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올해 치료제 본격 생산…백신 내년까지 개발 완료 목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 방문, 세포배양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세계적 기업들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부지런히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 임상이 승인된 치료제 및 백신은 총 26건이다. 이 중 6건이 종료돼 치료제 18건, 백신 2건, 총 20건이다.

정부 국책 사업을 진행 중인 셀트리온과 GC녹십자는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사가 각각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와 혈장치료제는 기존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이 아닌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임상물질 생산 이미지.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 예방임상 본격 개시…대량공급 대비

셀트리온은 지난 8일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의 예방 임상시험인 3.3상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고 예방 임상시험을 본격 개시한다.

CT-P59의 예방 임상시험은 밀접 접촉자 및 무증상 확진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이다. 국내를 중심으로 약 1000명 규모로 실시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예방 임상에서 감염 예방 효과 및 초기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CT-P59와 같은 항체 치료제는 투약 즉시 체내에 항체가 형성되는 장점이 있다.

셀트리온은 건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국내 임상 1상 CT-P59의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최근에는 경증,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 3상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아울러 CT-P59는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형인 G형에도 효과가 있다고 방역당국은 밝혔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CT-P59가 클레이드(clade·계통)상 G형과 GR형에 대해 방어능력(중화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고 했다.

권 부본부장은 "방어능력이 확인됐다는 것은 결국 돌연변이 발생과 무관하게 백신도 마찬가지로 효능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라며 "현재 GH형에 대해서는 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S, V, L, G, GH, GR, 기타 등 총 7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3월에 S형과 V형이 대부분이었으나 3월부터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입국자를 통해 G형, GR형, GH형 바이러스가 유입됐다.

셀트리온은 향후 글로벌 임상 결과와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 따라 식약처와의 긴밀한 사전 협의 하에 기준에 충족될 경우, 조건부허가 신청도 검토 중이다.

또 셀트리온은 9월부터 회사 대량생산시설에서 공정검증배치 생산을 시작했으며, 향후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의 치료제 대량 공급에 대비해 기존 제품 재고 및 생산계획을 조정해 왔다.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서 혈장 분획 공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GC녹십자 제공

GC녹십자, 환자 치료 목적 혈장치료제 추가 생산

GC녹십자는 최근 코로나19 환자 치료 목적을 위한 코로나19 혈장 치료제의 추가 생산을 마쳤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GC5131A'의 두 번째 배치 생산을 완료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추출해 만든다. 이번 생산에 사용된 혈장은 240리터에 달한다. 이는 임상시험 목적으로 만든 첫 번째 투입량보다 약 4배 더 많은 수치다.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은 식약처의 승인 하에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환자에게 쓸 수 있다.

앞서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의 임상 2상 첫 환자 투여를 완료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첫 환자 투여는 지난달 19일 중앙대병원에서 정진원 교수 주도로 이뤄졌다.

정 교수는 "첫 70대 남성분하고 (이후) 50대 여성분 하고 투약했는데 두 분 다 현재 퇴원을 한 상태"라며 "보름 정도 입원했다가 치료제를 투약 받고 퇴원했다"고 전했다.

다만 임상2상 단계라 누구에게 고용량 혹은 저용량이 투여됐는지 확인은 못하고 60명을 해야하는데 현재는 아직 이에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 측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중앙대병원, 고대 안산병원, 연대 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 등 총 6개 의료기관에서 추가 환자 투여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혈장 치료제는 제제 특성상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확보한 만큼만 생산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2770명이 혈장공여에 동의해 2017명 채혈이 완료됐다.

이밖에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부광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국내 임상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광약품과 대웅제약,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은 임상 환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임상 기간을 연장했다. 일부 제약사는 첫 환자 등록 이후 단 한 명의 환자도 추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 모집이 어려운 만큼 해외 임상을 병행 추진 중이다.

대웅제약은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인도와 필리핀에서 니클로사마이드 성분의 치료제 DWRX2003 임상 1상에 착수했다. 또 대웅제약의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메실산염)이 멕시코서 해외 연구자 2상 임상에 최초 돌입했다.

종근당은 지난달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러시아 임상 2상을 승인받았으며, 멕시코서도 해외 임상을 진행한다.

신풍제약은 지난달 항말라리아제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대상으로 남아공서 임상 2상에 착수했다.

또 엔지켐생명과학은 8월 미국 FDA로부터 치료제 임상 승인을 획득하고 최근 미국 대형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PRA와 계약체결을 완료했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실험 정부지원금 현황. /보건산업진흥원

정부, 연내 치료제 본격 생산…백신 내년 개발 완료 목표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생산에 고삐를 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개발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치료제는 올해 안에 본격적인 생산을, 백신은 내년까지 개발 완료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판교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일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1상 시험 승인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등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을 위탁생산해 국내 생산 물량 일부를 우리나라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별도의 백신 공동개발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인 '제넥신'도 백신 개발에 앞서고 있는 곳으로는 꼽힌다. 후보물질 'GX-19'는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 중 유일하게 임상 단계에 있는 후보물질이다.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1/2a상을 승인받았다.

제넥신은 올해 4분기 중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하고 2a상에 진입한 후 내년 3분기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와 국제백신연구소는 공동으로 DNA 백신 'INO-4800'에 대한 국내 환자 대상 1/2a상을 지난 6월 승인받았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진원생명과학이 DNA 백신의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전봉민 국민의 힘 의원은 정부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지원예산 집행률이 40%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편성된 3차추경의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지원예산 940억원 지원을 위해 지난 7월 27일 공모를 실시했다.

공모에는 20곳이 응모했는데, 심사를 거쳐 3곳만이 선정됐고 총예산의 40%인 370억원만 지원됐다.

셀트리온이 CT-P59 코로나 항체치료제 개발에 219억원, 녹십자가 코로나 치료제 고면역글로불린 GS5131 임상2상에 58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제넥신은 코로나19 DNA 백신 GX-19 임상에 92억7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및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 19 치료제·백신 개발하고 있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적용 받는 국민에 대한 안전성"이라며 "해외에서 개발을 먼저 했다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개발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치료제·백신 확보를 위해 후속 개발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이나 백신 개발 성공 확률이 적고, (글로벌 기업 등) 임상 중단 등 부정적 이슈가 있지만 이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것에 대한 (정부) 지원도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원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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