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16일(한국시각) 열린 디트로이트와 시범경기에서 위력적인 투구 내용을 보이며 올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어금니를 악 물었다. 류현진은 올 시즌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에서 최고구속 90마일(시속 145km)을 넘기는 묵직한 패스트볼로 첫 승을 신고했다.
 
류현진은 16일(이하 한국시각) 플로리다주 퍼블릭스 필드 앳 조커 머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시범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이날 류현진은 3회를 제외하고 단 한 타자도 루상에 내보내지 않으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4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은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범경기 첫 승과 함께 정규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경기 후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의 패스트볼은 힘이 있어 보였다. 또 패스트볼을 보조할 구종 역시 훌륭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류현진은 자신만의 준비 과정이 있고 그것을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류현진의 루틴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도 류현진의 투구에 감탄했다. MLB닷컴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날카롭게 떨어졌고 3회에는 삼진 2개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언론 스포츠넷은 "류현진이 3회 사인 미스에도 삼진을 잡아냈다"면서 "류현진은 실수를 하고도 삼진을 기록한다"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코칭 스태프와 현지 언론의 호평 속에 류현진은 이날 지난해 정규시즌 평균 패스트볼 구속을 웃도는 빠른 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이날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92.2마일(시속 148km)였다. 지난해 초반 구속 저하로 불거졌던 우려를 올 시즌은 시범경기에서부터 털고 가는 류현진이다. 
 
실제로 류현진은 이날 빠른 볼 위주의 투구를 했다. 모두 49개의 공을 뿌린 류현진은 이 중 18개를 패스트볼로 채웠다.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은 90.5마일(시속 145.6km)였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만 놓고 보면 지난해 평균 89.6마일(시속 144.2km)를 훌쩍 뛰어 넘는다. 특히 60경기 초단기 시즌이 아닌 정상적으로 시즌이 진행됐던 2019년과 비교해도 손색 없다. 2019년 직구 평균 구속은 90.6마일(시속 145.8km)이었다. 패스트볼 이외에도 류현진은 이날 커터(12개), 체인지업(12개), 커브(7개)를 섞어 던졌다. 

류현진이 올 시즌 90마일이 넘는 패스트볼 구속을 시범경기에서부터 선보이며 정규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현진의 평균 구속 90마일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류현진은 구속으로 타자를 윽박지리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다. 다양한 구종과 정교한 제구로 승부한다. 하지만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커터 등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패스트볼의 구속이 뒷받침 돼야 한다. 류현진은 그동안 패스트볼이 평균적으로 90마일 이상의 구속을 보일 때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90마일에 못 미치면 고전했다. 정규시즌이 개막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패스트볼 구속이 90마일을 넘긴 건 고무적이다. 
 
류현진 역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투구 수를 차근차근 늘리고 있고 오늘도 준비한 대로 경기했다"며 "정규시즌 개막까지 2, 3주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 몸을 다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스프링캠프가 한 번 중단되고 여름 캠프에서 짧게 준비하고 정규시즌을 시작해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굉장히 잘 준비하고 있다.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하니 몸 관리도 편하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잊지 않으며 "올해는 첫 경기부터 잘 준비된 상태에서 마운드에 서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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