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스피돔에서 선수들이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광명스피돔에서 선수들이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정상에서 은퇴하느냐 긴 선수 생활을 유지하느냐’는 모든 종목 현역 프로 선수들의 고민거리다. 경륜에도 정상에서 은퇴한 조호성이 있지만, 최고령 현역 선수를 유지하고 있는 허은회가 있다.

경륜 전문가들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전무후무한 79연승 중인 임채빈이 앞으로 4~5년도 정상에 서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런 임채빈도 ‘전성기가 끊긴다면 정상에서 은퇴하겠느냐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임채빈은 “정상에서 그만두기보다 팀 내 후배들을 밀어줄 수 있는 2, 3진급 선수가 되어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듯 한때 경륜 정상에 올랐으나 지금은 2, 3진급 선수가 되어 선수 생활을 유지하면서 세월을 거스르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현재 그랑프리와 같은 올스타전 포함 3연패에 빛나는 홍석한(8기·47세 우수급)이 대표적이다. 2008년 그랑프리에서 라이벌이었던 조호성은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정상에서 은퇴했으나 홍석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유지하면서 팀 후배들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는 체력적 한계를 노출하며 2진급 선수로 밀려나기는 했으나 다승 누적 순위에서는 아직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9월 4일 경륜선수 최초 500승 고지에 올랐고, 현재는 538승을 기록 중이다. 그랑프리 4연패에 빛나는 정종진의 누적 승수가 351승임을 고려하면 홍석한은 전설이다. 지난 7일 부산에서 젖히기 1착으로 쌍승 566.8배를 기록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강자로 군림했던 김영섭(8기·47세 우수급)도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3일 결선까지 나흘 동안 내리 연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줄곧 특선급을 유지하다 체력적 문제점을 노출해 올 시즌은 우수급에서 활동하고 있고 초반 부진으로 2진급 선수가 됐으나 최근 약점을 극복하며 부활했다. 홍김영섭은 인근 김포팀의 러브콜을 받고 있으나 고참으로서 젊은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팀 소속 없이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때부터 줄곧 따랐던 슈퍼특선 인치환(17기 39세)의 도움으로 김포팀에서 함께 간간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3일 광명 우수결승에서 김포팀 윤현준의 선행을 추입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세종팀의 정신적 지주인 ‘선행대감’ 박종현(6기 54세 우수급)은 1999년 늦깎이로 데뷔해 2000년대 유학을 통해 배운 과학적인 선행 전법을 후배들에게 전수했다. 현재 우수 2.5진급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선행전법을 통해 7월 31일 쌍승 184.8배, 8월 28일 23.4배, 9월 12일 89.9배로 파란을 일으키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최고참에도 앞선에서 시원한 선행을 통해 진로를 뚫는 적극적인 모습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경륜 원년 올스타전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허은회(1기 57세 선발급)도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 29년차로 3진급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나 지난 9월 11, 12, 23일 2착으로 경륜 현역 최고령 입상기록을 잇고 있다. 옛 명성을 뒤로하고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선발급 노장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박정우 경륜위너스 예상부장은 “최고를 꿈꾸는 후배들이 선배를 뛰어넘어 새 아이콘이 된다. 이는 후진 양성을 위한 선배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현재는 2, 3진급이 되었지만, 세월을 거스른 선배들의 투혼이 경륜의 지속적인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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