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병원 간 순환당직 등 청사진 제시…신생아·산모 의료체계 개편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방안 모색…의료인 형사처벌 특례법도 검토
공공병원 확충·의대 정원 확대 계획 미지수…‘미봉책’ 불과
복지부, 필수의료 지원대책 발표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선임기자] 정부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기반 강화에 나선다.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해 현재 권역센터 기준 40개소에서 50~60개소로 늘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제공=보건복지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제공=보건복지부

신속한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위해 권역 의료기관 간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체계도 강화한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기반 확충을 위해 전문 의료기관의 규모를 확대한다.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 보상을 강화하는 공공정책수가도 본격 도입된다.

의사 부족, 지역 간 불균형 등으로 위기를 맞은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보상을 늘린다. 지역 내 병원이 돌아가며 주요 응급질환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당직제를 운영하고 의료공백이 발생한 분만·소아진료 분야를 확충하기로 했다.

또 의사 근무강도를 낮추고 의료 사고 시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공공병원 확충이나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공=보건복지부
제공=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기반 강화’를 위한 이 같은 내용의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31일 발표했다

복지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따르면 ‘필수의료’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진료 과목이다. 고위험 수술이 많은데 수가(의료서비스 비용)가 낮고 장시간 당직을 서야 하는 등 의료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해 기피 과목이 되면서 붕괴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 중증·응급 분야, 저출산으로 인해 수요가 낮아진 분만·소아 진료에 초점을 맞춰 이번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은 필수의료 의사의 부담은 덜고 보상은 늘리는 것이다.

이번 대책의 10대 주요 과제는 △응급의료체계 개편·확충 △병원 간 순환당직제 △심뇌혈관질환 진료체계 개편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강화 △위험도·중증도 따른 산모·신생아 진료체계 개편 △중증·응급·일차진료 책임 소아 진료기반 확충 △공공정책수가 도입 △전공의 배치기준 개편·병상관리 대책 마련 의료인력 양성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책임 강화 등이다.

복지부는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전달체계 구축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공공정책수가 도입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라는 세 가지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 지역별 완결적 필수의료 전달체계 만든다…언제, 어디서든 필수의료 서비스

수술 등 최종치료까지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한다.

세부 내용을 보면, 언제·어디서든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 목표 하에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기준에 주요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최종치료 기능을 포함해 중증응급진료 역량을 갖춘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한다.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방안/제공=보건복지부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방안/제공=보건복지부

중증응급의료센터도 현행 40개소에서 50개~60개 내외로 확충된다. 향후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기관에 한해 권역외상센터·소아응급전문진료센터·권역심뇌혈관센터 등 질환별 전문센터로 지정된다.

권역심뇌혈관센터는 고위험 심뇌혈관질환자의 골든타임인 2시간 내 고난도 수술이 상시 가능토록 기존 예방·재활 중심에서 고난도 수술 등 전문치료 중심으로 기능이 재편된다. 복지부는 기존의 시설인력 기준에 실제 치료 역량 기준을 추가해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재평가하고, 실제 치료 수요와 의료자원 등의 분포를 반영해 진료권을 재설정한 후 그에 맞춰 재지정하기로 했다.

지역 내 심뇌혈관질환 전문의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도 구성된다. 이송·전원·최종치료 연계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서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지정·평가기준도 개선하고, 지정·평가 예비지표도 중증·응급·소아응급 진료기능이 강화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입원환자 중 전문진료 비율은 높이고, 단순진료 비율은 낮춰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기준과 중환자실 병상확보율 기준은 신설하기로 했다.

주요 응급질환은 병원 간 순환당직 체계가 시범 도입된다. 복지부는 사전에 지역 내 협력체계를 구축해 의료기관들이 주요 응급질환에 대해 순환교대 당직체계를 가동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119등과 공유해 환자 발생 시 신속히 해당 당직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월‧목‧일요일 A병원, 화‧금요일 B병원, 수‧토요일 C병원 등과 같이 순환교대 당직체계를 짜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119구급대와 의료기관간에 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이 달라 환자 이송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졌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분류 기준도 일치된다. 아울러 응급의료정보시스템에 응급실 가용병상, 질환별 진료 가능 여부 등에 대한 정보의 정확성도 높이겠다고도 밝혔다.

이와 함께 현 ‘고위험 산모ㆍ신생아 통합치료센터’와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가 ‘중증 모자의료센터’와 ‘일반 모자의료센터’로 개편된다. 복지부는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분만취약지 거주 산모에 대한 산전교육과 응급상황 대응 등도 강화키로 했다.

이밖에도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5개를 신규로 지정하고 기존의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과 연계해 운영키로 했다. 지방 거주 소아암 환자와 가족이 서울에 오지 않아도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도 추가로 확충하고, 응급의료기관 평가기준에 소아환자 진료 지표를 추가하기로 했다. 관련해 야간·휴일 진료기관이 확대되고, 야간진료 보상도 강화된다.

◇필수의료 보상 위해 ‘공공정책수가’ 신설…응급수술 가산률 최대 200% 인상

응급 수술‧시술 수가 가산 개선(안)/제공=보건복지부
응급 수술‧시술 수가 가산 개선(안)/제공=보건복지부

필수의료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지급하기 위해 ‘공공정책수가’ 제도를 도입한다. 진료량을 늘려야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의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하고,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별도 수가 체계를 마련해 건강보험 보상을 지원하는 제도다.

야간·공휴일 등 응급·중증 수술에 대한 보상을 대폭 강화한다. 뇌동맥류, 중증외상 등 야간·공휴일 응급수술·시술에 대한 가산률을 100%에서 최대 200%까지 높인다.

구체적으로 평일 주간 응급수술·시술 현행 50%에서 100%로 늘린다. 평일 야간과 공휴일 주간은 100%에서 150%로, 공휴일 야간은 100%에서 150~200%까지 확대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 40개소와 상급종합병원의 지역응급의료센터 18개소에 우선 적용 후 응급의료체계 개편 확충에 따라 대상기관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수가’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지역적으로 의료자원이 불균형적으로 분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다.

우선 시·군에 소재하며 일정한 시설·인력 기준을 충족한 분만 의료기관에 ‘지역수가’ 100%를 추가 지원해 운영난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의료사고 예방 등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을 위해 분만 담당 의사에 안전정책수가 100%도 더 준다. 감염병 위기 시엔 100%를 더해 총 300%가 추가 지급된다. 향후 효과성을 평가해 다른 분야로의 확대 적용도 검토할 방침이다.

산부인과 분만 정책수가 개선(안)/제공=보건복지부
산부인과 분만 정책수가 개선(안)/제공=보건복지부

난이도나 자원투입 수준을 반영해 수가 기준도 세분화한다. 특히 고난도·고위험 의료행위에 대해선 추가 보상이 이뤄진다. 같은 질환에 대한 수술이라도 고난도 수술방법을 적용할 경우 추가 보상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우선 심뇌혈관질환 분야부터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고위험 분만 시설·인력 기준을 갖춘 분만 의료기관(대학병원)에 대해 집중치료실과 고위험수술에 대한 보상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계·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지역 의료기관들과 연계·협력해 외래진료를 감축하는 등 효과를 거둘 경우 성과를 보상해주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응급심뇌혈관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권역센터-지역병원간 협력체계와 전문치료팀 단위의 성과를 보상하는 시범사업도 시행할 예정이다.

◇소아과 붕괴 위기…어린이공공병원 사후보상 시범사업 실시

최근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 의료체계가 위기 상황에 놓인 가운데 소아 의료공백을 해소할 방안을 내놨다.

소아 입원진료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병·의원급 신생아실 입원료 인상 △소아 일반병동 입원에 대한 연령가산 개선 △소아 중환자실 입원료 개선 등을 추진한다.

또한 중증소아 전문 치료기관인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의 사후 보상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시작한다. 병원 운영 문제에 대한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적 손실을 기관단위로 보상하기로 했다.

소아 환자에 대한 진료기반도 확충한다.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을 5개소 신규 지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기존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과 연계해 치료와 회복을 위한 협력 진료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소아암 환자와 가족이 서울을 빈번하게 왕래하지 않아도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소아응급 상황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추가로 확충한다. 응급의료기관 평가기준에 소아환자 진료 지표를 추가해 응급실의 소아진료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는 야간ㆍ휴일 소아 외래진료와 관련해 야간ㆍ휴일 진료기관인 달빛어린이병원 등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야간진료 보상도 강화된다.

동네 병·의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아동(36개월 미만)을 대상으로 영유아기 발달, 건강, 육아 등을 지원하는 아동 맞춤형 교육상담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30일 필수의료 지원 대책 사전설명회에서 “최근 전공의 충원율을 보면 향후 소아 의료체계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어 보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상급종합병원 뿐 아니라 의원급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시했다”고 밝혔다.

◇중증·응급 상황에서 병원 찾아다니는 일 없도록 의료인력 확보

복지부는 전공의 연속근무 등 의사의 당직, 근무시간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또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부담감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과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검토키로 했다. 이밖에도 필수의료 분야에 헌신한 의료인을 위한 ‘한국의 의사상’이 도입된다.

또 지역과 필수과목 사이에 존재하는 인력 격차를 완화코자 지방병원과 필수과목에 전공의가 확대 배치된다. 다만, 전문과목 정원 조정을 추진과 관련해 복지부는 우선 과목별 정원 배정원칙을 조속히 마련키로 했다. 이밖에도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수립해 시·도와 함께 지역별 병상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관련해 복지부는 비급여 의료 분야로 필수의료 인력이 유출되는 등의 문제를 최소화를 위해 중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가격 정보 외에도 안전성·유효성과 같은 질 정보도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비급여 진료실태 모니터링 및 합동 점검, 관련 지급기준 개선 협의 등 실손보험과의 연계 관리도 강화된다.

아울러 의대생·전공의·전문의 양성 과정에서 필수의료 교육‧수련이 강화된다. 복지부는 전문과목 내 세부분야 간 통합진료가 가능토록 관련 학회의 세부전문의 수련 과정 개편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 의사 부족과 필수분야 의사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적정 의료인력이 확충될 수 있도록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간호인력 확충 및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관리‧운영체계도 정비할 예정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 기반 강화는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국정과제로, 이번 대책은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하는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필요한 분야에 대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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