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한국지엠 노조가 본색을 드러냈다. 사측이 6일 지급키로 했던 성과급 지급을 할 수 없다고 밝힌데 반발해 사장실을 무단점거한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 집행부는 이날 오전 부평공장 카허 카젬 사장실을 항의방문했다.

전날 카젬 사장이 이메일을 통해 성과급 지급을 못한다고 공지한데 따른 것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의 성과급 불지급 공지에 불응해 5일 카허 카젬 사장실로 항의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이 기물을 부수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카젬 사장은 대피한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사측은 올 초 타결된 2017년 임금 협상에서 2차 성과급 1인당 450만원을 주겠다고 합의를 했었다. 사측은 몇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노조가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내준 조건이었다.

사측이 성과급 지급을 하지 못한다고 나선 이유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사측에 따르면 이번 성과급 지급 규모는 무려 720억원이다. 오는 20일이면 심각한 자금난이 발생하면서 협력사 대금 뿐 아니라 내달 월급까지 주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무리하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논리다.

이에 노조는 사측이 성과급을 주기로 약속한 것인 만큼, 우선 내놓으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보였다. 노조와 협의도 없이 지급일 전날 문서 1장만으로 돈을 못주겠다는 카젬 사장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부 노조원은 이날 항의방문 과정에서 사장실 집기를 부수는 등 소동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노조는 이달 초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하면서 파업을 무기로 사측을 겁박한 바 있다. 예년보다 이른 파업 준비라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노조측은 단순히 노조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가 성과급을 받기 위해 무력행사에 나선다고 추측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안팎으로 존폐 위기에 빠진 상태다. 노사가 빠른 합의를 통해 경영을 정상궤도로 돌려야 한다"며 "노조가 고작 성과급 때문에 회사를 위험한 상태로 몰아간다면, GM은 한국지엠을 정상화시킨 후에도 철수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노조의 무단점거에 대해, 사측은 관할 경찰과 검찰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사측 관계자는 강경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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