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제2의 중동붐'… 정부, 사우디·UAE 합쳐 약 70조 원 MOU 체결
이병박 정부, 자원외교… 73건 중 62건 성과 없어
전문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투자유치 후속조치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투자유치 후속조치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윤석열(62)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이하 UAE)와 정상회담을 통해 따낸 300억 달러(약 37조 원) 투자를 유치하자 산업계의 시선이 중동으로 쏠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개발 관련주들이 들썩인 가운데 이번 UAE 정상회담으로 또다시 호재를 맞았다. 금액만 합쳐 무려 70조 원이 넘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UAE·스위스 순방 이후 첫 국무회의 당시 “(300억 달러는) UAE가 어느 나라와도 맺지 않은 압도적이고 전례 없는 규모다”라며 “저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신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뛰겠다. 국무위원들 한 분 한 분 모두 이 나라의 영업사원이라는 각오로 뛰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세일즈 외교'는 윤 대통령이 처음 쓴 표현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김영삼 정부 때다. 대통령이 마치 세일즈맨처럼 각국을 돌아다니며 애쓰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처음 쓰였다.

특히 세일즈 외교를 가장 많이 강조했던 정부는 이명박 정부다. 당시는 ‘실용적 세일즈 외교’라는 말까지 했다. 자원외교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 ‘글로벌 광업 메이저 기업 육성방안’ 등을 내세워 중동을 비롯해 남미, 러시아 등과 73건(2008년 2월~2012년 9월)의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퇴임 후 5년이 지난 2017년 권칠승(57)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73건의 MOU 중 실제 계약으로 발전된 경우는 11건에 불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5월 이란 국빈 방문에서 371억 달러(약 42조 원) 규모의 양국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66건의 MOU를 체결하며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로 평가한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66건의 중 산통부 소관인 18건을 분석한 결과 3건이 취소됐고 15건이 불명확한 상태로 남았다. 여기에 30건의 기업 프로젝트는 3건만 본계약이 체결됐는데, 59억 달러(약 7조 원)에 그칠 정도로 초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태국, 미얀마, UAE 등 다양한 나라들과 MOU를 체결했다. 특히, 2019년 6월 사우디와 자동차·에너지 분야 관련해 83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하는 8건의 MOU를 체결했다. 다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 건 4건에 불과했다.

많은 건의 MOU를 체결하고도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MOU란 국가 간 외교 교섭으로 서로 양해된 내용을 확인·기록하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작성하거나, 계약 체결 후 후속조치를 위해 문서로 작성하는 일종의 합의다.

해외 국가들과 MOU를 체결하는 건 올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 활성화에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서 드러났듯, 어디까지나 구속력이 없는 합의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특히) 중동 국가들의 의사결정 방식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만큼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정부·기업 간 소통 채널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진척 상황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UEA 투자유치 후속조치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단순한 협력 의지를 넘은 실효적 합의다. 규모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이다"라며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지도록 원스톱수출지원단이 프로젝트별로 정책적, 외교적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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