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상 한국건설생활환경 시험연구원(KCL) 센터장.
        김태상 한국건설생활환경 시험연구원(KCL) 센터장.

[한스경제/ 김태상 센터장] 시험인증산업은 표준과 기술기준을 바탕으로 시험·검사·교정·인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인증이란 제품이나 프로세스가 시험 평가를 통해 규격이나 기준에 맞는가를 확인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산업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신뢰로 연결해 주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국내는 법적 근거에 따라 법적 인증제도와 민간인증제도로 구분하고 있으며 법적 인증은 강제인증과 임의인증으로 구분한다.

아울러 인증에는 공급자가 자체적으로 인증하는 제1자 인증, 구매자나 소비자가 인증하는 제2자 인증, 독립된 심사기관이 자격을 부여받은 심사원을 통해 인증하는 제3자 인증이 있다. 제품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은 사회일수록 공신력 있는 국제공인시험기관을 통한 제 3자 인증을 선호하는 추세다. 예컨대 플라스틱을 재생해서 섬유로 만드는 회사가 50%의 재활용률로 의류를 만들었다고 광고하면서 제품을 파는 경우, 회사자체 인증으로 광고를 하는 것보다 제3자 인증을 거치면 더 설득력 있는 홍보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재활용률이 높아지고 소비자가 환경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면서 탄소배출 감소까지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전 세계 시험인증시장은 234조 규모(2021년 기준)에 달한다. 통상과 무역에 있어서 제3자 인증 시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지속해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는 5.7%인 13조8000억 규모로 글로벌 인증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성장잠재력은 높다.

우리나라는 부처별로 다양한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중 온실가스 배출저감과 에너지나 자원절약을 위한 국내 인증제도를 살펴보면 우선 환경부의 환경표지제도가 있다. 이는 동일 용도의 제품 중 생산 및 소비자과정에서 오염을 상대적으로 적게 일으키거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제품에 환경표지를 표시해 제품에 대한 정확한 환경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기업이 소비자 선호에 부응해 환경제품을 개발·생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제도다. 1979년 독일에서 처음 시행 이후 현재 40여 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 저탄소 제품인증의 경우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것으로 여기에는 환경성 정보(탄소발자국, 오존층 영향, 산성비, 부영양화, 광화학스모그, 물발자국, 자원발자국)가 표시된다. 이와 함께 환경성적표지(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는 제품 및 서비스의 환경성 제고를 위해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채취, 생산, 수송 및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 대한 환경영향을 계량적으로 표시하는 제도이고 2001년부터 시행 중이다.

국토부는 녹색건축인증을 하고 있다. 자원절약형, 자연 친화적인 건축물의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2002년도부터 시행한 제도로 건축물의 자재생산, 설계, 건설, 유지관리 폐기 등 전 과정을 대상으로 에너지 및 자원절약, 오염물질의 배출감소, 쾌적한 거주환경 조성 등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등을 평가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친환경 GAP 인증을 받은 안심농산물을 대상으로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해 생산된 우리 농산물에 부여하는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도 시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대상으로 녹색기술인증을 주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해 상용화한 제품은 녹색기술제품으로 확인해주고, 이러한 제품의 매출이 20% 이상인 기업은 녹색전문기업으로 확인해서 산업부 관계기관에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1997년부터 우수재활용 제품인증을 시행하면서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종합적 품질관리시스템뿐 아니라 품질 및 성능, 환경성이 우수한 재활용 제품에 대해 GR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미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 급증 이전에도 자원의 재활용을 촉진해 환경부하를 저감하고 있다.

문제는 신뢰성이다. 인증이야말로 제품의 인지도나 안전성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최고의 방법이나 이를 위해서는 인증기관의 신뢰도가 확보되어야 한다. 즉 신기술이나 신제품의 성능이 만족하는지 시험평가 하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있는 평가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존 개념과 다른 경우 평가 방법까지도 개발되어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과학기술분야의 경우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후변화 영향물질 발생예방기술, 배출저감기술, 온실가스화 방지 및 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모니터링 및 변화예측기술, 기후변화 영향대응 기술, 기후변화 피해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개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태양전지 성능평가 기술이 있어야 하고, CO2(이산화탄소)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이 있어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 변화를 측정하거나, 개발된 이산화탄소 포집 물질이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포집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이산화탄소 측정기술이나 태양전지 성능평가 기술은 기존 측정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측정표준을 개발할 필요가 없지만, 측정기술을 고도화하거나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anti-ESG에 이어 ESG 평가결과와 그린워싱에 대한 논란이 증가하고 있다. ESG 경영 성과에 따르는 저감효과가 자기주장에 그치지 않고, 그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가 방법을 개발하고, 객관화할 여러 가지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시험인증산업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시험인증기관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시험성적서 발행을 통한 이산화탄소 저감 제도 마련과 같은 기관 스스로 실천하는 ESG 경영과 함께 환경분야 신제품의 표준개발, 환경저감 효과에 대한 객관이고 신뢰성 있는 평가방법 개발, ESG 경영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 등에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ESG 경영은 리스크 회피를 위한 수비적인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사업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시험인증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2050 넷제로를 달성하고 지구 온도를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좀 더 실체적인 ESG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상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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