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 체험 중이 송진욱 군(오른쪽). /이하 박대웅 기자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이거 보세요, 예쁘죠!"
 
봄을 재촉하는 비가 전국을 촉촉하게 적시던 4월 초, 경기도 이천시 이천도자예술마을의 한 공방은 기대와 재미, 설렘 가득 찬 송진욱(5) 군의 웃음 소리와 목소리로 가득찼다. 송진욱 군은 이날 생애 처음으로 물레를 체험했다. 컵으로 시작해 냄비로 끝나 물레 체험을 마친 송진욱 군은 "또 하고 싶어요"라는 말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기자는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 길을 나섰다"는 송경준(32) 씨와 아내 이유영(30) 씨 그리고 '귀염둥이' 송진욱 군 가족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도자(陶瓷) 도시 이천시의 이천도자예술마을을 둘러 봤다. 
 
"생각보다 재밌는데 쉽지 않네요." 물레 체험을 가장 즐긴 건 '아빠' 송경준 씨다. 두 손끝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돌아가는 물레 위 흙무더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었다. "왜 이렇게 진지해." 아내의 우스갯소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애써 만들어 올린 흙 역시 찌그러지기 일쑤다. 
 
실패한 흙은 물레 위 흙더미에 다시 뭉쳐서 재활용하지 않는다. 그대로 떼어낸다. 다시 두 손에 물을 적시고 손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엄지손가락으로 그릇의 깊이를 주고 검지와 중지로 그릇의 넓이와 두께를 결정한다. "저의 손 끝에서 그릇이 모양을 잡아갈 때 왠지 모르게 짜릿하다. 한 순간이면 삐끗하면 말짱 도루묵이니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송경준 씨는 물레 체험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레 체험이 한창이 송경준 씨(오른쪽). 

임신 8개월 차의 이유영 씨는 물레에 바짝 다가 앉아야 하는 체험 대신 초벌된 그릇에 그림을 그려 넣는 걸 택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그릇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장점에 사로잡혔다. 엄마와 아빠가 도자기 삼매경에 빠진 사이 가장 먼저 체험을 마친 송진욱 군은 뭘 하고 있을까. "공룡이에요. 어으." 한 켠에서 혼자 만의 작품 세계에 빠져 있었다. 공방 관계자는 "시중에 파는 클레이와 다른 흙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귀띔했다. 
 
체험 행사를 진행한 김종영 도예가는 "도시에서 물레 체험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면서 "일단 한 번 경험해 보길 권한다. 느껴보면 물레의 재미에 빠질 것이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체험 후 작품(?)은 어떻게 될까. 공방 관계자는 "제작한 작품은 이후 초벌과 유약 작업 등을 거쳐 2주 후쯤 남긴 주소지로 택배 배송한다"고 설명했다. 
 
"이천은 쌀이 좋아서 한정식이 맛있데. 밥 먹으러 가자." 송경준-이유영 씨 가족은 그렇게 이천도자예술마을에서 도자기와 함께 가족의 사랑도 빚은 채 이천의 또 다른 재미를 찾아 떠났다. 봄비보다 더 훈훈한 가족애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차곡차곡 쌓인 자기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천도자예술마을은 국내 최대 공예 타운으로 40만6000㎡의 대지(12만여 평)에 221개의 필지, 약 350여 개의 공방들이 모여 있다. 약 500여 명의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축을 이루는 도예공방을 비롯해 유리, 고가구, 목공예, 규방공예, 회화, 섬유, 옻칠, 조각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 공방들이 둥지를 틀었다. 가장 큰 특징은 각각의 공방이 작업 공간, 전시 공간, 판매 공간, 주거 공간을 보유한다는 점이다. 방문객들은 작가의 작업 일상을 공유 할 수 있다.
 
이천시는 "이천도자예술마을 안에는 350개의 공방들이 입주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공방만큼 여러 특징을 갖고 있어 사전 정보를 확인 후 둘러보는 게 합리적이다"고 전했다. 

이천도자예술마을=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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