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토부, ‘토지보상 위탁업무 실태조사·개선방안’ 용역 발주
민간 위탁 시 전문성 높아지고 기관-주민간 갈등 줄 듯
지난달 24일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정한 토지보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현장 모습. /공전협 제공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국토교통부가 토지보상 업무에 민간기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토지보상 업무는 공공기관이 독점해 왔다. 하지만 이런 독점구조 탓 그동안 개발 지역 원주민과 보상기관 간 보상금액을 두고 자주 갈등을 빚었다. 일감을 주는 기관이 한정돼 있어 이들의 눈치를 봐 낮은 산정액이 책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토지보상 위탁업무 개선을 위한 단기·중장기 전략 로드맵을 마련 중에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보상 위탁업무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며 "이달 말 업체를 선정한 후 관련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용역에는 토지보상 업무를 민간에도 허용하는 내용과 민간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위탁수수료를 현실화 하는 등의 내용이 연구사항으로 담겼다. 보상계획의 수립과 측량 또는 조사, 보상액의 산정 협의 및 계약체결, 보상금의 지급 재결의 신청 및 공탁 등 민간에서 전 과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도 민간참여가 일부 있지만 이는 감평 분야에 한정돼 있다.

현재 토지보상 업무는 지방자치단체 혹은 보상실적이 있거나 보상업무에 관한 전문성이 있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만 맡을 수 있다. 다만 조건에 해당한다고 해서 토지보상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보상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곳만 가능하다.

보상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감정원 등이다. 그러나 이들 기관 역시 토지보상이 주된 업무가 아니다 보니 담당 인력이 많지는 않다. 일례로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2012년 보상전문기관으로 지정되고도 담당인력 부족으로 2년간 해당 사업을 하지 않기도 했다.

또 공공기관이 독점하는 구조 탓 일각에선 일감을 주는 기관이 한정적이다 보니 이들의 눈치를 봐 산정액이 보상기관의 입맛에 맞도록 책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임채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의장은 지난달 24일 집회를 열고 "LH 추천 감정평가사에 대해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해 감정평가에 부당하게 개입코자 하는 행위가 전국 사업지구에서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래전부터 독점 문제가 불거졌고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렸다. 하지만 민간 참여 시 과다한 토지보상이 이뤄져 주변 땅값 상승 및 부동산 시장 자극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국토부에선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은 보상기관과 원주민 간 갈등,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자 과연 민간 참여가 가능한 업무인지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참여 확대는 토지보상 업무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민간이 토지보상 업무를 맡게 되면 보상액이 증가할 우려도 있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민간 기업으로도 위탁이 가능해진다면 전문성과 서비스 질이 높아지는 순기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토지보상 업무가 민간에도 허용된다면 그 대상은 감정평가법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보상전문기관 소속 한 관계자는 "보상업무는 전반적인 행정작업도 포함하는 내용인데, 국토부에서 이 과정 중 감평을 담당하는 감정평가법인도 토지보상의 전반적인 업무를 할 수 있겠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평가와 관련한 논의가 국토부 내에서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이 역시 그 계획의 연장선인 듯 하다"고 덧붙였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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