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병역브로커, 뇌전증 판정으로 의뢰인 병역 감면 이끌어
대한뇌전증학회 "역차별 조장할 수 있는 병역면제 기준 강화, 바람직하지 않아"
배구선수 조재성 / KOVO
배구선수 조재성 / KOVO

[한스경제=이수현 기자] 스포츠계에서 시작된 병역비리가 연예계로 번졌다. 군인 출신 병역 브로커까지 동원된 이번 사건은 이전과 비교해 더 치밀해졌다.

사건의 시작은 병역 브로커 구 씨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구 씨는 병역 문제 관련 사무소를 차렸고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하며 의뢰인을 모집했다. 

검찰은 구 씨의 의뢰인 중 OK금융그룹 소속 배구선수 조재성과 축구선수, 래퍼 라비, 배우 송덕호 등이 포함됐다고 파악했다. 이에 의뢰인들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래퍼 나플라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신분이면서 실제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 관련해 서초구청 안전도시과와 병무청 본청과 서울지방병무청을 압수수색해 서초구청에서 근무하는 나플라의 병역 관련 자료를 얻었고 특혜 정황을 포착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각 의뢰인들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12월 조재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가 저지른 어리석고 엄청난 일은 아무리 후회하고 참회해도 용서받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며 "어떤 말도 변명에 불과하다는 걸 안다. 세상 물정에 무지했고 판단력이 흐려져 나쁜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배우 송덕호의 소속사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소속소 비스터스 엔터테인먼트는 "송덕호는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알아보던 중 블로그를 통해 상담을 받은 후 부당한 방법으로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다"며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며 실망을 끼쳐드린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배우 송덕호 / 연합뉴스
배우 송덕호 / 연합뉴스

병역 면탈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체가 건강한 한국 남성은 군에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고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회피하고자 시도했다. 대펴적으로 2004년에는 프로야구 선수 51명의 병역비리 사건이 발생했고 유명 연예인 일부가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돼 군 면제 판정을 받았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병역법마저 회피할 정도로 치밀하게 계획돼 충격을 줬다. 2004년 프로야구 선수와 연예인들은 소변검사를 위조해 군 면제를 받았고 이들이 적발된 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병역법이 개정된 바 있다.

병역브로커 구 씨는 더 세밀해진 병역법마저 회피하며 의뢰인들의 병역 면제 또는 감면을 이끌어냈다. 현 병역법 신경과 신체검사 기준에는 미확인된 경련성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확인된 경련성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에 전시근로역인 5급 판정을 내린다. 

이들은 뇌전증 진단 방법이 명확하지 않음을 악용했다. 의뢰인들은 발작 증세를 호소하고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에 가는 등 실제 뇌전증 환자를 연기했고 임상 증상에 따라 뇌전증 판정을 받아 병역을 감면 받았다.

래퍼 라비 / 라비 인스타그램 캡처
래퍼 라비 / 라비 인스타그램 캡처

이들의 수법이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다시 한번 병역면제 기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병역법이 더 엄격해진다면 실제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 복무가 불가능한 이들도 엄격해진 병역법에 따라 군 복무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뇌전증학회 또한 이번 사건의 엄중 처벌을 강조하는 동시에 병역면제 기준을 강화하는 것에 반대입장을 전했다. 지난달 5일 발표된 입장문에서 대한뇌전증학회는"당국이 질병을 악용해 범죄행위를 일으킨 사람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뇌전증 환자는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적절한 기준으로 병역면제가 이뤄져 왔다”며 “병역 비리 방지를 목적으로 역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병역면제 기준 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수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