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문성주. /LG 제공
LG 트윈스 문성주. /LG 제공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야구계엔 '고3병'이라는 말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유망주 선수들이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지독한 슬럼프에 빠지는 것을 일컫는다. LG 트윈스 외야수 문성주(25) 역시 과거 '고3병'을 앓았다. 지난 2015년 경북고 3학년이던 그는 그해 타율 0.258, OPS 0.767에 그쳤다. 프로행은 언감생심이었다. 4년제 대학 진학에도 실패해 지방 2년제 대학인 강릉영동대에 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에 간 뒤 죽기 살기로 야구에만 매달렸다. 그는 "고등학교 땐 성적이 안 좋으니 낙담하고, 자포자기했던 게 사실이다. 대학 땐 제 야구 인생의 마지막 2년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부단한 노력으로 기량이 급성장했다. 대학 2년간 통산 31경기에서 타율 0.429(105타수 45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153을 올렸다. 2018년 다시 한번 프로의 문을 두드린 문성주는 LG 2차 10라운드 9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전체 드래프티 100명 중 뒤에서 4번째 순서였다.

신인 드래프트 하위라운드 지명자는 '로또'라 불린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된다. 소리 소문 없이 방출되는 선수가 허다하다. 

그러나 문성주는 지명 순위는 숫자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 LG의 주전 우익수로 발돋움한 그는 11일까지 5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5(174타수 60안타), 3홈런, 26타점, 31득점, 출루율 0.477, 장타율 0.447, OPS 0.927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지난 시즌엔 막판 1군에 합류해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는 완전히 유망주의 껍질을 깼다. 류지현(51) LG 감독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끝낸 게 올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저도 이렇게까지 성장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어린 선수 티가 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문성주는 "솔직히 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10라운더라고 안 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하위 지명자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며 미소 지었다.

LG 트윈스 문성주(가운데). /LG 제공
LG 트윈스 문성주(가운데). /LG 제공

그는 올해 발군의 타격 능력을 뽐내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타율·출루율·장타율·OPS 모두 리그 상위권에 랭크됐다. 공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난 데다 배트 스피드도 빨라 장타를 곧잘 만들어낸다. 7월엔 선발 출전한 9경기 중 8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400(35타수 14안타)을 올리고 있다. 멀티 히트(한 경기 안타 2개 이상)도 5차례나 기록했다. 문성주는 "이호준(46) 타격코치 님의 조언 대로 스윙 스피드를 늘리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장타 욕심을 부려서 지난달엔 타격 밸런스가 깨졌는데, 이번 달에 컨디션이 많이 올라오고 타격 타이밍이 잘 맞으면서 좋은 타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2022시즌 KBO리그 전체 등록 선수의 평균 신장은 182.9cm다. 문성주의 키는 175cm로 야구 선수치고는 단신이다. 하지만 작지만 강하다. 그는 각고의 노력으로 작은 체격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키가 작은 선수들은 더 많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장타면 장타, 컨택이면 컨택트, 주루면 주루 등 자신만의 장점을 잘 살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1군 경험이 적은 신예인 만큼 다듬을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테이블 세터로 뛰기 위해선 주루 플레이를 보완해야 한다. 문성주는 올해 도루 7개를 기록하고 있지만, 성공률은 58.3%로 낮다. 의욕이 넘친 나머지 주루사도 4차례나 기록했다. 류 감독은 "(주루 플레이를) 다듬어야 한다. 조금 더 세련될 필요가 있다.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올해 조금 더 경험을 쌓으면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성주는 "저도 주루 쪽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낀다. 올스타 브레이크 때 열심히 연습하고 체력도 회복해서 후반기 때는 세련된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