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장기 비전보다는 당장 닥칠 현안 대비가 우선
/보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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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국내 보험사 CEO들은 당분간 인플레이션 지속 상황과 새 회계기준 적용과 관련한 단기적 대비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은 생명보험사 22명, 손해보험사 16명 등, 총 38명의 보험사 CEO들로부터 현재 보험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와 미래전략, 정책적 요구 등에 대한 견해를 청취하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대폭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급등,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업권이 불확실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게다라 2023년 IFRS17과 K-ICS 등, 시가평가 기반의 신 제도 도입도 앞두고 있다. 따라서 내년에는 경제환경 변화와 함께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보험회사의 전략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설문에 응답한 대부분(84.2%)의 CEO들은 현재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 위협이 1~2년 내에 해소 가능한 단기적 현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92.1%가 인플레이션 확대는 보험사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81.6%는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확대가 보험 수요 및 보험금 청구액, 사업비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보험회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의 여파로 보험계약의 실질적 가치가 감소하면 보험 수요가 줄어들고 계약해지가 증가할 수 있으며, 필수 소비에 대한 가격부담이 확대되며 미래 위험에 대한 소비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와 같은 급격한 금리인상 국면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우선 금리 상승은 자산운용 측면에선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RBC비율 하락 및 자본확충 비용부담은 보험사의 건정성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성장성 측면에서는 이러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해 대다수(89.5%)의 CEO들이 부정적으로 응답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손보사 10명의 CEO들과 생보사 7명의 CEO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체를 두고 봤을 때 수익성 측면에선 긍정적 영향이라고 답한 이들이 44.7%였으며, 부정적인 영향이라 답한 이들은 47.4%로 조금 많았다. 특히 생보사에서 금리 인상을 좀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IFRS17과 K-ICS에 대한 준비 수준은 대체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준비 수준이 보통을 넘어선다는 응답의 비중이 81.6%로, 2021년 77.0%에 비해 4.6%p가 상승했다.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평한 CEO들은 5명이었는데 모두 생명보험사 CEO들이다. 장기보험 비중이 높은 생보사가 상대적으로 제도변화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개편된 모집수수료 체계, 이른바 '1200% 룰'에 대한 평가는 적당하다는 응답이 36.8%였으며,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39.5%, 보다 완화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23.7%로 나타났다. 이처럼 의견이 나눠지는 것은 수수료 규제에 대한 평가와 인식이 전속채널 보유 여부, GA 채널에 대한 매출 의존도 등이 각 보험사마다 상이하기 때문이다.

경향성을 보자면 생명보험사보다 GA 채널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손해보험사가 모집수수료 개편 후, GA 채널에서 매출 감소를 체감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는 제도 개편 이후 GA 채널 매출에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43.2%로 가장 많았지만, 감소했다는 응답이 35.1%로, 증가 21.6%보다 높았다.

여타 금융업권과 마찬가지로 보험회사 역시 디지털전략과 기후위기 대응 등, 저탄소 정책은 중장기 경영전략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다. 

향후 1년간 예산이나 인력 등 디지털전략의 중요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92.1%의 CEO들이 지금보다 중요도가 증가할 거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 관련 저탄소 정책에 대해서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실제 대응 수준은 각 회사마다 편차가 있었다.

자산운용과 위험인수 전략에 '일부' 적용하는 수준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수준, 전사적 참여를 통한 대응 등 각 수준별 응답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특히 저탄소 관련 위험인수는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크게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생보사들은 자산운용 측면에서 저탄소 정책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들의 향후 2~3년 간 주력 상품전략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 선택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년 사이 변화를 굳이 따지자면 연금보험과 변액보험 비중이 확대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적연금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사적연금 시장 의 확대를 예상하는 가운데, 생보사 CEO들은 연금시장에 대한 관심이 2021년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형 상품인 변액보험은 코로나19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투자형 상품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며 비중이 늘었다.

손보사의 주력 상품전략은 2021년과 거의 동일하게 46.2%가 장기인보험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간의 변화가 있다면 자동차, 기업종합 보험을 선택한 비중이 소폭 감소하고, 장기물보험을 선택한 비중이 9.4%에서 17.1%로 확대됐으며, 배상책임보험도 7.3%에서 9.5%로 증가했다.

신사업영역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2021년과 마찬가지로 건강관리서비스, 간병 및 요양서비스 등 헬스 관련 사업이다. 빅테크 등 보험판의 새 플레이어와 경쟁을 고려해 종합금융서비스에 대한 관심도도 10.9%에서 15.6%로 확대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보험연구원은 "설문조사 결과 보험회사 CEO들은 최근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와 함께 IFRS17, K-ICS 등 시가평가 기반 신제도 도입으로 2021년에 비해 단기 현안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며, 2023년은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시기이므로 슬기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총평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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