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배구단 로고(오른쪽). /연합뉴스
흥국생명 배구단 로고(오른쪽).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9일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경기가 열린 화성종합체육관. 원정팀 흥국생명 응원석에선 ‘행복배구’,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팬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흥국생명 팬들은 5일 GS칼텍스와 홈 경기부터 자체 제작한 클래퍼를 배포하고 있다. 최근 구단이 권순찬(48) 감독을 돌연 경질에 한 것에 대한 항의 표시 차원에서 진행했다. 

권 전 감독과 김여일 단장은 2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형준 흥국생명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이들이 팀을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단은 ‘사퇴’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지난해 4월 부임한 권 전 감독은 팀을 2위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었으나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임 통보를 받고 팀을 떠났다. 흥국생명의 이해하기 힘든 결정은 선수단과 팬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흥국생명 사령탑 없이 표류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업은행전에선 구심점인 김연경(35)이 컨디션 난조로 빠졌다. 그러나 흥국생명 선수단은 최악의 상황에서 똘똘 뭉쳤다. 각종 악재를 이겨내고 기업은행을 세트 점수 3-1로 꺾었다. 4연승을 이어간 흥국생명은 승점 47(16승 4패)를 기록해 선두 현대건설과 격차를 4로 줄였다. 

흥국생명 선수들.  /KOVO 제공
흥국생명 선수들.  /KOVO 제공

흥국생명 선수단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흥국생명 맏언니 김해란(38)은 이날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팬들이 갖고 오는 클래퍼가 정말 감동적이다. 팬들 덕분에 버티고 있다”라고 밝혔다.

프로다운 선수단과 달리, 흥국생명 구단은 아마추어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임형준 흥국생명 신임 단장은 세간의 오해를 잡겠다는 취지로 5일 GS칼텍스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가 황당한 해명으로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그는 "선수 기용이 아니라 경기 운영과 관련해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갈등이 있었다. 로테이션 문제에서 의견이 안 맞았다. 팬들이 원하는 건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6·등록명 옐레나)가 함께 전위에 있는 게 아니다"라며 프런트의 월권 행사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등을 통해서 팬들이 댓글을 달았다. 그런 의견을 수렴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김연경은 “선수 기용에 관한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구단 측이) 원하는 대로 했다가 몇 번 진 경우가 있었다.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흥국생명은 6일 새 사령탑으로 지난 시즌까지 수석코치로 일했던 김기중(48) 선명여고 감독을 선임했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8일 기업은행전에서 김기중 감독이 아닌 김대경(36)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 감독과 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했기 때문다. 김 감독은 아직 선수단과 인사도 나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김 감독과 계약을 마무리 짓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신임 사령탑 선임을 발표했다. 구단의 아마추어 같은 행정력 때문에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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