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요 완성차사 소형 및 준중형 전기차 출시 잇달아
"경형 모델인 만큼 배터리 적어 가격 저렴해…관건은 배터리 가격"
폭스바겐 ID.2all 컨셉카./폭스바게코리아 제공
폭스바겐 ID.2all 컨셉카./폭스바게코리아 제공

[한스경제=성은숙 기자] 최근 폭스바겐의 저가형 전기차 양산 계획 발표로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 모델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른바 '반값 전기차'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낮은 제조비, 소형화·경량화 등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배터리의 성능과 가격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이하의 순수 전기차 ID.2all(ID.2올)의 콘셉트카 실물을 공개했다. ID.2올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5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에 약 20분만 소요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단 7초다. 트래블 어시스트, 지능형 EV 루트 플래너 등 혁신 기술도 적용됐다. 가격은 현재 폭스바겐이 출시한 순수 전기차 모델 중 가장 저렴한 ID.3(3만5000유로)보다 무려 1만유로나 저렴하지만, 성능은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폭스바겐은 2025년 ID.2올 양산, 폭 넓은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배경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꼽았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전동화 전용 MEB 플랫폼 등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해 다양한 모델을 만들고 있어 원가 및 운영비 절감 측면에서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GM, 현대차그룹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GM 올해 하반기 전기차 전용 플랫폼 BEV3을 기반으로 3만달러(약 3900만원)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 EV 생산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 전기 SUV 캐스터 EV를 내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며, 기아는 연내 레이 전기차를 선보인다. 소형 전기 SUV 'EV3(미정)', 준중형 전기차 'EV4' 등은 내년부터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 '반값 전기차' 실현될까?...배터리 단가 인하가 조건이지만

이처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소형 및 준중형 전기차를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지만, 정작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값 전기차'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GM 관계자는 "3세대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에 기반을 두고 있어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이 용이해 개발을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다"면서 "다만 배터리 가격이 높기 때문에 2만달러대 전기차는 아무리 소형화된 전기차여도 중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대륙에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서 3만달러가 마지노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400km 이상 주행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판매 마진이 내연기관차의 마진과 비슷해질 시기로 점쳐지는 2020년대 후반쯤 되면 아마 3만달러 이하의 보편화된 전기차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 역시 "(출시를 앞두고 있는 모델이) 경형 EV이기 때문에 전기차 가격을 결정하는 배터리가 작아지면서 가격은 저렴해질 것"이라면서 "배터리의 가격을 무턱대고 낮추면 주행거리가 짧아지면서 상품성이 하락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주행거리를 확보하면서 적은 배터리로 많이 갈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장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간 가격 폭이 줄어드는 건 어렵다고 본다. 배터리 가격이 얼마나 낮아지는 게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토레스EVX 출시를 앞두고 있는 쌍용차 관계자도 "토레스EVX의 가격은 출시 일정에 맞춰 공개될 것이다"면서 "배터리 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아지지 않는 이상 전기차 가격 인하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정부 정책, 인프라 구축 기술개발 등이 같이 발맞춰 가야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반값 전기차'가 현실화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배터리 단가 인하를 꼽는다. 김홍석 인하공업전문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가격 인하 전제 조건은 크게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배터리 단가 인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기차 보조금을 제외한 실질적인 가격의 인하를 위해서는 제일 먼저 배터리(팩) 가격의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래도 배터리의 탑재용량이 대형차량 대비 적은 차량 위주인 것을 보면 배터리의 단가의 영향을 조금 덜 받을 수 있는 부분도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전기차 가격 인하 움직임이 기존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서 탈피하는 본격적인 움직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성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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