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한 음악회에 참석하는 정의선 회장과 부인 정지선씨
지난 2015년 고 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넌 기념 음악회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과 부인 정지선씨

[한스경제 송진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의선 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에 입사했다.

하지만 1년 만에 퇴사하고 미국 유학 길에 오른다. 장차 그가 그룹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유창한 영어 구사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본 부친(정몽구 명예회장)의 권유가 있었다.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도 손자에게 늘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터였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경영대학원에서 MBA 코스를 밟기 위해 유학 길에 오를 무렵인 1995년 5월 결혼한다. 그의 나이 만 25세 때였다. 결혼을 하기에는 비교적 이른 나이였다. 미국 유학도 앞두고 있었지만 그만큼 신부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기에 결혼식도 일찍 올렸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신부는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맏 딸인 정지선씨였다. 당시 23세로 서울대학교음대를 졸업한 재원이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내온 사이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도원 회장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여서 집안 간 친분이 있었다. 정의선 회장은 정지선의 사촌오빠와 중고교 동창이기도 하다. 이런 인연으로 두 사람은 오누이처럼 지내다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악을 매개로도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중고교 시절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정지선씨는 국내 최고 명문인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다. 정의선 회장 역시 휘문고 시절 클라리넷 연주가 수준급일 정도로 악기 다루는 솜씨에 일가견이 있었고 교내 음악 서클에서도 활동했다.

이같은 인연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쌓아온 두터운 신뢰와 사랑 덕분에 일찍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부담스런 부분도 있었다. 비록 본은 달랐지만 성이 같은 정씨였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이는 장손자에게 어릴 때부터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할아버지 정주영 명예회장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자신을 찾아온 손자와 그의 여자친구에게 “하동 정씨(정의선 회장)와  김포 정씨(정지선)는 본이 다르기 때문에 혼사를 해도 좋다”며 흔쾌히 결혼을 승낙했다.

사업을 포함해 매사에 속전속결 스타일이었던 정주영 회장은 그 자리에서 지선씨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일주일 후로 약혼날짜를 잡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은 처음 본 손주 며느리감에 매우 흡족해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선 회장과 정지선씨는 결혼 이후 지금까지 27년여 간 모범적인 가정을 꾸려왔다.   정 회장은 해외 모터쇼에 참가할 때 정지선씨를 동반하는 등 남다른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정 회장은 평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저녁 일정을 잡지않고 일찍 귀가하는 날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재계에선 이런 정의선 회장 부부를 두고 '천생연분'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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