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서울시·SH, 사상 첫 택지조성비 포함 공개
건설사 “원가 공개, 할 이유도 할 수도 없어”
SH 원가 신뢰성 및 효용성 의문 제기도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건설현장. /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건설현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분양원가 공개요? 삼성전자에 기업비밀을 내놓으라고 한 것과 비슷한 거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민간 건설사도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지난 15일 아파트 분양원가를 전면공개했다. SH공사는 최근 10년 동안 지은 아파트 단지 34곳과 앞으로 지을 아파트를 대상으로 택지조성비 10개 항목과 건설 공정별 비용 등 건설원가 61개 항목 등 모두 71개 항목을 공개하기로 했다.

택지조성비까지 포함한 공개는 이번이 최초다. 첫 공개대상은 지난 9월 정산이 완료된 고덕강일4단지다. 총 분양원가는 1765억원이고 이 중 택지조성비는 1㎡당 271만7119원, 건설원가는 1㎡당 208만6640원이다. 분양수익은 980억5300만원이다.

이번 공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헌동 SH공사 사장의 작품이다.  특히 김헌동 사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절부터 원가 공개를 통해 분양가에 낀 거품을 걷어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번 공개는 소비자가 LH와 민간 건설사 분양가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됐으면 하는 의도”라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민간 건설사와 LH 원가공개 여부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떨떠름하다.

건설사들은 원가공개에 대해 할 이유도 할 수도 없다는 태도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원가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법으로 정의되지도 않았는데 서울시와 SH공사가 기준점을 멋대로 정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원가에 대한 검증은 확실히 됐는지도 의문"이라며 "분양원가는 건설사 안에서도 극히 소수만 계산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인데 SH공사 자료의 신뢰성은 어떻게 확인할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양원가는 마음만 먹으면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줄이고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잘못됐는지 아닌지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미국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반도체 공급망 자료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된 사례를 들며 “기업 비밀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자재를 써서 똑같은 공사를 하더라도 기업 노하우와 기술력 등에 따라 이익의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그 노하우와 기술력이 우리의 비밀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하면 이를 만천하에 드러내야 한다는 건데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SH공사와 민간 건설사는 택지조성비부터 구조적 차이가 난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기관인 SH공사는 땅을 싼값에 수용해 아파트를 짓는다. 자체 사업 시 땅을 사들여야 하는 건설사로선 불가능한 방법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원가 공개가 효용성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분양가가 낮아 로또분양 이야기가 나오는 판에 거품이 과연 존재할까”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건설사들은 “결국 이익을 많이 내면 나쁜 건설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이라며 “SH공사의 참고자료 운운은 민간 건설사도 동참하라는 압박”이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LH도 거부감을 나타냈다. LH는 이미 택지비, 공사비 등 62개 항목을 공시하고 있다. 다만 SH 수준으로 확대 및 세부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적정 분양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고 분양가 적정성 논란, 민간 주택부문으로의 원가공개 요구 확산, 주택품질 저하 등이 우려되는 점이 있다”며 “현재 행정소송 등 결과에 따라 당사자에게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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