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스포츠 도박 신고센터 홈페이지 캡처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경제, 교육, 문화, 스포츠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끼쳤다. 스포츠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스포츠 산업 전반이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의 성장세 역시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을 위해 운영하는 체육복표 사업이다. 공단은 수탁사업자(스포츠토토코리아)를 별도로 선정해 복표발행에 관한 제반 업무를 위탁하고 있으며, 조성된 기금은 체육진흥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과 체육 관련 지원금에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전반적인 경제 불황과 무관중 경기 지속, 선수들의 경기력 감소에 따른 잦은 이변 발생 등 투표권 대상 경기 결과의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예측의 불확실성이 상승, 고객 구매력이 감소해 투표권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열풍도 한몫했다. 전 세대에 걸쳐 암호화폐 투자 과열 현상이 지속하면서 투표권에 대한 관심도가 하락하고, 신규 고객 유입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의 꾸준한 성장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법 스포츠 도박의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이하 항정원)이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불법 스포츠 도박의 추이와 대책’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는 약 20.2조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 사행산업감독위원회의 ‘제4차 불법 ,도박 실태조사’에서 집계된 약 20.5조 원과 차이가 크지 않은데, 통계의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형정원은 최근 5년간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세금, 기금 포탈액을 합법 스포츠토토의 연도별 매출액에서 세금 및 기금을 부담한 비율(약 31%)을 기준으로 산정했는데, 규모가 5년간 약 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법 스포츠 도박만 기준으로 추정한 것으로 불법 도박 시장 전체를 대입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스포츠 도박 업체들은 합법 투표권 사업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e-스포츠, 가상 이벤트, 불법 캐주얼 게임 등을 발매하고, 모바일 플랫폼 활성화해 이용자 수를 유지하고 있다. 투표권 사업의 연 매출이 2019년 5.1조 원에서 2020년 4.9조 원으로 4.23% 감소한 반면 불법 스포츠 도박은 20.5조 원에서 20.2조 원으로 1.46%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해외스포츠 베팅업체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꾸준히 영업망을 구축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스포츠 경기 중단 상황에도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접근이 쉬워 미성년자도 유혹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는 151만9625명에 이른다.

불법 스포츠 도박이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합법 투표권 사업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스포츠토토의 공식 온라인 발매사이트 베트맨의 연간 회원 수는 2019년 64만4372명에서 지난해 59만9403명으로 7% 감소했다. 연간 신규 회원 수 역시 2019년 16만7013명에서 지난해 16만244명으로 4.1% 줄었다. 판매점 건전화를 위한 규제 정책 등이 강화된 탓에 판매점을 통해 투표권을 꾸준히 구매하던 충성 고객들의 구매 피로도가 커지고, 신규 회원의 유입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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