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이 뜨겁다. 리모콘으로 돌리다 보면 "어? 이게 뭐지" 다시 한번 채널을 확인하게 된다.
케이블 TV에서나 볼 법한 아이템과 자극적인 장면들이 지상파에서도 여과없이 나오기 때문. 시청률과 화제성에 목마른 지상파가 케이블 TV와의 이종교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성공한 케이스도 있지만 뼈아픈 실패에 울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경우도 많다.

지상파에서 패션-뷰티 프로그램을?
KBS2에서는 다음달 5일 오후 11시 55분 부터 '어 스타일 포 유'를 방송한다. 김희철, 구하라, 보라, 하니가 MC로 나서는 이 프로그램은 이제까지 케이블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패션-뷰티 아이템을 지상파로 가져왔다. 콘텐츠창의센터 장성주 CP조차 "이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 때 무슨 스타일 프로그램이냐, 생뚱맞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웃었다.
하지만 KBS의 포부는 남다르다. 단순히 PPl로 도배된 정보제공과 연예인 따라잡기가 아니라 한국 스타들의 K스타일을 세계 만방에 선보이겠다는 것. 스타일이라는 것을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제작해, 동영상 포털, TV를 넘어서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네 명의 MC는 라이프 스타일 뿐 아니라 패션· 뷰티 분야 등 전반에 걸쳐 유용한 정보를 매 회 미션을 통해 직접 체험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 '풍문으로 들었소' SBS 캡처

애들과 함께 보기 민망해?
SBS '풍문으로 들었소'는 첫회부터 화제 만발이었다. 이준과 고아성이 키스를 퍼부어 일단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다.
단순한 키스신이 아니라 영화의 한장면을 방불케하는 격정적 키스신이었다. 심지어 이들은 영어캠프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고등학생' 역할이었다. 대학입시를 위해 이준과 멀어지려 하는 고아성의 방을 찾아간 이준은 그녀를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 뒤로도 "키스는 이렇게 하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작정한 듯 매회 각종 키스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이유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 지상파 드라마에서 키스신은 분위기로만 처리, 여운을 남겼지만 이제 침대는 물론 맨발-침구-자동차 등 장소-이유-도구를 가리지 않는다.
덕분인지 3주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10%대 안정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요리도 남자가 하면 다르다
요즘 대세는 요리하는 남자다. tvN ‘삼시세끼’가 마지막회까지 인기몰이를 했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TV ‘신동엽, 성시경 오늘 뭐 먹지’는 지상파의 요리 프로그램을 압도하고 있다.
사실 요리 프로그램은 지상파의 전유물이었다. 지상파는 그동안 맛집 소개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꾸준한 시청률을 확보했다. KBS2 ‘VJ 특공대’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2 생생정보통 등이 대표적이다. 지상파는 이런 '먹는 방송'과 함께 이종임 한명숙과 같은 여성 요리연구가가 출연하는 요리방송 이른바 쿡방으로 주부 시청자를 겨냥했다. 하지만 케이블TV는 이런 틀을 과감히 깨버렸다. 케이블TV의 요리 예능은 ‘먹방’의 시각적 자극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유롭고 신선한 형식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오죽하면 역으로 지상파 SBS에서 케이블TV를 차용한 '쿠킹코리아'를 선보였지만 별 빛을 보지 못하고 막을 내리기도 했다.
방송 관계자는 "이제 지상파와 케이블 TV의 경계가 무뎌진 상태"라며 "오픈마인드로 시청자들의 욕구를 꿰뚫어보는 프로그램만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지상파와 케이블TV간의 이같은 이종교배는 거듭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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