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김세현/사진=넥센

넥센 김세현(29)은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물음표'가 가득한 새 마무리 투수였다. 지난해까지 '만년 유망주' 딱지를 떼지 못한 투수로 평가 받았던 그는 2006년 프로에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세이브 기록도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넥센은 지난해까지 뒷문을 맡았던 마무리 손승락(34·롯데)의 이적으로 생긴 공백을 강속구를 가진 김세현으로 메우기로 했다.

기대 보다 우려가 큰 변신이었다. 하지만 김세현은 지난 10년 간 보여줬던 그 어떤 모습보다 안정적인 피칭으로 순항하고 있다. 17일까지 16경기에 나와 1승 9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고 있다. SK 박희수(33), 두산 이현승(33)과 함께 세이브 부문 공동 1위까지 달리는 중이다.

염경엽(48) 넥센 감독이 더욱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김세현의 '무패 행진'이다. 김세현은 아직까지 패전을 떠안은 적이 없다. 2번의 블론 세이브를 하며 위기에 몰린 적은 있었지만, 그 경기에서 넥센은 모두 승리를 거뒀다. 염경엽 감독은 "팀이 이기면 블론 세이브를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그냥 넘어갈 수가 있다. 특히 손승락처럼 경험 있는 마무리 투수가 아니라 올해 처음 시작하는 김세현에게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김세현은 올 시즌 첫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했던 지난달 3일 롯데전에서 5-3으로 앞선 1⅓이닝을 던지며 2피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넥센은 9회말 윤석민(31)의 끝내기 안타로 6-5 승리를 거뒀고, 김세현은 승리 투수가 됐다. 이후 11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는 등 마무리 투수로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염경엽 감독은 "블론 세이브를 한 경기에서 패하면 팀에도 충격이 훨씬 크다. 만약 김세현이 블론 세이브를 한 경기에서 팀까지 졌다면 이후 김세현이 등판할 때마다 주변의 불안한 시선에 더 위축이 돼 더 자신의 볼을 던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보 마무리 김세현을 위해서도, 팀의 승리를 위해서도 김세현의 '무패'는 더 의미가 있다. 염 감독은 "사람인데 점수를 안줄 수는 없다. 하지만 점수를 주면 졌다고 생각하고 무너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며 "블론을 하더라도 최소 실점으로 이닝을 막아주는 게 중요하다. 그 위기를 넘겨줘야 팀에게도 다시 기회가 오고, 승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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