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우영. /LG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LG 트윈스의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22)은 데뷔 첫해 혜성처럼 등장해 팀의 숙원을 풀었다. 56경기(65.1이닝)에 출전해 4승 6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LG 선수로는 1997년 이병규(현 LG 코치) 이후 22년 만에 신인왕 트로피를 가져왔다.

지난해엔 ‘2년 차 징크스’ 속설을 비웃듯이 오히려 더욱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LG 중간 투수 중 가장 많은 65경기에 등판해 75이닝을 소화했고, 20홀드, 5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하며 팀 불펜의 핵으로 활약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ㆍ스탯티즈 기준)은 2.62로 구원투수 중 조상우(키움 히어로즈ㆍ2.93), 박준표(KIA 타이거즈ㆍ2.63)에 이은 3위였다.

리그 대표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한 정우영에겐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2020시즌 연봉 8000만 원을 받은 그는 1억 원(인상률 125%)이나 오른 1억8000만 원에 도장을 찍으며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LG의 스프링캠프지인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그는 “제가 생각했던 금액이어서 고민 없이 사인했다”며 “연봉 계약을 앞두고 에이전트와 데이터를 비교해보면서 적정 금액을 생각하고 협상에 들어갔는데, 그 금액이 나와서 만족스럽게 계약했다”고 웃었다.

류지현(50) LG 감독은 캠프에서 매일 저녁 선수들과 토론 시간을 갖는다. 캠프 초반에는 투수조가 참여하는 수비 시프트 토론회를 열었다. LG 투수들은 가감 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야수 출신인 류 감독이 시프트 상황에서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짚었다. 투수조 막내급인 정우영은 가장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해 류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그는 “수비 시프트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제가 던질 때엔 유격수인 오지환 형 방향으로 타구가 많이 가는데, 수비위치를 좌익수 쪽으로 옮겼으나 정작 타구는 정상 수비위치면 잡을 수 있는 중견수 쪽으로 갈 때가 많았다”며 “시프트를 야수 형들에게 맡겨서 스스로 움직이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정우영은 지난 시즌 종료 후 2주 만에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겨우내 잠실야구장 출근 도장을 찍으며 김용일(55) 수석트레이닝코치의 지도 아래 착실히 몸을 만들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놀러 다닐 수도 없었다. 집과 야구장만 오갔다. 잘 먹고 잘 쉬면서 꾸준히 운동하니까 근육량이 증가하고 몸무게도 늘었다. 프로에 입단한 뒤 몸 상태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키 1m93, 체중 80kg 초반대의 호리호리한 체형이던 정우영은 이번 겨울에 몸무게를 6kg 늘렸다. 시즌 전까지 체중을 90kg로 만들 예정이다. 계획적인 증량이다. “살을 찌우기 위해 야식을 꼭 챙겨 먹고 있다. 단순히 살만 찌우는 게 아니고 근육량도 함께 늘리려고 한다”며 “더 강한 공을 던지기 위해 힘을 키우려고 한다. 체중을 늘려야 시즌 중에 힘이 덜 떨어질 것 같다. 몸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LG 정우영(가운데). /연합뉴스

현재 정우영은 슬라이드 스텝(주자가 있을 때 투구 자세) 보완에 주안점을 두고 훈련 중이다. 지난해 LG는 정우영이 마운드에 있을 때 도루를 17개 허용했다. 도루 저지는 3개에 불과해 도루 허용율이 85%로 높은 편이다. 그는 "김광삼 투수코치님이 '네가 슬라이드 스텝만 보완하면 작년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집중하고 있다. 새로 투수 파트를 맡으신 김광삼, 경헌호 코치님이 데이터를 보고 많이 얘기해 주셔서 더 이해가 잘 간다”고 했다.

지난해 이맘때 정우영은 선발 전향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선발 욕심을 버리고 구원 투수에 집중할 생각이다. 구원 투수로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하는 게 목표다. “선발 욕심은 접었다. 국가대표팀이란 목표도 있는데 괜히 선발에 도전하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보단 앞으로 몇 년간 불펜 투수로 최고 위치까지 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리그 최고 불펜 투수를 상징하는 타이틀인 ‘홀드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우영은 지난 2년간 홀드 부문에서 ‘톱10’에 들었다. "우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에 욕심을 내고 싶어서 홀드왕을 목표로 두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계에는 ‘정우영’이라는 동명이인이 많다. 포털사이트에 정우영의 이름을 검색하면 야구선수 정우영은 세 번째 순서로 나온다. 동명이인 축구선수가 2명이나 있어서다. 정우영과 동갑내기인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의 정우영(22)이 가장 먼저 나온다. ‘야구선수’ 정우영은 “가끔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해 본다. 홀드왕을 하면 첫 번째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더 유명해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미소 지었다.

이천=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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