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이정후가 솔로홈런을 터트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11월 8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이정후가 솔로홈런을 터트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간판 타자 이정후(24ㆍ키움 히어로즈)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벌써 1억 달러(약 1275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정후는 19일 키움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2017년 입단한 그는 2023시즌까지 뛰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해외 진출 자격인 7시즌을 채우게 된다. 키움 구단은 "이정후 선수의 도전 의지를 응원한다"면서 "내년 초 논의를 거친 다음에 공식적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후의 빅리그 도전은 예견된 일이다. 오래전부터 해외 진출 뜻을 피력했다. 빅리그 구단들도 수년 전부터 그를 주시해왔다.

이정후는 올해 초 본지와 인터뷰에서 "MLB 진출이 이루고 싶은 목표인 건 맞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눈앞의 현실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도화지가 아무리 커도 제가 채우지 못하면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잘 채워나간다면 미래에 큰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멋진 선수가 되어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자신의 도화지에 많은 것을 채웠다.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0.349)과 안타(193개), 타점(113점), 출루율(0.421), 장타율(0.575)까지 타격 5개 부문 1위를 휩쓸었다. KBO리그 최정상급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에 장타력까지 보완하면서 ‘완성형 타자’로 거듭났다. 지난달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거머쥐며 한미일 프로야구 최초로 ‘부자(父子) MVP’ 기록을 완성했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52) LG 트윈스 코치는 1994년 해태 타이거즈(KIA 타이거즈 전신) 소속으로 MVP를 차지했다.

KBO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를 향한 빅리그의 관심은 뜨겁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0일(한국 시각) ‘KBO 스타 이정후가 내년 겨울 FA시장을 흔들 수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주요 뉴스로 배치했다. 이 매체는 “이정후의 타격 능력은 KBO리그 최고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627타석에서 삼진이 32개에 불과했고, 볼넷은 66개였다. 3000타석 이상 소화한 KBO 역대 모든 타자 중 통산 타율(0.342)이 가장 높다”면서 “어디에 던지든 그 공을 때린 블라디미르 게레로(47ㆍ은퇴)를 좋아했다면 아마 이정후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집중 조명했다.

류현진. /AP 연합뉴스
류현진. /AP 연합뉴스

관건은 이정후가 어떤 대우를 받느냐다. 한국 선수 역대 최고 대우를 받고 태평양을 건널지 관심이다. 자유계약선수(FA)와 포스팅 시스템을 통틀어 최고 대우를 받고 간 선수는 2013년 류현진(35ㆍ토론토 블루제이스)과 2021년 김하성(27ㆍ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다. 류현진은 6년 보장에 3600만 달러(약 459억 원)에 로스엔젤레스(LA) 다저스와 계약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약 357억 원)에 계약했다. 연평균(700만 달러)으로는 600만 달러(약 76억 원)의 류현진보다 앞선다.

이정후가 두 선수를 뛰어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어린 나이다. MLB에서 뛸 수 있는 2년 뒤에도 26세에 불과하다. 기량이 아직 정점에 오르지 않은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여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56) 한국스포츠경제 논평위원은 “최근 빅리그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은 대부분 20대 후반~30대 초반이다. 이정후는 이들보다 2~3살 어린 나이에 미국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빅리그 구단들이 매력을 느낄 만 하다”고 짚었다.

일본인 타자 요시다 마시타카(29)의 계약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는 이달 초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총액 9000만 달러(약 1177억 원)에 계약했다. 요시다는 이정후와 비슷한 유형의 타자다. 하지만 나이가 이정후보다 5살 많다.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이정후가 요시다와 비슷한 규모의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재우 위원은 “내년 일본 타자들이 빅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일본 타자들이 빅리그에 연착륙한다면 같은 동양권 타자인 이정후도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정후가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대우를 받으며 빅리그에 입성할 것이라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정후가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KBO리그에서 큰 부상 없이 최근 2년과 비슷한 성적을 낸다면 계약 규모는 상상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송 위원은 “이정후에겐 WBC가 ‘쇼케이스’가 될 것이다. 내년 국제대회와 리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계약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장기 계약을 한다면 1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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