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리 변동에 널 뛰는 RBC 비율...새 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내성 키워야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하며 보험사들이 지급여력비율(RBC)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게다가 2023년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지금보다 더 강화된 리스크관리를 요구받고 있어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022년 3월 말을 기준으로 생보사와 손보사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에 비해 각각 46%p와 21%p 하락한 209%, 21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며, 특히 생보사의 경우는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비율 하락의 원인은 금리 상승에 따른 매도가능채권의 평가이익 감소가 주 원인이다. 자본 항목 중 현재 당기 순이익에 포함되지 않지만, 앞으로 최종 거래가 확정되면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감소한 것이다.

구체적인 숫자로 살펴보면 보험회사에 내재된 리스크량을 측정해 산출한 필요 자기자본인 요구자본은 지난해 말에 비해 큰 차이가 없지만, 예상치 못한 손실 발생 시 이를 보전해 지급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완충작용을 하는 비용인 가용자본 중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생보사는 17조 1000억원, 손보사는 5조 5000억원이 감소했다.

보험사가 직접적인 자본 확충을 한다면 금리 상승 시기에도 RBC비율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진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저금리를 맞아 매도가능항목으로 지정한 기업의 자산 중 유동성을 충족하지 않는 모든 자산인 매도가능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RBC비율을 관리해 왔다. 때문에 금리 상승기를 맞아 그 취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된 채권은 시장가치로 평가한다. 따라서 금리 하락 때는 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 증가로 RBC비율이 상승한다. 또한 만기가 고정되었고 지급금액이 확정되었거나 결정 가능한 비파생금융자산인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분류하면 금리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자본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만기까지 보유할 목적으로 산 증권인 만기보유증권에서 1년 이내 매각할 목적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이 바뀌면 팔 수 있는 증권인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 후, 당 회계연도 및 직후 2개 회계연도 동안은 금융자산을 만기보유 금융자산으로 분류할 수 없다. 또한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할 때는 만기보유증권 전액을 재분류 해야 한다.

이처럼 채권 재분류를 이용한 가용자본 확충은 RBC 제도에서만 유효한 방식이다. 

매도가능증권 비중이 높은 경우 RBC 비율의 금리 민감도가 커지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7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시장금리 상승 시 생보사 보유자산 평가손실 발생과 RBC비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시산(試算)하고 이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가 2018년 펴낸 '17년 손보사 경영위험 분석' 자료에서도 보험회사가 채권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경우, 자본 변동성에 크게 노출돼 중소형 손보사는 자본 여력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설명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RBC 비율을 금리 민감도의 완화 방안으로 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액의 일정비율 40%를 RBC 가용자본으로 인정해 6월 말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가령 생보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LAT 잉여액이 72조 8000억원이기 때문에 40%를 적용하면 최대 29조 1000억원을 가용자본에 반영할 수 있다. 

각 회사별 매도가능채권 손실금액과 LAT 잉여액 수준에 따라 RBC 비율에 대한 영향은 다르겠지만, 2022년 상반기 실적발표 등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RBC 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 지급여력제도(K-ICS)를 앞두고 보다 근본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노건엽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금리변화에 따른 K-ICS 비율 관리를 원활하게 실행하기 위해 만기 30년 국채선물 도입, 공동재보험 활성화 지원, 계약재매입 제도 도입, 계약이전 제도 현실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장기채 매입으로 금리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의 장기채 초과 수요로 인해 국고채 수익률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자산운용수익률 저하 등의 문제를 낳기도 한다.

현재 국채선물은 만기 10년, 5년, 3년이 상장돼 있다. 따라서 장기물은 장외에서 거래되는 채권선도나 이자율 스와프를 이용해야 한다. 

이외에도 금리 민감도를 완화하는 리스크 관리 방안은 다양하다. 앞서 언급처럼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이 대표적이고, 파생상품을 활용하거나 공동재보험·계약재매입·계약이전 등을 통한 부채구조조정 등의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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