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제공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식품업계가 제품의 생산부터 마무리까지 전 과정에 친환경가치를 녹여내고 있다. 환경 · 사회 · 지배구조에 주목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중 환경에 주목한 행보가 눈에 띈다.

제품 구매 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해 제품 출시부터 빨대, 라벨을 없애거나 제품 생산 후 남겨진 부산물을 재조명하는 등 다양한 모습이다. 업계는 이를 통해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ESG 전략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

오비맥주 제공

‘2막’ 시작하는 부산물... 에너지바, 포장재로 변신

최근 업계는 제품을 만들 때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한 색다른 변신에 주목하고 있다. 제품 생산 이후 버려지는 원료 부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포장재 등을 선보이면서 이 과정 속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하는 건 물론 다양한 업체와의 합종연횡으로 경계까지 허물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새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오비맥주는 맥주 생산 시 발생하는 맥주박으로 에너지바 ‘리너지바’를 제작했다. 푸드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식품 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푸드 업사이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푸드 업사이클은 식품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의미한다.

리하베스트는 오비맥주가 발견한 유망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9년 오비맥주가 서울창업허브(SBA),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개최한 ‘글로벌 스타트업 밋업 (MEET-UP)’ 행사에서 최종 선발돼 연을 맺은 뒤 친환경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함께하게 됐다.

리너지바는 양조 시 발생하는 카스 부산물을 공장에서 당일 수거한 뒤 살균-건조-분쇄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원료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Wadiz)에 공개, 총 6332%의 달성률을 얻으며 호응을 얻었다.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구매·지속가능경영 부문 부사장은 “협약 체결로 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에너지바, 그래놀라, 시리얼 등 다양한 식품을 개발해 사업화 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특히 국내 신생 벤처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판지 활용 제품/롯데제과 제공

롯데제과는 한솔제지와의 협력으로 초콜릿 카카오 열매의 부산물로 친환경 종이를 만들었다.

양사는 지난 해 6월부터 카카오 판지 개발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개발 초기 당시 카카오 오일 적합성 문제, 생산성 하락 등으로 연구에 제동이 걸렸지만 7개월 간의 연구 끝에 신 포장재 ‘카카오 판지’를 개발하게 됐다.

카카오 판지는 초콜릿 원료로 사용된 후 버려지는 카카오 열매의 부산물을 분말 형태로 가공하여, 재생펄프와 혼합해서 만들어졌다.

판지는 롯데제과의 봄 시즌 기획 제품 2종(가나 핑크베리, 크런키 핑크베리)의 묶음 상품에 적용됐으며 추후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만남은 환경 보호라는 공통의 비전에서 출발했다. 롯데제과는 친환경 포장 확대 프로젝트인 ‘스마트 리사이클’을 추진하고 있고 한솔제지 역시 원료의 생산부터 폐기물 처리, 재활용까지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여 관리하는 등 ESG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친환경 소비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공장에서 발생하는 카카오 부산물을 활용한 패키지를 개발하고자 했다”며 “카카오 껍질로 만든 포장재로 다시 초콜릿을 포장한다는 점에서 고객의 흥미까지 유발하는 마케팅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고고챌린지에 동참한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좌측 두 번째)/매일유업 제공

라벨, 빨대 사라진 곳 ‘친환경’이 채운다

‘새활용’으로 부산물의 효율적 활용에 주목하는가 하면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일회용품, 빨대를 제품에서 없애기도 한다. 라벨, 빨대가 사라진 곳은 친환경 가치가 채운다.

매일유업은 김선희 대표이사까지 나섰다. 김 대표는 올해 초 환경부가 시작한 탈플라스틱 캠페인 ‘고고챌린지’에 동참하며 '친환경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 및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일 한 가지를 약속하는 캠페인이다.

매일유업은 친환경 경영을 위해 제품을 손보고 있다. 앞서 기존 PET 패키지로 판매하던 상하목장 유기농우유와 저온살균 슬로우밀크를 2019년부터 차례대로 종이소재 ‘후레쉬팩’ 패키지로 변경했고, 지난해 엔요100 요구르트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했다. 이 외에도 플로리다 주스, 매일우유 2.3L, 바리스타룰스도 변화했다. 매일유업은 빨대 제거 및 패키지 변경 등을 통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342톤 가량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남양유업도 동참했다. 남양유업은 소비자 모임 ‘지구지킴이 쓰담쓰담’과 ‘서울새활용플라자’와 함께 친환경 캠페인 Save the earth 활동을 전개, 이 일환으로 제품에 빨대를 없앤 '맛있는우유GT 테트라팩’을 최근 출시했다.

일화 제공

이외 코카 콜라는 씨그램 라벨프리(Label-free) 제품을 선보이며 페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경량화를 이뤄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는 지난해 출시했다. ‘아이시스 ECO’는 지난 한 해 동안만 약 1010만 개가 판매되면서 호응을 얻었다.

풀무원은 구성 원료 중 30%를 사탕수수로 대체한 바이오 페트(Bio-PET) 재질의 샐러드 용기를 개발했다. 친환경 샐러드 용기는 풀무원 계열사에서 선보이고 있는 샐러드 제품에 적용된다. 일화는 유색 페트병으로 출시되던 자사의 음료 전제품을 무색 페트 용기로 바꾸고 에코탭 라벨을 적용했다.

CJ제일제당 PHA를 활용해 만든 플라스틱 제품/CJ제일제당 제공

친환경 타고 '지속가능성'에 잰걸음

식품업계의 친환경 경영은 미래 중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관련 부서 구축, 제도를 마련하면서 잰걸음 중이다. 이는 때론 신사업으로 몸집을 확대하기도 한다.

또 오는 2030년부터 코스피 상장 기업 공시에 ESG가 포함되면서 이 같은 활동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CJ그룹은 ‘자연에서 소비자 식탁, 다시 자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실현하기 위해 기존 사업과 더불어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PHA(Polyhydroxyl alkanoate)를 앞세운 글로벌 친환경 소재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엔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공신력있는 친환경 인증인 TÜV 생분해 인증을 취득했다. PHA는 바다에서 분해되는 유일한 생분해 소재로,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생분해 소재 사업은 지난해 연간 1조 원, 향후 5년내 3배 이상 규모까지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친환경 포장재 생산 강화를 위해 통 큰 투자를 감행했다.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친환경 방식의 ‘플렉소’ 인쇄 설비를 도입해 ‘포카칩’과 ‘태양의맛 썬’, ‘오!감자’ 등 16개 제품 속 포장재를 친환경 인쇄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올해는 추가 투자를 바탕으로 인쇄 설비를 증설해 모든 제품의 포장재를 플렉소 방식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은 최근 ESG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준법지원인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생산, 물류, 서비스 등 전 영역에서 에너지 사용, 폐기물 배출, 온실가스 배출 등을 개선하며 친환경 경영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준법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준법경영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