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미국 달러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미국 달러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달러가 쌀 때 사서 모아두자는 분위기다. 이에 국내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및 적금 상품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6.50원 떨어진 1146.80원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이 1140원대(종가 기준)로 떨어진 것은 작년 4월 23일(1141.80원) 이후 1년 6개월 여만이다. 올 들어서도 최저치다.

이는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 후보)을 제치고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는 저금리 기조와 확장적 재정정책의 실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미 달러 가치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많게는 112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국내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뜻한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885억4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앞선 7월 말에 비해 11억4000만 달러가 늘어난 수치다.

뿐만 아니라 이는 2012년 6월 해당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앞선 6월(845억3000만 달러) 이후 3개월 연속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실제로 시중 은행의 외화 적금 및 예금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은행이 최근 출시한 '일달러 외화적금' 상품은 출시 한달여 만에 가입좌수 1만좌, 가입금액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하나은행 측은 그간 출시한 외화적금 상품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3일 출시된 '일달러 외화적금'은 가입기간 6개월로, 매월 최대 미화 1000달러까지 횟수 제한 없이 자유로운 납입이 가능한 상품이다. 뿐만 아니라 5회까지 분할인출 할 수 있어 외화자금 필요시 활용도는 높였다. 또한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도 현찰수수료 없이 달러지폐로 바로 자금을 찾을 수 있고, 고객이 지정한 환율을 알려주는 환율알림 기능으로 똑똑한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지점 방문은 물론 모바일을 통해 비대면으로도 간단히 가입할 수 있다.

실제로 상품 가입자 중 2040세대의 비중이 약 77%에 달해, 소액으로 간편하게 비대면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짠테크, 언택트 시대의 저축 트렌드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일달러 외화적금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투자 수요 증가와 외화적금도 어렵지 않다는 신선한 경험 제공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면 현찰수수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달러를 저축한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찾아서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좋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외부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주로 거래하는 제휴사에서도  '일달러 외화적금' 가입 가능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역시 최근 들어 외화(달러)예금 잔액이 111억 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말 87억 달러에 그쳤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4월 1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줄곧 세자리 수 잔액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이미 2012년 출시한 '환율CARE 외화적립예금'은 환율 변동에 따라 이체 외화금액을 조절해 매입 및 적립이 가능하고, 환전수수료 및 해외송금수수료를 우대해 주는 외화예금 상품이다. 이를 통해 환율변동에 따른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장기로 외화를 적립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외화 예적금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은행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일달러 외화적금'을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 축하금 1달러를 적립해 주고, 자동이체로 적금을 납입할 경우 하나금융그룹 통합멤버십 프로그램인 하나멤버스를 통해 최대 3000 하나머니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중이다.

신한은행 역시 '신한 쏠'에서 입출금이 자유로운 외화예금을 생애 최초로 가입 후 1000달러 이상을 원화기반으로 입금한 고객을 대상으로 '럭키 7 Fall'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역시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이 이벤트는 '외화체인지업예금'과 '글로벌주식More외화예금'을 대상으로 하며 '생애 최초 가입'과 '1000달러 이상 원화기반 입금' 두 가지 조건을 9월 중 모두 충족한 고객에겐 14달러를, 10월 중 모두 충족한 고객에겐 7달러를 각각 500명씩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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