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동걸·윤종원·방문규 국감 출석해 각 사 논란에 사죄
"국감에서 지적 집중…국책은행에 맞는 책임 경영 필요"
이동걸(왼쪽부터)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국감에 출석해 각 사 논란에 사죄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국책은행 수장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고개를 숙였다. ▲채용비리 ▲중소기업을 외면한 중견·대기업 특혜 의혹 ▲수장의 정치적 발언 ▲직원의 비도덕적 행태 등 방만 경영과 허술한 내부 통제시스템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이 국정감사의 '동네북'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을 비롯해 윤종원 행장, 방문규 행장 등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각종 논란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이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의 여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발언, 윤 행장은 정부 기조와 역행하는 직원의 셀프대출, 방 행장은 채용비리 및 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이 문제가 돼 허리를 굽혀야 했다. 

시작은 이 회장과 윤 행장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참석해 건배사 논란에 대해 "발언 실수에 대해 이미 두 차례 공식적으로 사과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사과한다"면서 "실수한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2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전기 만화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 전 대표가 하신 말씀 중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것이 ‘우리(민주당)가 20년 (집권)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며 "제가 '가자!'고 외치면 모두가 '20년!'으로 답해달라. 30년, 40년을 부르셔도 된다"고 건배사를 제안했다.

국책은행 수장이 여당의 장기 집권을 바라는 건배사는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 회장은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 앞으로 발언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국회에서는 ▲지난 5년간 직원 단순 실수로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상품을 대기업에 3000억원 이상 실행한 것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가 중견기업보다 높은 것 ▲기업의 주식투자를 통한 지원에서 지난 5년간 손상차손이 3조5000억원 넘게 발생한 것 등을 지적했다. 

같은날 윤 행장은 직원의 76억원 규모 '셀프대출' 논란에 대해 "은행원으로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며 "(임직원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취급의 적정성 조사 관련' 문건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 한 지점의 직원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가족 명의를 앞세워 총 29건, 75억7000만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담보대출을 통해 매입한 부동산의 평가차익은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한 한 시기에 국책은행 직원이 '셀프대출'을 통해 정부 기조에 반하는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게 일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이번 국감을 통해 ▲채용비리 ▲중소기업을 외면한 중견·대기업 특혜 의혹 ▲수장의 정치적 발언 ▲직원의 비도덕적 행태 등 방만 경영과 허술한 내부 통제시스템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각 사 제공

뿐만 아니다. 윤 행장은 이날 기업은행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거센 지적에 진땀을 빼야만 했다.

우선 환매가 중단돼 약 914억원의 투자피해를 일으킨 디스커버리펀드 논란에 대해 윤 행장은 “불완전판매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감원 검사가 끝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은행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합당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출금리는 신용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신용등급별 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B플러스 등급 이하 고객을 보면 다른 은행보다 더 지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4년 연속으로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대금리차가 나는 것은 기업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중소기업 대출을 하고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놓고 있어서다"며 "실질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를 감안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기업은행은 ▲지점장 금품수수 ▲고객예금 횡령 ▲변종꺾기 대출까지 각종 금융사건·사고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수출입은행도 국감을 피해가지 못했다. 

19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방 행장이 취임한 이후 수출입은행 직원들의 개인 비위사건이 급증하는 등 근무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출입은행 직원 징계내용을 살펴보면 직장내 성희롱 2건, 부서경기 사적 유용 1건, 무주택자에게 제공되는 직원용 사택?합숙소에 살면서 갭투자 6건, 코로나19로 재택근무중 제주도 여행 1건, 총 10건 모두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개인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수출입은행 자회사인 수은플러스에서 부정채용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수은플러스에서 부정채용 시도와 최종 부정채용까지 모두 2건의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방 행장은 "일련의 여러 내부 감사 감찰결과 여러 불미스러운 사안이 발생해 송구스럽다”며 “이에 대한 위기의식 하에 지난 3개월간 작업을 거쳐 이런 사안이 재발 안되도록 국제표준기구 부패방지 시스템 인증을 받도록 내부 의견 취합해 절차를 받아, 새롭게 탈바꿈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실, 국책은행 수장의 국감 출석은 연례행사와 같다"면서 "다만,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수장들이 모두 출석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최근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슈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감에서는 아무래도 공공기관을 향한 지적이 집중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책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설립 취지에 맞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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