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반적 침체 속에 금융계열·CVC 중심 옥석가리기 본격화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은 분명 한풀 꺾였다. 조만간 고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 단언하기엔 이르지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숨고르기 중이다.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는 지난 2021년 4분기 1807억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세다. 2022년 4분기는 1년 전과 비교해 63.5%가 감소해 65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주춤대는 모습은 미 연준을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지속하며 투자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위축된 탓이 가장 크다. 이에 위험자산시장인 증권이나 기업공개(IPO), 가상자산에서 예·적금이나 달러 등의 안전자산시장으로 투자심리가 옮겨갔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도 마찬가지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 4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34.5%가 감소한 숫자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가장 규모가 큰 벤처투자 시장은 단연 미국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319억달러로 약 48.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65.6%가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유럽의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124억달러였는데, 이는 43.9%가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같은 기간 아시아지역의 벤처투자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163억달러로 69.0%가 감소했다.

이와 같은 시장 위축의 또 하나 특징은 후기단계 투자, 이른바 'last-stage'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축소되고 있는 점이다. 1억달러 이상 투자를 받는 '메가 라운드'의 비중이 줄었다. 2021년 4분기 59%가 일년 후 36%로 쪼그라든 것이다.

올해 국내 벤처투자 시장도 앞서 언급한 글로벌 추세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기 투자에 대한 확대는 기대해 볼만하다. 무엇보다도 연중 금리인상 기조가 완화되고, 그 와중에  중소 벤처캐피탈이나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의 옥석가리기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도 있다.

전 세계적인 벤처투자 위축 시기에 비교적 투자여력을 갖추고 있는 금융회사들이나 대기업 중심의 CVC(Corporate Venture Capital)은 시장 전반의 핵심 플레이어로 더욱 입지를 굳히고 있다. 가령 지난해 2분기 기준 글로벌 톱 10 CVC 중 일본계 회사는 6개로 늘어났는데, 일본 3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 그룹(MUFG),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의 계열 CVC가 특히 주요 투자자로 부상한 것이다.

국내 회사 중에는 같은 시기 KB인베스트먼트가 4위, 카카오 벤처스가 10위 CVC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기업이 출자한 이들 CVC는 단순히 재무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 이외에도, 기업집단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술 및 인재 확보, 신사업 진출 등의 '전략적' 목표도 함께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큰 특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민간 차원의 주요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것과 별개로, 정부가 정책차원에서 이들 벤처투자 생태계의 육성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벤처부 주도로 지난해 11월 발표된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의 내용을 보면 이와 같은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투자 활력 촉진, 민간자본 유입 확대, 선진 벤처금융기법 도입 등을 핵심 전략으로 수립하고, 현재 약 6조원 규모의 벤처펀드 결성 금액을 8조원대로 늘린다는 게 골자다.

지난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대기업 지주사 중심 CVC 설립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 역시 마찬가지 움직임인데,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 등이 결성한 전략 펀드는 각각 3000억원 규모다. 그룹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전략적 투자(SI) 펀드를 조성하고, 주요 계열사가 투자자(LP)로 참여하는 구조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증권과 하나벤처스가 주도하고 은행, 카드, 캐피탈, 보험 등 계열사가 투자에 참여하고 있으며, 메타버스, 모빌리티, 인슈어테크, 헬스케어 등에 투자를 진행하거나 계획 중이다.

KB금융그룹 역시 KB증권과 KB인베스트 중심에 주요 계열사들이 함께 AI, 디지털자산, 플랫폼 기업 등에 투자한다. 메타버스 역시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 손꼽는다.

신한금융그룹은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 투자조합'을 중심으로 역시 마찬가지로 메타버스를 비롯해 커머스, 프롭테크 등에 투자한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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