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K팝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이 美 빌보드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며 K팝의 위상을 높였다. 한국어 가사로는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거두고 억대 뷰를 기록한 뮤직비디오가 늘어나는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국악이나 트로트 같은 장르들이 해외 팬들에게 주목받으며 K팝의 세계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조선의 아이돌, 이날치

한국관광공사에서 국내 여러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퓨전국악을 배경 음악으로 만든 홍보영상 '한국의 흥을 느껴라(Feel the Rhythm of Korea)'가 유튜브를 메인으로 페이스북, 틱톡, 바이두 등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최근 누적 조회 수 5억4700회를 기록했다.

이후 공공기관 적극행정 대통령상 수상을 비롯해 한국광고총연합회 주관 '2020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2020 관광혁신 어워드(Tourrism Innovation Awards 2020)'에서도 디지털 광고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이 영상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덕분이다. '1일 1범'이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중독성 있는 이 음악은 '수궁가' 속 한 구절을 후렴에서 반복하고 장구나 북 대신 드럼과 베이스로 현대적인 느낌을 더했다. 

자칫 지루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는 제하고 힙한 감성을 선망하는 젊은 세대의 구미에 맞게 리드미컬한 편곡으로 탈바꿈했다. 국악보다 힙합처럼 들리고 '조선팝'이나 '국악팝' 등의 새로운 장르로 보이며 글로벌한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치는 2019년 데뷔한 7인조 혼성 밴드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인 신유진, 안이호, 이나래와 한양대 국악과 출신인 권송희,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베이스를 담당한 정중엽, 씽씽 밴드 출신인 장영규, 이철희 등이 2019년 판소리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음악극 '드라곤킹' 작업을 하며 처음 만난 후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JIN Man' 영탁, 글로벌 인기

반면 트로트는 지난해 TV조선 '미스트롯'과 올 초 '미스터트롯'을 바탕으로 비주류 장르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아이돌 못지않게 결속력 있는 팬덤을 끌어모으고 연일 화제에 오른 것이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오고 트로트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는 기존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장르로 인식돼 세대 대통합을 이뤘다는 호평까지 얻었다. 그러던 중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멜론 공식 유튜브와 1theK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동시 생중계된 '멜론 뮤직 어워드 2020'(MMA)에서 영탁이 '찐이야'를 열창한 뒤 전 세계 K팝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후렴에 반복되는 '찐 찐 찐 찐 찐이야'라는 노래 가사가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과 발음이 비슷해 일명 'JIN JIN JIN Man'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상식 직후 SNS상에서 미국 등 특정 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의 반응을 담아내는 월드 와이드 트렌드에서 검색어 18위, 미국 내 5위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다. 기존에 공개됐던 '찐이야' 영상에도 외국 팬들의 댓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해외 네티즌은 "스마일 맨의 미소에 팬이 돼버렸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한류를 넘어 전 세계에 통하는 K-트롯 열풍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찐이야'는 영탁이 '미스터트롯' 최종 결승 무대에서 공개한 노래다. 따라 하기 쉽고 재미있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으로 영탁의 시원한 가창력과 합쳐져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이렇듯 국악팝이나 K-트롯 같은 여러 장르들이 한류를 딛고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열풍은 기존의 것은 지키되 힙한 감성을 더한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 관계자는 "아이돌의 글로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글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단순히 한 가수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따라 하고자 하는 팬들이 늘어났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하게 여러 장르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변화를 시도하는 게 결국 글로벌 진출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사진=뉴에라프로젝트, SBS,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캡처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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