쇄신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산하 키친, 리빙개발그룹 등 2개 팀을 냉장고, 조리 기기, 식기세척기, 의류 케어, 청소기 개발 그룹 등 5개 팀으로 개편했다. 개발팀 아래 소프트웨어개발그룹도 제품군별로 5개로 세분화했다. 삼성리서치에도 차세대가전연구팀을 처음으로 신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가전 조직을 전면 재편하는 것은 삼성 내부에서 가전사업부의 혁신 제품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가전 시장의 수요 침체를 극복할 혁신 제품 개발에 힘을 실어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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