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야구는 흔히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마라톤에 비유되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선 계산이 서는 확실한 에이스가 필요하다. 마운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SK 와이번스는 2020시즌을 앞두고 에이스 김광현(33ㆍ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떠나 보냈다. 김광현은 SK에서 통산 136승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남긴 리그 대표 슈퍼 에이스다. 빅리그 진출 전 마지막 해인 2019시즌 김광현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ㆍ스탯티즈 기준)은 무려 6.38이다. 김광현이 '리그 평균 성적'을 내는 선수보다 팀에 6~7승을 더 안겼다는 의미다. 

기둥 김광현이 빠진 SK 마운드는 처참히 무너졌다. 2019시즌 선발 평균자책점 1위(3.39)를 차지한 SK는 2020시즌 이 부문 9위(5.35)로 추락했다. 마운드 붕괴는 팀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2020시즌 51승 1무 92패로 9위를 머물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KIA 타이거즈의 2021년 겨울은 SK의 2020년 겨울과 닮아 있다. KIA는 비시즌 ‘대투수’ 양현종과 결별했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미국행에 ‘올인’한 양현종은 13일(한국 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을 했다. 양현종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KBO리그 대표 에이스였다. KIA에서 14시즌 동안 147승을 올렸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동의 에이스로 KIA 마운드를 지켰다. 양현종이 없는 KIA 마운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KIA는 이제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양현종 없이 살아가야 한다. 양현종 이탈의 충격파를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시즌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브룩스(왼쪽)와 멩덴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믿을 구석은 외국인 원투펀치다. 지난해 KIA 에이스 구실을 했던 애런 브룩스가 건재하다. 올해는 가족과 함께 더욱 안정된 환경 속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리그 새 외국인 투수 중 가장 이름값이 높은 다니엘 멩덴(28)이 합류했다. 멩덴은 빅리그에서 5년 통산 60경기에서 17승 20패,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했다. 시속 140㎞ 중후반대 구속에 매우 안정적인 제구로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KIA가 신규 외국인 선수 총액 상한선인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를 꽉 채워 영입할 정도 기대감이 크다. 벌써 다른 팀의 경계대상으로 뽑히고 있다.

둘은 10일과 16일에 나란히 불펜 투구를 했다. 코칭스태프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브룩스가 꾸준한 투구를 보여주고 멩덴이 KBO리그에 연착륙한다면 ‘30승 합작’을 기대해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얼굴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래 자원을 발굴할 기회이기도 하다. KIA 마운드는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의 땅’이 됐다. 장현식(26), 김유신(22), 김현수(21), 이의리(19), 장민기(20) 등 영건들이 5선발 자리를 두고 치열한 오디션을 펼치고 있다.

KIA 신인 이의리. /연합뉴스

장현식은 최근 3년간 불펜 투수로 뛰었지만, 2017시즌엔 22차례 선발 등판했다. 명예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 시즌 후반 선발 경험을 쌓은 기대주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왼손 투수 김유신(22)은 ‘예비역 파워’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2019시즌 상무야구단에서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탈삼진)을 차지하는 등 입대 전보다 성장해 팀 내에서 기대가 크다. 신인 이의리와 장민기도 전도유망한 왼손 투수다. 특히 양현종의 후계자로 꼽히는 이의리는 8일 불펜 투구에서 왼손 투수로는 최상급인 분당 회전수(RPM) 평균 2300대 후반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느덧 KIA 마운드의 중고참이 된 3ㆍ4선발 임기영(28)과 이민우(29)도 한 단계 올라서야 한다. 기복을 줄이고 꾸준한 선발로 자리 잡아야 할 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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