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 /KIA 타이거즈 제공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 /KIA 타이거즈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지난 시즌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 사령탑에 오른 김종국(50) 감독은 부임 첫 시즌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가을야구 참가의 마지노선인 5위를 차지해 4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KIA에 2022년은 명가 재건의 기틀을 마련한 해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하진 못했다. 하위권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에 시즌 전체 승수(70승)의 34%인 24승을 챙겼으나, 정규리그 1∼4위 팀인 SSG 랜더스,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KT 위즈에 22승 1무 41패에 그쳤다. 순위 싸움이 절정이던 9월에는 9연패 수렁에 빠져 자칫 가을 야구 티켓을 빼앗길 뻔했다. KT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1경기 만에 퇴장했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김종국 감독은 지난 시즌을 복기하며 올해는 더 높은 곳에서 오래 가을야구를 즐기고 싶다는 새해 소망을 밝혔다. 25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그는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필승조 3명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이탈해서 많이 힘들었다. 장기 레이스를 잘 치르기 위해선 마운드 뎁스를 두껍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감독으로 한 시즌을 치르면서 많이 배웠다. 지난 시즌 성공과 실패를 자양분 삼아 올해 더 높은 곳을 향해 열심히 달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최근 장정석(50) 단장과 함께 호주에 다녀왔다. 호주프로야구(ABL) 질롱 코리아에 파견된 김규성(26)과 최지민(20)의 성장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내야 백업 요원인 김규성은 ABL에서 타율 0.281(96타수 27안타), 3홈런, 13타점, OPS 0.764의 호성적을 올렸다. 2년 차 최지민도 17경기에 등판해 18.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47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김 감독은 “김규성이 예전에는 큰 스윙으로 일관했는데, 맞히는 능력이 좋아지고 유인구에도 잘 속지 않더라. 이병규(49·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 질롱 감독의 원 포인트 레슨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최지민도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았다. 올 시즌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KIA 선수단은 2월 1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해 2023시즌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한다. 2월 1일(이하 현지 시각)부터 23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치른 뒤 24일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2차 캠프를 소화한다. 투손 캠프에선 '3일 훈련, 1일 휴식' 체제로 체력과 기술, 전술 훈련을 진행하고, 오키나와 캠프에선 연습경기를 치러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릴 예정이다.

김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마운드 뎁스와 수비 및 팀 배팅 강화에 공을 들일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선 투수력과 수비가 더 강해져야 한다. 타격 쪽에선 지난해 기록은 좋았지만, 팀 배팅 등 세밀한 부분이 부족했다. 작전야구를 강화할 참이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신인 중엔 윤영철(19)이 유일하게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23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다. 뛰어난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을 갖춰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캠프에서 선배들과 5번째 선발 투수 자리를 향한 다툼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윤영철은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다. 미래 팀의 주축 투수가 될만한 능력이 있다. 캠프에서 임기영(30), 김기훈(23) 등과 선발 한 자리를 다툴 것이다. 꼭 선발이 아니더라도 불펜으로 1군에서 뛸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 한승택. /한국스포츠경제 DB
KIA 타이거즈 한승택. /한국스포츠경제 DB

올겨울 전력 누수가 있었다. 안방마님 박동원(33)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했다. 공수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던 박동원의 이적은 KIA에 뼈아프게 다가온다. 주전 포수 발굴은 2023시즌 KIA의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지난해 백업으로 뛰었던 한승택(29)과 지난 시즌을 마치고 키움에서 데려온 주효상(26)이 유력한 주전 후보로 꼽힌다. 신범수(25), 김선우(22) 등 젊은 포수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감독은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4명 모두 타격은 부족하지만, 수비는 떨어지지 않는다. 올해 포수진은 공격보다 수비 쪽에 중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안방 전력은 약해졌지만, 불펜 뎁스는 지난 시즌보다 두꺼워졌다. LG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김대유(32)가 박동원의 보상 선수로 합류했고, 임기영, 김기훈, 윤영철 중 5선발 싸움에서 밀린 2명은 불펜에 힘을 보탠다. 호주에서 경험을 쌓은 최지민도 대기하고 있다. 장현식(28)이 팔꿈치 재활로 5월경에나 복귀할 예정이지만, KIA 불펜진은 질적, 양적으로 뛰어나다. 김 감독은 “좋은 왼손 투수들이 많아졌다. 장현식의 공백을 잘 메울 수 있을 것 같다. 장현식까지 합류한다면 불펜진이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올해 화두로 투수력, 수비, 부상 관리를 꼽았다. “올해는 전력 상향평준화가 예상된다. 한화, 롯데가 전력 보강을 많이 했다. 쉽게 볼 수 있는 팀이 없다”며 “지난 시즌보다 높은 곳에서 시즌을 마치기 위해선 안정적인 마운드와 강한 수비가 필요할 것 같다.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먼저라는 점을 선수들에게 더욱 강조할 것이다.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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