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정해영(가운데). /KIA 제공
KIA 타이거즈 정해영(가운데). /KIA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KIA 타이거즈의 수호신 정해영(21)은 LG 트윈스 고우석(24)과 함께 '포스트 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으로 꼽힌다.

어린 나이에 마무리 투수를 맡아 '전문 클로저'의 길을 걷고 있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해 입단 2년 차였던 2021시즌 34세이브를 올리며 타이거즈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을 세웠다. 20세 1개월 27일의 나이로 30세이브를 기록해 고우석이 보유하고 있던 KBO리그 최연소 30세이브 기록(종전 21세 1개월 7일)도 갈아치웠다.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이날 3-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와 닉 마티니(32), 손아섭(34), 노진혁(33)을 모두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시즌 30세이브째를 올렸다. 2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했다.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선동열(59) 전 대표팀 감독과 임창용(은퇴)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만들었다. 타이거즈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하며 KBO리그 최연소 2년 연속 30세이브의 주인공도 됐다.

정해영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당시 인터뷰에서 "팔 상태가 정말 좋다. 겨우내 준비를 잘해서 자신 있다. KIA 팬들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게 하겠다.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그는 시즌 전 내건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한여름에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시즌 후반에 반등해 KIA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 25일 오전까지 50경기에 출전해 2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3.22(50.1이닝 18자책), 40탈삼진, 피안타율 0.254,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33을 마크했다. 고우석(39세이브), 김재윤(KT 위즈·31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 세이브 성공률은 88.2%(30세이브·4블론)로 2위, 터프 세이브(동점을 허용할 만한 상황에서 올린 세이브)도 3회로 2위다. 8월 중순 어깨 염증 증세로 잠시 이탈한 것을 제외하면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8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복귀한 이후 10경기에서 1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1.74(10.1이닝 2자책)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순위 싸움이 절정에 다다른 9월에는 6경기(6.1이닝)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가운데). /KIA 제공
KIA 타이거즈 정해영(가운데). /KIA 제공

정해영은 묵직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경기를 풀어나가는 투수다. 속구 평균 구속이 2020년 시속 143.1km, 지난해 시속 144km, 올해 시속 144.7km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른 팀 마무리 투수들과 비교해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회전 수와 수직 무브먼트가 좋아 상대 타자들이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다.

정해영의 가장 큰 강점은 구위나 구속이 아닌 '강한 멘털'이다. 마무리 투수에게 꼭 필요한 할 두둑한 배짱을 갖췄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자랑한다. 올해 득점권 피안타율이 0.196(40타수 12안타), 피OPS가 0.628에 불과하다. 김종국(49) KIA 감독은 "어린 나이에 2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구위만 좋다고 마무리 투수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배짱 등 필요한 부분이 많다. 정해영의 멘털이 또래 선수보다 좋지 않나 싶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간 타이거즈에는 오랜 기간 꾸준히 성적을 낸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 선동열, 임창용, 윤석민 등은 선발과 마무리를 병행한 전천 후 투수였다. 선동열은 타이거즈 역사상 최다인 통산 132세이브를 올렸다. 임창용과 윤석민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각각 116세이브, 86세이브를 기록했다.

'젊은 마무리' 정해영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가 보지 못한 길'에 도전한다. '전문 마무리 투수'로 타이거즈 투수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 200세이브, 300세이브를 바라본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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