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달비용 높아지자 수익성 개선이 급한 불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경기위축으로 소비회복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며 카드사들의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이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카드사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자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고채와 카드사 회사채의 금리차이를 가리키는 신용스프레드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초 2.5배까지 벌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AA+등급 3년물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는 5.307%까지 뛰었다. 지난해 11월 6%를 넘어선 것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건 그만큼 기업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여전채의 매력이 떨어지며 이자비용 증가는 카드사들의 급한 불이 아닐 수 없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총 이자비용은 2021년에 비해 7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는 지난해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에 반해 카드사 수익성 개선은 녹록지 않다.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11월 카드승인 금액은 92조 3000억원으로, 이는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회복을 기대했던 카드사의 입장에선 안타까운 실적이다. 3개월 연속 전달에 비해 카드승인 금액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졌던 지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2월사이 이후 1년 5개월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카드승인 금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카드사의 핵심 수익인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따라서 최근 카드사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프리미엄 카드를 속속 출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큰손' VIP를 잡겠다는 고급화 전략이다. 이는 연 회비 10만원 이상의 비싼 비용임에도 불구, 차별화된 혜택을 누리려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다.

대표적인 곳은 5년 만에 새로운 카드 브랜드 '헤리티지'를 출시한 KB국민카드다. KB국민카드는 연 회비 20만원의 '헤리티지 스마트카드 할인형', '헤리티지 스마트카드대한항공 마일리지형'을 우선 선보였다.

이 카드는 특급호텔과 항공, 공연·전시 15만원 할인 쿠폰(3개 중 택1) 서비스를 연 1회 제공한다. KB국민은행 거래 시 수수료도 우대해준다. 쿠폰은 발급 첫해 연 50만원, 다음 해부터는 연 600만원 이상의 이용 실적을 충족해야 한다.

할인형은 전월 이용실적 조건과 할인 한도 없이 국내 가맹점 이용금액의 1%, 해외 가맹점 이용금액 3%가 할인되며, 같은 조건으로 마일리지형은 1000원당 1마일리지, 해외 가맹점에서는 1000원당 2마일리지가 적립된다.

현대카드 역시 지난해 12월 기존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에 '스트라이프' 브랜드를 추가하며 VIP 마케팅에 불을 지폈다. 연 회비 50만원의 '더 레드 스트라이프'는 바우처 혜택을 연간 최대 70만원 수준으로 대폭 강화한 카드다.

결제 금액의 최대 2%를 M포인트로 적립(포인트형)하거나 결제 금액 1000원당 대한항공 1마일리지를 적립(마일리지형)할 수 있다. 여기에 트래블·쇼핑·고메·라이프스타일·레저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만원 상당의 바우처와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특급호텔·공항 무료 발레파킹 등의 프리미엄 혜택도 제공한다

하나카드는 4년 만에 연 회비 15만원의 프리미엄 카드 '하나 클럽H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리저브 카드'를 출시했으며, 우리카드는 지난해 하반기 연 회비 30만원대의 '다이너스 클럽' 카드를 선보였다.

그런가하면, 역발상으로 알뜰족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이종협업으로 혜택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상품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가성비'라고 불리는 합리적인 소비경향을 추구하는 MZ세대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이다.

대표적인 것은 하나카드가 1월 이디야커피와 손잡고 출시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다. 해당 상품은 발급 후 12개월간 매월 5000원 상당의 이디야 멤버스 무료 음료 쿠폰을 1매씩 제공한다. 카드 발급월을 기준으로 1년간의 실적과 관계 없이 무료 음료 쿠폰을 받아볼 수 있다.

NH농협카드는 업계 최초로 금융과 투자 관련 PLCC인 '나무 NH농협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2가지 선택형 디자인으로 출시된 나무 NH농협카드는 고객의 이용패턴에 맞춘 스마트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6개 일상영역 ▲온라인 쇼핑·배달앱 ▲오프라인쇼핑·잡화 ▲이동통신·구독 ▲대중교통·택시 ▲커피·편의점(오프라인) ▲해외 이용 시, 당월 이용금액 1위·2위 영역 이용액의 8%와 4%를 나무증권계좌로 캐시백 받을 수 있다. 재태크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겨냥한 상품이다.

PLCC의 경우, 범용 카드와 달리 특정 업체와 단독 계약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기에, 해당 브랜드의 충성고객 외에는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VIP 대상 프리미엄 마케팅도 일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지난해 롯데카드가 출시한 '로카 나누기 카드'의 사례를 들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금융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전달 실적과 무관하게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수수료 없이 일시불 결제 후 할부 결제로 변경할 수 있는 상품이다. 무이자할부 혜택을 받기 위한 전월 실적 조건도 없다.

최근 대부분 카드사들이 최근 업황을 반영해 이와 같은 할부혜택 등을 종료하거나 기간을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와 반대로 가는 행보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카드는 최근 업계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경영실적을 끌어올리며 순항 중에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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