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중국 네티즌의 근거 없는 한국 트집 잡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방탄소년단의 '밴 플리트 상' 수상소감 중 '양국'이라는 표현에 대해 부족한 역사 인식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최근 공개된 블랙핑크의 판다 접촉 영상을 두고 불법적으로 판다를 만졌다고 비난했다. 

■ 블랙핑크, 판다 접촉 논란

'24/365 with BLACKPINK' 영상 캡처

지난 4일 블랙핑크는 웹 예능 '24/365 with BLACKPINK' 예고편에서 최근 태어난 아기 판다를 만나러 에버랜드를 찾았다. 이날 멤버들은 1일 사육사로 직접 판다를 사육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방송 후 중국 네티즌들은 "블랙핑크가 화장을 한 채 새끼 판다와 접촉하고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어른 판다를 불법적으로 만졌다"고 지적했다. 이후 중국 매체 시나뉴스는 '#한국 연예인들 판다와 불법 접촉 #누리꾼들은 분노:국보에게 상처를 준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이후 중국 네티즌들은 "전 세계 국보(판다)는 중국이 빌려준 것으로 모두 중국에 속해있다. 해외에서 후손을 낳아도 후손이 중국에 속해 있다"며 "한국인이 국보에 대한 규정을 어겼을 경우 국보 회수뿐 아니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블랙핑크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7일 공식 SNS를 통해 "에버랜드 판다 관련 블랙핑크 사육사 체험은 전문 수의사와 사육사들 참여 아래 철저한 방역 관리 및 위생 수칙을 지키며 진행됐다"며 "금일 업로드 예정이었던 영상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 협력관계를 존중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후 다수의 중국인이 판다를 맨손으로 만진 사진을 찾아냈고 9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요즘 중국 내 지나친 애국주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에 이어 블랙핑크까지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국 농구 스타 야오밍이 과거 맨손으로 판다를 안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 방탄소년단 수상소감 비판…외신 "악의 없는 발언 공격"

코리아소사이어티 영상 캡처

지난달에는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밴플리트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의 수상소감을 두고 중국 네티즌의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한미)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방탄소년단의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방탄소년단이 한국전쟁에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정신'으로 참여한 자국군의 희생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RM이 언급한 한국과 미국을 의미하는 '양국'이라는 단어 사용이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는 논리다.

이후 애국주의 성향을 보인 일부 중국 네티즌은 방탄소년단이 '양국'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에 대해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발언은 6.25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인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역사 인식이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네티즌은 방탄소년단 공식 웨이보에 욕설 테러를 하기 시작했고 중국 3대 택배 회사에서는 방탄소년단 관련 상품을 배송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중국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한정판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0+·버즈+ 등 'BTS 에디션' 판매가 중지됐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베이징 현대차와 휠라도 방탄소년단 관련한 웨이보 게시물을 지우거나 숨기는 등 방탄 지우기에 나섰고 한 방탄소년단 중국인 팬은 관련 물품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논란을 두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중국 네티즌이 방탄소년단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중국인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교과서에는 한국전쟁이 '항미원조' 전쟁으로 묘사돼 있고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항미원조 70주년 행사를 여는 등 내부 결속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 앞서 이와 관련해 엑소 레이, 우주소녀 성소, 미기, 선의, 프리스틴 출신 주결경, 빅토리아 등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항미원조전쟁' 70주년 기념 글을 게재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6.25 전쟁이 한국과 미국의 침략 전쟁이며 중공군이 나서 이를 막아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들의 한국 활동을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사태가 중국 네티즌의 무조건적인 비판, 일종의 마녀사냥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한국 대중문화 금지 조치(한한령) 등을 내렸던 것과 관련해 이번 논란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가요 관계자는 "중국 자체가 큰 시장이기 때문에 해외 활동을 고려할 때 항상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음반 피지컬 시장 자체가 약하다. 공연 활동 위주의 접근이 많았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활동 자체가 어려워 프로모션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이슈가 활동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경우가 많아 지금 같은 이슈들에 대해서는 항상 신경 쓰고 있는 편이다. 사드 때보다 정치적 성향은 약하지만 이후 어떤 정서적인 영향을 끼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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