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우리금융 임추위, 이원덕·임종룡 등 차기 회장 숏리스트 공개
금융권, 완전 민영화·경영 연속성 필요...이원덕 행장 선임 전망 
우리금융 임추위가 차기 회장 숏리스트를 선정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와 경영 연속성을 고려해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 임추위가 차기 회장 숏리스트를 선정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와 경영 연속성을 고려해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가운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27일, 내부 출신인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 외부 출신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포함된 차기 회장 숏리스트(2차 후보군)를 선정했다.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의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를 이룬 점과 경영 연속성을 고려해 이 행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추위는 지난 27일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 끝에 내부 출신으로 이 행장과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외부 인사로는 임 전 위원장과 이동연 전 우리에프아이에스(FIS) 사장 등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 속에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는가 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투명한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강조함에 따라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에 금융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을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보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 1990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후 우리은행 미래전략단장, 경영기획그룹장 및 최고재무관리자(CFO),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지주 수석부사장(사내이사), 우리은행장을 차례로 역임하며 그룹 내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은 타 후보 대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임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거쳤다. 이후 지난 2013년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금융당국와 금융지주 CEO를 경험했다는 것이 임 전 위원장의 강점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의 선임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를 이룬 시점에서 정통 관료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이 선임될 경우, '관치금융'이란 오명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룹 현안에 밝고 핵심 사업 추진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회장으로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 역시 임 전 위원장의 회장 선임을 경계하고 있다. 내부 출신 인사를 차기 회장으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차단함은 물론,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승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조는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행정가이지 금융전문가라고 볼 수 없다"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 후 최고경영자의 독단과 비리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 자리에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친분 인사를 임명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우리은행 민영화 때는 금융위원장을 지내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고, 우리은행 민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경영’이라며 당시 우리은행장 인사권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던 시절을 비판했던 인물이다"며 "우리금융이 민영화를 이룬 시점에서 내부 출신을 우리금융 회장으로 임명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은 우리은행장에 이어 우리금융 재출범 당시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실적은 물론, 그룹의 완전 민영화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 손 회장의 연임이 유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권을 강타한 '관치금융'에 손 회장의 입지는 좁아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투명한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문책경고에 따른 책임' 등을 강조하며 금융지주사와 손 회장을 압박했다. 

이후 금융지주사의 CEO 인사는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연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KB금융의 조용병 회장은 세대교체를 이유로 용퇴를 결정했으며 NH농협금융지주는 손병환 회장을 대신해 친정권 인사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이에 연임이 유력했던 손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용퇴를 결정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최근엔 '관치금융'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BNK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은 수장 자리에 내부 출신을 발탁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친정권 낙하산 인사'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함에 따라 이 행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많아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금융권 실세가 공개적으로 사기업 CEO 인사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며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으로선, 경영 연속성과 안정화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의 재출범, 완전 민영화, 그룹 최대 실적 등을 이끌었던 손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가운데 그룹 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선 이 행장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의 현안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선 조직 장악력이 필요하다"면서 "현직이 오지 않을 경우 경영 연속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임기 초기 시간의 대부분을 물갈이 작업에 소모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이 행장이 차기 회장 선임에 가장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행장은 그룹에서 이인자로 꼽히면서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손 회장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왔고, 수석부사장을 역임하면서 그룹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높은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직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존 핵심 사업 추진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그룹의 '안정적 승계'를 고려할 때 차기 회장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후보 4명에 대해 다음달 1일 심층 면접, 3일에는 추가 면접을 차례로 진행해 차기 회장 후보를 최종 추천할 예정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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